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개편 중단과 사회적 공론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초·중등교육 재정을 줄일 경우 학교 운영과 돌봄·특수교육, 노후시설 개선 등 늘어나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2026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은 14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폐지하는 방향의 개편 추진을 중단하고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긴급행동은 최근 교부금 개편에 대한 반대가 교육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교부금 개편이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일방적 추진 중단과 시·도교육청과의 실질적인 협의를 요구한 바 있다. 유아교육·고등교육·평생교육 투자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교부율을 허무는 방식이 아니라 안정적인 별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재정이 줄면 노후시설 개선과 돌봄·특수·AI 교육 등의 확대가 어려워지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지역 간 교육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강원 지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와 18개 시·군 협의회, 경남도의회 교육위원장 등 지방의회와 지역 교육주체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교총은 교부금이 축소될 경우 과밀학급 해소가 늦어지고 교원 정원 감축과 학교기본운영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지난 4일에는 교육·시민사회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실이 참여한 긴급행동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세 연동제 폐지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긴급행동은 정책 추진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지난 두 달간 교부금 개편을 논의하면서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주체가 직접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이나 공개적인 숙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 주관 공개토론회가 한 차례 열렸지만 재정 당국이 개편 필요성을 설명하는 성격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개편 방식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직전 연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개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40%를 반영해 다음 해 교부금 규모를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긴급행동은 “300개가 넘는 교육·시민사회단체가 개편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사회적 대화보다 개편 확정 수순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 수 감소와 교육재정을 단순 연계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 운영과 급식·돌봄·상담·특수학급 등 필수 기능은 유지돼야 하며, 작은 학교는 지역의 교육권을 떠받치는 공공 인프라라는 것이다. 여기에 기초학력 지원, 정서·심리 위기학생 상담, 특수·다문화교육, 노후시설 개선, 디지털·AI 교육, 과밀학급 해소 등 학교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안으로 검토 중인 ‘미래대응기금’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기금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과 배분·집행 주체, 초·중등교육 사용 가능 여부 등이 불분명하고 정권이나 재정 상황에 따라 규모와 용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정교부율을 대체할 만큼 안정적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긴급행동은 영유아·고등·평생교육과 미래인재 양성에 대한 재정 확대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했다. 다만 “새로운 교육수요를 기존 초·중등교육 재원에서 옮겨 쓰는 것은 국가책임 확대가 아니라 책임의 돌려막기”라며 새로운 국가 과제에는 새로운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긴급행동은 정부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중단과 내국세 20.79% 연동 원칙 유지, 교육주체와 시민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공론화 절차 마련을 요구했다. 또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한 별도 국가재정 투입과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를 촉구했다.
긴급행동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시·도교육청의 통장을 채우는 제도가 아니라 전국 어디에 살든 모든 학생에게 최소한의 교육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공교육의 안전망”이라며 “교육재정 개편 역시 교육주체와 국민이 참여하는 진짜 공론화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