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의 화산중(교장 심웅택)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학교다. 2000년대에는 폐교 위기를 극복한 우수사례이자 전국 최초의 기숙형 자율중학교로, 2010년 무렵에는 교과교실제 우수학교, 현재는 전북 최초의 IB 인증 중학교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오랜 기간 주목받다 보니 ‘귀족 학교’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인프라 면에서는 오히려 부족하다 할 수 있는 외딴 시골 중학교다. 그럼에도 이런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변화와 도전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의욕’에 있다.
화산중의 역사를 돌아보면 여러 정책 사업에 참여한 흔적이 발견된다.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 사업은 때로 학교 현장에 부담만 주는 역효과를 내지만, 화산중은 이를 학교 현실에 맞게 잘 적용했다. 정책에 피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이미 학교가 운영하고 있거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 사업에 과감히 도전해 도약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기숙형 자율중학교를 신청한 것은 폐교 위기 극복을 위해 외국어, 생태교육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던 당시 상황과 맥이 맞았고, 선진형 교과교실제는 이미 시행 중이던 수준별 수업에 도움이 됐다. 최근 들어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수업 방식을 변경하고 있었기에 IB 인증을 받는 데 무리가 없었다.
“대구와 제주 쪽에서 IB를 추진한다는 정도만 알고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할 생각만 했지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IB를 접하고, 우리 교육과정 방향과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기존에도 중학교 단계에서는 암기보다는 지식을 탄탄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 같았습니다.”
심웅택 교장은 IB 인증을 받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국에 이름난 학교가 굳이 변화를 선택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이 찾아줄 때 변화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답했다. IB 인증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물론, 교사들의 수고는 피할 수 없었지만, 이미 실천하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기존 틀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인증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 교장은 “IB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기존 방식의 시험이나 수업을 제한할 생각은 없다”며 “교사들의 자율성을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IB의 취지도 과정에 무게를 둔 것이지 시험 자체를 막는 건 아니다”라며 ‘내실 있는 수행평가’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화산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기숙사다. 아침부터 야간까지 이어지는 알찬 교육을 가능케 하는 밑거름이다. 그렇다고 밤늦게까지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야간 시간은 학생들의 문화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예체능과 자율활동에 집중한다. 전북의 풍부한 국악 인프라를 활용한 국악 교육과 초등학교에서 악기를 배워온 학생으로 구성한 관현악단을 중심으로 1인 1악기를 운영한다. 또한 7개 스포츠 클럽으로 기초 체력을 다진다.
기숙사의 장점은 자율 동아리에서 두드러진다. 동기는 물론 선후배 관계를 돈독히 만들어 교사들이 깊이 관여하지 않아도 선순환한다.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화산글로벌리더(화글리)', 우주로 헬륨 풍선을 띄워 보내 화제가 된 과학동아리, 자투리 시간에 택배 정리 등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일을 도맡아 하는 '소중한 나의 기부(소나기)' 등 20~30개 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심 교장은 기숙사 생활은 학생들의 사회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 각지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화산중에서는 시너지가 더 크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간의 만남이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부모 품을 벗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생활에 만족한다.
기숙사는 별도 법인이 운영한다. 교육청 예산을 유치해 학교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다. 수준별 수업을 위해 한 교사가 1~3학년 수업을 모두 준비하는 등 본업도 과중한데, 기숙사까지 관리하기는 부담이 너무 컸다. 그래서 별도 법인이 고용한 사감을 층별로 배치해 40명 안팎의 학생을 담임교사처럼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처음에는 걱정도 됐지만, 현재는 완전히 자리 잡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 교장은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성보다는 그것을 진지하게 유지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봤다. 특히 학생의 학업 의지를 중시한다. 그래야 교사들도 의욕을 갖고 격무를 견디며 충실한 수업으로 선순환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시니 뭐라도 더 혜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우리나라 사립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말씀입니다.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게 다예요.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 선발 기준도 학업 의지를 중심에 둔다. 자기소개서를 자필로 쓰게 하는 것도 이를 좀 더 꼼꼼히 살피기 위해서다. 입학 후에는 ‘세이레의 힘’이라는 학습 다이어리에 세세한 계획을 작성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심 교장은 ‘모든 사람은 지도자로 태어난다’는 화산중 설립자 심의두 이사장의 철학을 소개하며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어떤 학생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운영해 왔고, 앞으로도 실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