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건강 전문 사이트 ‘쥬니어건강iN’에서 초3에서 중3을 상대로 홍보대사를 모집한다. 선발된 홍보대사는 당 회사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장학금도 2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니 응모자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여기저기에 ‘쥬니어건강iN’ 혹은 ‘쥬니어건강iN 홍보대사’라는 표기가 보인다. 홈페이지에도 보이고, 홍보대사 응모 원서에도 7군데가 보인다. 주변에서도 ‘쥬니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바른 표기가 아니다. ‘주니어’라고 해야 한다.
‘쥬니어’를 ‘주니어’라고 표기해야 하는 이유는 외래어표기 규정에 근거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ᄌ’이나 ‘ᄎ’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를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어에서는 이중모음 발음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어의 맞춤법에 ‘가져, 다쳐’ 같은 표기가 있지만, 그것은 이들이 ‘가지어, 다치어’의 준말이라는 문법적 사실을 보이기 위한 표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젼/쥬스/텔레비젼’은 ‘비전/주스/텔레비전’으로 표기해야 한다. 여성 그룹 중 ‘쥬얼리’라가 있는데, 이는 ‘jewelry’를 우리말로 표기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주얼리’라고 해야 한다.
외래어 표기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외래어이기 때문에 정해진 표기 규칙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외래어 표기법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외래어 표기법도 모른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를 한국어로 적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외래어 표기법은 국어의 일부다.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들어오는 말이기 때문에 태생은 외국이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말 속에서 사용되고, 우리들의 의식에 젖어든다. 이제는 우리가 널리 쓰는 국어가 된다. 외래어지만 어엿하게 국어사전에도 표제어로 오른다.
우리가 언어생활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하늘, 가을, 강, 바람, 나무…’처럼 어형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정되어 있는 언어가 의사소통을 정확히 하도록 하고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도 가능하게 한다. 외래어도 마찬가지다. 깔끔한 언어 표현을 위해서 정해진 표기 규칙을 따라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형근)은 청소년 건강정보 전문사이트 ‘쥬니어건강iN(http://jr.nhic.or.kr)’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009년 청소년 권장 사이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수상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건강정보 콘텐츠를 만화 등의 형태로 제공하면서 호평을 얻어 이루어졌고 알려졌다.
특히 학교 보건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정보의 건전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공단은 청소년의 건강증진을 책임지는 청소년 건강지킴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건강정보 콘텐츠 개발 및 보건교육용 동영상을 추가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단의 노력이 기대가 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홍보대사 모집 광고에 ‘쥬니어건강iN’ 표기 오류가 그것이다. ‘쥬니어’는 ‘한글 문서 편집’에서도 잡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외래어는 일반인이 자주 틀리고 있는데, 어린 아이들도 덩달아 ‘쥬니어~’라고 잘못 쓸 것이 우려된다. 우리말 표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홍보대사로 뽑히면 아이들은 기분이 좋을까. 차라리 ‘어린이 건강 홍보대사’ 혹은 ‘청소년 건강 홍보대사’라고 우리말로 했으면 실수도 없었고, 의미 전달도 명확했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는 어린이 혹은 청소년을 ‘주니어’라고 하는데, 표준국어사전에는 운동 경기에서 사용하는 말로 올라 있다. 아래 예문이 모두 국어사전에 있는 설명이다.
‘주니어(junior)’
체급 경기에서, 같은 체급을 다시 둘로 나눌 때 가벼운 쪽을 이르는 말.
‘주니어 라이트급(junior light級)’
프로 권투에서, 선수의 몸무게가 57.2~58.9kg인 체급.
‘주니어 플라이급(junior fly級)’
레슬링ㆍ프로 권투 따위에서, 선수의 몸무게가 48kg 이하인 체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