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의 성공 조건

2011.03.08 09:00:00

새 학기부터 교원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교원임용시험에서 심층면접으로 교직의 적격자를 고르는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교원으로서 학생과 학부모의 존경을 받으며 교직을 수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요즘처럼 학생을 다루기가 힘든데 교원평가를 한다니 학생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고 학부모평가를 잘 받기 위해 눈치를 보며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면 교직의 매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넓은 의미로 보면 지금까지 교원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학생들도 어느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친다고 알고 있고, 동료교사도 어느 선생님은 교사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부모들도 피상적으로 교원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인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어린 초중학생에게 선생님을 평가하라는 것과 비전문가인 학부모가 한두 차례의 수업을 보고 전문직인 교원을 평가하게 하는 것은 평가만능주의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시행근거가 되는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인 대통령령 일부 개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3월 신학기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원평가의 근거를 마련하려 했지만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단 대통령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한다.

교원평가가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짚어 보기로 하자.

첫째, 교원평가는 교원의 나쁜 점을 들춰내고 부적격자를 찾아내어 퇴출시키려는 것으로 초점이 맞춰지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가장 안정되어야할 교직사회가 불안해지게 될 것이고 그 영향이 학생들에게 역기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국의 초중고교원을 획일적인 평가방법으로 교원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학교 급별로 보면 초등학교는 학생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부모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고등학교는 학부모평가를 하지 않는 등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소규모학교의 평가방법도 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교원의 사기진작을 저해하는 요인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교원은 사기(士氣)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교원의 기를 꺾어 마음을 위축시키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촉진제 역할을 하여야 한다. 교원평가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교직사회에 신바람을 일으키는 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

넷째, 교원이 당당하게 평가 받으며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가능하면 단순화되어야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이 유지되며 누구도 수긍이 가는 평가결과의 반영이 이뤄져야한다. 평가자가 피 평가자에 군림하지 않고 모니터한다는 마음자세로 교육적인 평가를 해야만 교원평가는 현장에 착근을 하게 될 것이고 교육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교원도 새로운 교육정보와 교육이론을 습득하고 교수·학습방법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교단을 지킬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다시 말해서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연찬과 연수로 교육의 전문가로서 자질을 함양하여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경받는 스승이 되도록 교육자의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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