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운영&생활지도 솔루션②] 학맞통,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2026.04.09 14:47:33

여러 논란과 우려 속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다양한 어려움을 지닌 학생을 개별적·분절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을 넘어, 통합적 지원을 통해 중복을 줄이겠다는 취지이다. 이것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면 생활지도와 상담·복지·학습지원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교사의 부담도 경감될 것이다.

 

그러나 시행 초기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에 대해 대략 이해하더라도 누가 모여야 하는지,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며, 운영 방안 안내가 충분치 않다는 호소도 반복된다. 제도는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설계가 현장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 셈이다. 특히 다음 두 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모호함

 

교육부의 가이드북은 담임교사 또는 개별 교직원 1인에게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학교장이 총괄하고 교감이 조정·조율하는 체계를 제시한다.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총괄’과 ‘조정·조율’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이 용어만으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선명하지 않다. 학교장 ‘총괄’과 교감의 ‘조정·조율’에 해당하지 않는 학교 업무가 어디 있는가? 이렇게 추상적 용어에 기대면, 학교장의 관심과 이해도에 따라 운영의 편차가 커지고, 결국 ‘총괄’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 부담이 특정 부장교사나 복지·상담 담당자에게 재배치될 우려가 있다.

전면 시행 첫해에 필요한 것은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업무 단위로 명확하게 역할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에 수행하던 역할(학습·복지·상담 등)은 제시하고 있으나, 외부기관 연계나 교육청 협조가 필요한 경우 누가 그 역할과 책임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예시나 안내는 없다. 이러한 틈새들이 면밀히 고려되지 않으면 협의체만 만들었을 뿐, 특정 개인의 부담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학교 여건에 안 맞는 예산 배분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예산이 모든 학교에 동일액으로 배부되었다. 학교 규모나 지역 여건,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수와 사례의 복합성은 학교마다 크게 다르므로 지원 수요가 같을 수는 없다. 때문에 동일한 금액을 일괄 배부하는 방식은 필요한 곳에 충분히 닿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원 대상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심리검사나 초기 진단에만 예산이 소진되고, 정작 지속 상담·사례관리·프로그램 운영으로 이어질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다.

 

‘통합’이란 단순히 하나로 묶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기능을 강화하고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통합이다. 여러 톱니바퀴를 한 상자에 담는다고 기계가 움직이지 않는다. 각 톱니가 제대로 맞물리고, 회전의 방식이 세심하게 조율될 때 비로소 전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유의미한 힘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지금은 협의체를 만들라고 하지만 누가 모여 무엇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여전히 추상적이고, 예산은 배부됐지만 학교별 필요와 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이름만 ‘통합’인 채 학교마다 편차를 키우거나 결국 특정 담당자에게 부담이 쏠리는 방식으로 굴러갈 위험이 크다.

 

미국의 법사상가 올리버 웬델 홈즈 주니어는 “법의 생명은 논리에 있지 않고 경험에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종이 위의 이상적인 문장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굴러갈 수 있도록 조직과 자원, 절차, 예상되는 갈등이나 부작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이 이름뿐인 통합으로 남지 않으려면, 책임과 권한을 업무 단위로 분명히 하고, 학교별 수요가 반영되는 예산 배분 구조를 갖추는 구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현장에서 학생을 ‘통합적’으로 돕는 실제 작동 원리가 될 것이다.

김경애

서울신월초 교사

현 서울교육청 

학폭예방 컨설팅단

김경애 서울신월초교사, 현 서울교육청 학폭예방 컨설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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