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봄은 어디쯤 왔을까?

2011.03.14 10:02:00

지난달 12일, 광교산을 찾았었다. 허리춤에 카메라를 차고 마음 속으로는 '광교산의 봄, 어디까지 왔나?' 기사 제목까지 미리 만들어 놓았었다. 그러나 봄의 기운은 결국 찾지 못하였다. 너무 성급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딱 한 달이 지난 오늘은? 동네에서 37번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안을 보니 광교산을 찾는 등산객이 제법 있다. 경기대학교 앞에서 하차하니 등산객이 줄을 서서 광교산을 향하고 있다. 봄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경기대 정문에서 형제봉을 향하는 능선에 접어 들었다. 모임에서 단체로 온 등산객, 부부 등산객, 가족 단위 등산객들이 보인다. 혹시 야생화나 나뭇가지의 새순을 살펴 본다. 봄의 전령사를 찾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

백년수에서 흐르는 계곡물을 보니 봄이 왔음이 완연하다. 동행한 아내에게 물었다. "광교산에 봄이 왔음을 무엇을 보고 알 수 있나요?" "등산객의 옷차림이 달라졌네요."

그러고 보니 파카 차림의 옷을 입은 사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등산복의 색깔이 밝아졌다. 겨울엔 검은색 위주였는데 지금은 빨강, 노랑, 초록 등 원색이 눈에 보인다. 백년수 가까이 가니 아줌마 부대들이 옹기조익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다시 형제봉 데크를 향한다. 원색의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다. 반팔 옷차림도 보인다. 형제봉을 오려고 밧줄을 잡으니 어린이들이 보인다. 광교산의 봄은 어린이 등산객의 밝은 표정과 재잘거림에서 느낄 수 있다.

형제봉 정상이다. 용인시에서 세운 이정표를 보니 눈에 익숙하지 않다. 버들치 고개(석성산), 도마치 고개 명칭이 낯설다. '광교산'이라는 단어 대신 '시루봉'이 더 정확하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광교산이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 정상 나무 옆에 있는 새모이통. 좁쌀이나 땅콩 부스러기가 들어 있겠거니 하고 내부를 보았다. 사각형의 플라스틱에 구멍이 뚫려 있고 누가 갖다 놓았는지 멸치 대가리가 몇  개 놓여있다. 그렇다면 새가 멸치를 먹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좀 더 연구를 해 볼 문제다. 까마귀라면 모를까 박새난 곤줄박이가 이것을 먹을 수 있을까?

50대 후반 정도의 등산객이 시루봉 가는 길을 묻는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울산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은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언제부터 광교산이 이렇게 유명세를 타게 됐는지?

이제 하산이다. 아직껏 자연에서 봄이 찾아왔음을 찾지 못하였다. 능선에서 하광교 소류지를 보았다. 푸른색 물이 출렁거리고 있다. 봄바람이 풋풋하게 느껴진다. 옷깃을 여미지 않아도 된다. 봄이 찾아 온 것이다.

문암골 가까이에서 봄의 흔적을 하나 찾았다. 생강나무 봉오리 하나. 꽃을 피우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오늘 찾으려는 광교산의 봄은 등산객의 밝은 옷차림, 어린이들의 밝은 표정과 재잘거림, 훈훈한 바람에서 찾았다. 3월 중순, 광교산의 봄은 우리들 마음 속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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