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농생대의 울타리 축대 누가 고칠까?

2011.04.26 09:54:00

필자가 근무하는 서호중학교. 서울농생대 캠퍼스 부지 일부를 매입하여 2006년 개교한 학교다. 지금도 도로변 울타리 소유주는 서울대다. 우리 학교 정문 출입구 앞 땅은 서울대 승인을 받아 우리 학교가 이용하고 있다.

고유가에 차량 5부제 운행으로 인하여 요즘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는 것 하나있다. 대학 울타리 무너진 축대다. 빠져나온 커다란 바위 두 개는 위험스럽게 보인다. 수원의 서울농생대 축대는 대학처럼 역사가 깊어 노후 되었지만 현재 캠퍼스로 활용되지 않아 관리에 소홀함이 보인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때는 보행자의 불편함을 모른다. 그러나 학생의 입장이 되어 도보로 인도를 지나가니 무너져 내린 축대가 눈에 거슬린다. 저 무너진 축대를 누가 보수할 것인가? 당연히 서울대가 해야 한다. 그러나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다.

그런데 그 길을 이용하는 주고객은 바로 우리 학교 학생이다. 그럴 경우, 우리 학교에서 보수해도 괜찮을 듯 싶다. 학교 기사가 해야 하는데 그들이 교장의 말을 들을까?  시멘트를 이용해 복구를 하라면 지시에 따를까?




2007년 9월 필자는 서울대 울타리의 환삼덩굴과 전쟁을 치른 일이 있다. 그 당시 행정실 주장은 서울대 것이니 그대로 내버려 두자는 것이고 필자는 피해를 우리가 보니 우리가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누구 말이 옳을까? 추석 연휴를 이용한 필자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학생과 다른 식물에 피해를 주는 그 덩굴을 뿌리째 제거하여 지금은 환섬덩굴을 보기 힘들 정도다.

이번 축대도 마찬가지다. 소유주이면서 관리 책임은 서울대이지만 막상 그 피해는 우리 학생들이 본다. 서울대는 미처 손을 못 쓰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상, 안전상, 공익상으로 볼 때 비용이 그렇게 들지 않는다면 우리 학교에서 나서는 것도 괜찮으리라.

우리 학교 행정실장, 담당기사를 대동하고 현장을 둘러보게 하였다. 축대 바위가 빠진 곳은 세 곳, 네개의 바위다. 바위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기술과 힘만 있다면 필자가 나서도 되련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다행히 행정실장과 기사가 교장의 말에 수긍을 하고 작업 지시를 받아 들인다.

퇴근 길, 축대를 살펴보았다. 100% 완전 보수는 아니지만 떨어진 바위는 축대 구멍에 끼워져 시멘트로 고정시켜 놓았다. 이 정도만 되어도 미관상으로 보기 좋고 안전상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굳은 일 마다 않고 교장의 뜻을 받아 준 기사가 고맙다. 학교 비용은 시멘트값 약간이다. 그리고 인력이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몇 년을 그대로 방치하였다.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어떤 때는 축대에서 빠진 바위가 인도 중앙에 놓인 적도 있었다. 필자가 끙끙대며 경계석 위로 올려 놓았다. 오고 가는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한 조치였다.

요즘 읽는 책 중에 '실행이 답이다'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더라도 머릿속에만 머물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생각을 실천할 때 성과가 나타난다. 필자의 수첩을 보면 그 날 일정이 빽빽히 메모가 되어 있다. 교육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수첩에 메모한다. 출퇴근에 그 수첩을 넣은 가방을 꼭 들고 다닌다. 기록을 생활화하고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천에 옮긴다. 교장의 이런 습관이 학교를 바꾸고 교육을 바꾼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울농생대 울타리의 무너진 축대, 우리 학교가 고쳤다. 교장의 버스와 도보 통근이 실행을 재촉한 셈이다. 소유권 생각하지 않고 우리 학생들을 위해 고쳤다. 공익을 생각하니 가슴까지 후련하다. 내일 이 곳을 지나가는 통행자들, 바위가 제자리 찾아 들어가고 축대가 보수된 것 알아챌 수 있을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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