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워킹맘을 위해 조언해 주세요. 좋은 일자리는 아니지만, 나이 더 들면 취업도 안 되고 할 것 같아 면접을 봤어요. 근데, 어제 연락이 왔네요. 출근했으면 좋겠다고요. 취업이 되어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님 그냥 포기해야 하는 건지. 올해 6살된 우리 아이에게 그동안 4시에 오는 게 너무 미안해서 작년부터 1시면 집에 와서 뭐 하는건 없지만, 아이와 책도 보고, TV도 보고, 가끔 나가서 놀아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출근하면 아이 유치원도 7시 30분까지는 데려다 줘야 제가 준비하고 출근할 수 있을 테고, 저녁 7시에 퇴근하면 꼬박 12시간을 유치원에 있어야 하는 우리 아이가 불쌍하고 걱정도 되네요. 7시에 온다 해도 아이와 밥 먹고 씻기고, 그러다 보면 아이가 자야할 텐데, 그나마 집에 있을땐 아이와 30분 15분이라도 같이 놀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워킹맘이 되면 그렇게 해줄수 있을지...
이번 취업도 결혼하고 약 7년을 집에서 육아로 쉬다보니, 경력이고 뭐고 다 무시되고 초임으로 월급을 받는데, 그 월급받아 보육료, 특활비, 대출비, 거기에 저에게 쓰이는 돈까지 모두 될지도 걱정이에요. 다른 집 애들이 배우는 거 다 해줄 수는 없지만, 2가지만이라도 시키고 싶은데 저는 저대로 힘들고, 아이는 아이대로 지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냥 집에 있으면서 아이 좀 더 크면 취업을 해야할까요. 기다리다보면 제 나이도 있고하니, 취업이 안 될 것도 걱정되고 이런 저런 고민하다보니 머리도 아프고, 걱정만 앞서네요. 워킹맘들 취업을 하는게 좋을까요? 아님 아이와 집에 있는게 좋을까요?
A : 상담 내용
1) 결국은 자기 인생을 사는 것
워킹맘의 고민이 실감나게 전해옵니다. 저도 남매를 기르며 직장맘으로 산 지 오래되었거든요. 그래도 님의 경우는 아이가 6살이나 되어서 다소 걱정이 덜 됩니다. 저는 임신부터 출산휴가도 없이 줄곧 달려왔습니다. 특히 힘들었을 때는 유치원이나 학교 운동회, 졸업, 입학 등이었으나 정말 한 번도 엄마 노릇을 못 해본 서글픈 직장맘이랍니다. 자식과 공유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은 늘 아픈 마음을 동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나 나나 결국은 자기 인생을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머니이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자아성취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일자리를 꼭 금전적인 잣대로만 생각하시지 마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직장맘의 자녀들이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2) 자식은 소유물이 아닌 인격체
6살이면 정신적인 이유기로 접어듭니다. 유치원에 다닐 정도면 충분히 엄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는 6살 때 유치원에 1년 다니고 7살 때는 집에서 놀고 다음 해 학교에 갔답니다. 유치원을 더 안 다닌 이유가 자기 짝이 학교에 갔다며 3일만에 집에서 놀기 시작했지요.(피아노 학원 다니고 돈을 받고 돌봐주는 할머니가 계셨음) 그런데도 자기랑 놀아주라고 조른 적이 없었습니다. 엄마에겐 엄마의 일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지요. 부모는 자식을 낳았지만 결코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라는 의식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3) 어머니의 인생도 중요해요
이전에 이미 직장에 다니신 분 같은데 아까운 소질과 재주를 사장시키는 것에 반대합니다. 지금 자녀의 나이가 6살이니 엄마가 곁에서 돌보는 것이 우선일 수도 있으나 혼자서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아이의 문제를 시시콜콜하게 다 챙겨주고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사는 부모가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내 자식만은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에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까지 심하게는 마마보이가 많아 결혼조차 힘들다는 말들도 유행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주는 경우까지 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모든 일을 엄마가 나서서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공부는 잘 하지만 스스로 서지 못해 늘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봅니다.
4) 포기하시면 언젠가 후회하실 것임
먼 후일 어머니께서 이번에 취업을 포기하고 자녀 곁에 남아서 날마다 뒷바라지(같이 놀아주고 책 읽어 주고 체험학습 다니고 등등)를 해 준 일에 대해서, 엄마가 자기를 위해서 자신의 일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얼마나 감사할 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만약의 경우, 누가 언제 엄마 보고 자기만 위해서 사시라고 했냐고 하면 그 때 받을 상처는 너무나 크지 않을까요? 저도 남매를 기른 직장맘으로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아이들에게서 엄마가 일해서 자기들이 힘들고 불행했다고 원망하는 말을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5) 질적으로 깊이 있는 만남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엄마가 일하다보면 자연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지요. 그러나 제 경우, 질적으로 깊은 대화나 만남을 통해서 그 빈틈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스킨쉽도 더 많이 하고 눈맞춤도 많이 하며 열심히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오히려 자극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자랍니다. 열심히 일하는 부모의 모습, 효도하는 부모 모습,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시간이 많다고해서 더 많은 사랑을, 교육을 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하면서 오히려 자식을 보는 애틋함이 절심함으로 바뀌어서 절대 시간을 늘일 수도 있으니까요.
6) 가족회의를 거쳐 아이와 이야기하여 결정하는 것도 중요(아이도 자기의 선택을 믿어요)
제가 권하는 마지막 말씀은 어떤 결정을 하시든지 간에 가족회의와 같은 절차를 거쳐서 아이의 의견을 경청하십시오. 엄마가 일할 때 오는 불리함과 좋은 점, 솔직한 엄마의 심정(이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엄마가 일하려면 어떤 협조와 노력이 필요한 지.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와 토론을 하십시오. 놀랍게도 아이들이 현명함에 감동하실 겁니다. 아이는 자신이 말하고 선택한 결과를 어른보다 더 존중함을 아시게 될 겁니다. 6살이면 모든 사고와 판단력에서 결코 어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오히려 순수해서 바른 판단을 내리리라 확신합니다. 설득하려고 하시지 말고 솔직한 감정을, 생각을 나누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