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비뇨의학과 의사를 하면서 요즘 부쩍 “물 좀 적게 드세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당연히 우리 몸의 70~80%는 수분이고 모든 생명체를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 중의 하나가 물이며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한 행동인데 왜 물을 적게 마시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진료실을 찾아오는 분 중에 “소변을 너무 자주 봐요”, “자다가 꼭 화장실을 가는 데 너무 불편해요”, “소변을 참기가 어려워요” 등의 이유로 오는 분들이 확연하게 늘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도 있고, 그중에는 청소년도 있다. 물론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여러 가지 확인도 하고 검사를 한다.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질병이나 질환 관련하여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능한 모든 경우를 염두에 두고 확인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 문제, 방광의 다양한 질환이나 방광 기능 이상, 남성의 경우 전립선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분 섭취, 바르게 이해해야
그런데 모든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보면 일부는 특정 질환에 의해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습관이나 행동 양식에 의한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분들이 많다. 또한 소변을 습관적으로 자주 보는 경우도 있고, 밤에 수면 중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분들도 꽤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징후들은 요즘 시대에 너무나 다양한 대중매체나 SNS에 떠도는 상당히 심한 정보의 오류가 원인으로 생각된다.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과장돼 혼란스러울 정도다. 예를 들어 “무조건 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하루에 물 2리터 마셔라, 3리터 마셔라, 8잔 마셔라”. “자기 전에 물 마시는 게 좋다”, “소변 참으면 병 된다” 등에는 큰 오류가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키, 체중, 신체적 활동량, 기초 대사량, 생활 습관이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똑같이 물의 양을 정해 놓고 마시라고 하는 것과 같다.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정말 우리 몸에 좋을까, 다른 문제는 안 생길까?’, ‘키가 2m가 넘고 체중이 100kg 나가는 사람과 150cm 키에 체중 40kg인 사람이 똑같이 2리터 물 마시면 되는가?’, ‘아이들도 2리터 물을 먹어야 하는가?’, ‘하루 종일 밖에서 땀 흘리고 일하거나 운동하는 사람과 실내에서 거의 활동이 없는 사람이 같은 양의 물을 마시면 되는가?’, ‘왜 자기 전에 물 마시는 게 좋을까, 진짜 소변을 참으면 병이 될까?’와 같은 생각을 왜 안 해 보는지 궁금하다.
나에게 맞는 수분 섭취 중요
그럼 물은 어떻게, 얼마나 마시는 게 좋을까? 정답은 없다. 단순하게 생각을 해보면 소변량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어쩌면 제일 정확할 수 있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 또는 일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이 상당 시간 안 마렵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감기가 심하게 걸리거나 열이 많이 나면 피부에서 발산되는 수분이 많아지면서 소변이 덜 마렵다, 이럴 때는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야 한다. 말을 못 하는 영유아들이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해서 병원에 오면 소변을 언제 얼마나 봤는지 물어보고 탈수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사람의 몸은 아주 과학적이어서 잠이 오면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된다. 그렇다면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의학적으로는 하루에 소변보는 횟수가 평균 6회(5-7회) 정도인데 8회가 넘어가면 빈뇨로 봐야한다. 물론 여러가지 병적인 문제 때문에 빈뇨가 더 심한 사람도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하루 7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잠자는 시간 6~8시간을 빼면 최소한 평균 2-3시간에 한 번 소변을 보게 된다. 그런데 병원을 찾아오는 분들 중에는 거의 매시간 또는 하루 10번 이상 소변을 보는 분들도 있다. 당연히 생활이 불편할 것이다.
잔뇨‧빈뇨는 습관에서 발생
소변량은 얼마가 정상일까? 여러 자료가 있고 사람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하루 소변량은 1500cc를 기준으로 하고 평균 1회 소변량은 250~300cc 정도로 봐야한다. 소변의 이상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에
게는 배뇨일지 검사를 해볼 수 있다. 만 3일 동안 소변량과 시간을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를 보면 정말 다양한 결과들을 보이는데 요즘 부쩍 하루 소변량이 3000cc를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심한 경우 하루 5000~6000cc를 보는데 이런 분들은 당연히 소변을 자주 보기도 하고 소변이 많이 만들어져 나오기 때문에 방광 크기가 점점 커지기도 하며, 장시간 지속되면 방광 수축력이나 방광 감각이 저하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소변을 잘 못보고 잔뇨가 많이 남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면 남성은 전립선염, 여성은 방광염이 잘 걸릴 수 있다.
소변을 참는 정도도 사람마다 너무 다양하다. 어떤 분들은 소변 참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금만 마려워도 소변보는 습관이 생기는데 그러면 평균 소변량이 100~150cc 정도가 된다. 장기적으로 진행되면 기능적 방광 크기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빈뇨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여러 가지 사유로 소변을 자주 참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방광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방광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소변 세기가 약해지거나 여러 가지 방광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정상 사람은 소변을 보고 나면 1, 2시간 지났을 때 약간 마려운 느낌이 드는데 그때는 참는 것이 좋고, 2, 3시간 정도 지나 충분히 마려울 때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여러 상황, 즉 외출 전이나 장시간의 회의 또는 수업 전과 같이 충분히 덜 마려워도 미리 소변을 봐야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사람은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여러 가지 질환이 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물 마시는 습관, 소변보는 습관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대부분 잘 모른다. 혹시나 배뇨 관련 증상이 있다면 여러 가지 이유로 한 번쯤은 본인의 이런 습관을 생각해 보고 또는 정확한 배뇨 기록을 통해 정확한 판단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민훈기
골드만 비뇨의학과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