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이에게 2학년 수학을 가르치려는 학부모님께
Q : 수의 묶음수 쉽게 설명하는 방법 없을까요? 수학 학습지로 공부하고 있는데 10씩 5묶음이라는 문제가 나오면 10개씩은 묶는 것은 하는데요.10개씩 묶어서 50이라는 답을 이끌어 내기가 너무 힘드네요. 학습지 그림을 보면서 몇 번을 설명하고 또 하고 했는데도 우리 아이가 7살이라서 아직 수 개념이 부족한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수를 묶어서 답을 구하는 문제들은 쉽게 설명하려 해도 제 설명이 어려운가 엄마도 아이도 힘들어서 설명하다 지치거든요. 아이가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A :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엄마입니다!
1)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시길
7살 아이에게 묶음수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무리랍니다. 지금 가르치시려는 것은 초등학교 2학년 3월 중순에나 배우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2년 이상을 앞당기신 셈입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을 무시한 채 억지로 가르치는 것은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뭉개고 더 심각한 것은 학교에 들어갔을 때 정말로 공부할 시기에는 공부를 싫어하게 하는 거랍니다. 7살이면 구체물(실물을 대신한 그림이나 모양) 보다는 실물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발달 수준에 맞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여러 번의 기계적인 연습으로 설사 그걸 알게 하셨다 하더라도 아이가 결코 아는 게 아니랍니다. 아이들은 실제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되어 있습니다. 학습지에 나온 그림만으로 이해를 한다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게 극히 정상입니다.
7살이면 10 이하의 덧셈이나 뺄셈 정도만 알아도 우수한 거랍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기계적으로 외우다시피 수학을 공부시키는 것은 아이의 학습의욕을 사정없이 뭉개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충분하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그것을 꼭 가르치고 싶으시다면 그림이 아니라 실물 자료를 아이 손으로 직접 세면서 알게 하시거나, 모양과 크기가 같은 사탕이나 10원 짜리 동전을 열 개씪 세어서 100원 짜리로 바꾸는 방법을 쓰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아이의 뇌 속에 각인이 되어 확실하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시 말씀드리건데, 어머니께서 요구하신 것은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수학 내용이랍니다.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경우가 매우 높습니다. 그것은 바로 수학을 무리하게 가르쳐서 수학이란 괴로운 과목이라는 선입견이 아이들의 뇌 속에 박혀버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문 중에서 가장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과목이 수학인데, 어른들은 알지만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내는 바람에 가장 재미있는 수학을 싫어하게 만든답니다.
어머니! 제발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를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주변의 아이들이 당신의 자녀보다 더 잘하는 모습을 보시거나 들으시더라도 똑 같이 욕심을 부리셔서 아이를 질리게 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으시길 빕니다. 그래도 정히 원하신다면 그림은 안 됩니다. 아이에게는 그냥 그림일 뿐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10원 짜리 동전 10개를 모아놓은 한 묶음을 100원 짜리로 바꾼다거나 모양과 크기가 같은 바둑돌이나 사탕을 쓰시는 방법도 권해 봅니다.
2) 교육은 기다림의 나무에 피는 꽃
제가 바라는 것은 무리한 접근은 하지 않음만 못합니다. 한두 번 해보시고 이해하지 못하면 과감히 하지 마십시오. 때가 되면, 2학년이 되면 자동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실물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모른다고 윽박지르면 아이는 자신감도 없어지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아 즐거워야 할 학습 그 자체를 싫어하게 됩니다. 아이가 천재나 영재가 되기를 바라시는 게 아니라면, 아이의 행복을 원하신다면 씨앗에서 싹이 트는 시기를 기다리듯, 꽃이 피는데 시간이 걸림을 이해하듯, 기다리십시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지닌 우리나라 아이들이 정작 공부를 해야할 시기에 가면 공부를 질려합니다. 그것은 바로 너무 일찍부터 공부로 내몰린 채, 놀아야 할 어린 시절을 잃은 탓이라고 합니다. 일곱 살이면 손 잡고 다니면서 세상의 모습을 많이 보고 되도록 많이 놀게 해주십시오. 이해하지도 못할 수학의 개념을 억지로 쑤셔박아서 아이의 행복을 빼앗지 마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고도 성에 차지 않으신다면, 꼭 알게 하고 싶으시다면, 아이들의 입장에서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만든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사다 놓고 그대로 해 보십시오. 수학만큼 단계적이고 발달 수준이 필요한 과목이 없습니다. 결코 건너 뛸 수 없는 과목입니다. 엄마는 다 아시지만 아이의 뇌 속에 들어가 볼 수 없으니 답답하시겠지만 지금 이 문제는 아이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엄마의 문제라고 봅니다.
3) 먼저 잘 노는 아이로, 행복한 아이로
제가 원하는 결론은 기다림입니다. 아직 싹도 나지 않은 아이에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보자고 하시는 엄마의 희망사항이 문제라고 봅니다. 속전속결을 원하신다면 아이에게 그런 환경을(식물을 비닐하우스에서 한 겨울에도 길러내듯) 만들어 주셔야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아이에겐 행복일 수 없다고 봅니다. 일곱 살 아이는 노는 게 먼저입니다. 한글을 깨우치고 간단한 글을 쓸 정도, 동화책을 읽는다면 더욱 좋겠지요.
제가 오히려 답답해서 답변이 너무 길었습니다. 아무쪼록 엄마와 함께 행복한 체험과 놀이를 많이 하시길 빕니다. 공부한 기억은 없어도 엄마랑 나들이하며 자연 공부를 한다거나 놀이를 한 추억은 수학 공부보다 오래오래 뇌리에 남을 것이니까요. 도움 되시길 간절히 빕니다. 아니, 당신의 아이를 수학의 굴레에 너무 일찍 가두지 마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