[교사의 말 기술] ⑧불신 많은 학부모, 어떻게 대할까?

2026.02.12 13:14:26

"선생님 말씀하고 우리 아이 말이 다르네요.” 전화기 너머로 학부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학교에서 저희 아이만 자주 혼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네요.” 학교의 설명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학부모를 만나면 교사는 당황합니다. "아, 제가 말씀드리려 했던 건 이런 의미였는데, 어머님께서는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네요”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깁니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가 부족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 SNS에서 본 학교 갈등 사례, 또는 다른 학부모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쌓여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접근법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신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어머님께서 학교를 신뢰하기 어려우신 이유가 있으실까요?”직접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과거에 다른 학교에서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는지, 이번 일과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불신 원인 파악이 시작

 

어떤 학부모는 자신이 학창 시절 겪은 부당한 대우를 떠올립니다. "어렸을 때 선생님한테 억울하게 혼난 적이 있거든요”처럼 이야기하지요. 또 어떤 학부모는 첫째 아이를 키우며 학교와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둘째를 키우면서도 그 기준으로 학교를 바라봅니다. 이런 과거 경험이 현재 상황에 겹쳐지면 불신은 증폭됩니다.

 

이렇듯 불신의 뿌리를 알면 대응 방향이 보입니다. 많은 경우, 학부모의 불신은 아이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불안에서 옵니다. 이럴 때는 아이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지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미술 시간에 민지가 정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을 봤습니다”등 구체적인 날짜와 상황을 말하면 학부모는 ‘이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보고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소한 것들도 메모해두는 습관이 필요하겠지요.

 

다음은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학교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의심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보지 못해서, 다른 학생들의 진술을 들었습니다”, "이건 중립적인 의견으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아이가 잘 자라주고, 학교에서 잘 지내주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렸습니다”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만듭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증거를 함께 확인하는 것입니다. "어머님, 제 설명만으로는 부족하실 것 같아서 관련 자료를 보여드리겠습니다.”학생 관찰 기록, 다른 학생들의 진술, 상황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때 다른 학생의 익명을 보장하되,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이후 말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의 말만 믿으라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자료를 보며 사실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여기 제가 관련해서 기록했던 내용입니다. 3교시 쉬는 시간, 복도에서 두 학생이 다투는 것을 목격했고, 당시 옆에 있던 세 명의 학생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습니다.”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학부모도 교사가 학생에 대한 편견 없이 중립적으로 말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함께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부모와의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이지요. "내일 아침 등교 시간에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문자 드리겠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관찰해보고, 학급에서 관계적인 문제가 없이 잘 지내는지 정리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처럼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 지키는 것입니다.

 

소통 통해 신뢰 쌓아야

 

학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학부모는‘또 안 지키겠지’라고 하기 쉬운데, 한 번, 두 번, 세 번 약속을 지키면‘아, 이 선생님은 말한 대로 하시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큰 신뢰는 이런 작은 약속들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번 주에 했던 말과 다음 주에 하는 말이 다르면,‘역시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말에서 같은 기준, 같은 원칙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저번에는 괜찮다고 하셨잖아요”,“저번에는 안 된다면서요”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지켜야 합니다.

 

학부모의 불신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머님께서 학교를 믿지 못하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목적에 둔다면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합니다. 완전한 신뢰가 아니어도, 아이를 위한 협력은 가능합니다.

 

학교와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사는 지치고 힘듭니다. 하지만 그 불신 뒤에는‘내 아이가 소외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있습니다. 이런 불안을 이해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고, 작은 약속을 지키며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김성효

전북 군산동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김성효 전북군산동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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