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이 바뀌면 당연히 교육정책이 바뀌게 된다. 진보, 보수를 가릴 것 없이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교육정책속에 녹아들어가도록 정책의 변화가 오게 된다. 서울의 경우, 유인종 교육감 시절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수행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상당한 효과를 거뒀었다. 시행 초기에는 여러가지 문제점도 많았고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재임 중에 완성도 높은 수행평가제도가 되었다.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어 시행초기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다가 공정택 교육감이 바톤을 이어 받으면서 서술, 논술형평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었다.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매달린 시기라 하겠다. 서술, 논술형평가에 매달리다 보니 전 교육감이 완성시킨 수행평가가 소홀해 지기 시작했다. 매년 일정비율 이상의 서술형 평가를 실시해야 했기 때문에 수행평가가 주목받지 못한 것이다. 결국은 서술, 논술형평가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서술, 논술형 평가가 강조되면서 수행평가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심지어는 수행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과목까지 등장했다. 이 시기에는 서술, 논술형평가만 하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서술, 논술형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던 다른 시·도에서도 도입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학력신장을 위해 서술, 논술형평가가 대세인듯 했다.
그러다가 곽노현 현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이번에는 또 다시 수행평가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공정택 교육감 시절에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50%의 서술, 논술형평가의 비율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다. 대신에 수행평가 30% 이상 반영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다. 물론 서술, 논술형평가가 예체능과목을 제외한 전과목으로 확대했지만 비율은 학교에서 정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현재는 수행평가를 열심히 해야 교육청의 방침을 잘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쪽에 관심을 두는 것이 옳고 그름은 당연히 없다. 다만 학교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평가에서 교육감에 따라 자주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입시제도가 수시로 바뀌면 혼란스러운 것은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인것처럼 학교에서의 평가방법 변화는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관성 있는 평가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확실히 차별화되지 않았음에도 수시로 바뀌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본다. 교육에서의 잦은 변화는 자칫하면 학생들을 돌이킬 수 없는 피해자로 만들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그 어떤 평가방법도 실패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