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달빛여행

2011.05.23 10:07:00

달빛여행이라고 들어 봤는가? 별빛이나 달빛은 감성을 자극하는 마력이 있다. 달빛여행은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보름날이 제격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대청호 최고의 명소 청남대. 달빛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호반을 걷는 달빛여행이 음력 4월 15일인 5월 17일 청남대에서 있었다.


문의를 지나 가로수 길을 달리는데 대청댐 뒤편 구룡산을 붉게 물들인 석양이 아름답다. 청남대(http://chnam.cb21.net)에 도착해 어둠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본관 주변의 풍경을 부지런히 돌아보고 어울림마당으로 갔다. 가족, 친구, 모임을 통한 참석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행사를 주관한 청주삼백리 송태호 대표의 인사말이 끝난 후 골프장, 그늘집, 작은연못, 대통령광장, 선박전시장을 지나는 호반을 걸어 초가정으로 갔다. 그동안 청남대를 많이 드나들었지만 야간에는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

1983년 말에 영춘재로 준공된 청남대가 일반인에 개방된 게 2003년 4월 18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공약대로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 인수기관인 충북도청 직원들과 함께 일반인 몇 명이 청남대를 방문했었다. 당시의 청남대 본관은 4중의 철망에 둘러싸여 군인들이 철저히 경비를 서는 철문을 4번 통과해야 모습을 드러내던 철옹성이었다.

초가정 앞에서 송 대표가 청남대에 대한 안내를 부탁했다. 개방 전이라 바람소리마저 무섭게 들리던 시절 처음 이곳에 들렸을 때였다. 정적에 휩싸인 그늘집 옆에서 군인 한 명이 나각을 불자 호수에서 수많은 오리들이 날아왔다. 오리들이 대장을 선두로 V자를 그리며 튀밥을 들고 있는 군인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던 장면을 회상했다.

청남대는 전두환 대통령이 스케이트를 탔던 양어장, 노태우 대통령이 애용하고 단 하룻밤 묵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전거를 탔던 골프장, 김영삼 대통령이 조깅을 하던 호반의 마사로,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사색을 즐기던 초가정 등 당시의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은 곳이다.

막힐 것이 없는 공간이라 호수에서 초가정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어둠속의 초가정에서 자유를 누리다 산길을 걸어 전망대로 향한다. 어둠에 묻힌 산책로를 랜턴으로 밝히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모습이 정겹다.

철조망 너머로 떠오른 보름달이 오늘따라 더 아름답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달밤이라 더 값지다. 달밤에 출렁다리를 건너는 기분도 스릴만점이다. 정적을 깨지 않으려고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소리도 듣기 좋다.



드디어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도착했다. 달빛 향연이 펼쳐진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언제 또 구경할까. 불빛을 밝힌 대청댐, 구룡산 중턱의 현암사, 신탄진의 야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전망대 바닥에 빙 둘러앉아 달밤에 솜씨꾼들이 들려주는 청아한 소리를 감상하고 추억 남기기도 했다. 세상이 얼마나 큰지 알지도 못하면서 가다보면 끝이 있다고, 달빛을 따라 무작정 걸어가겠다고 오기를 부리던 어린 시절도 떠올렸다.



전망대에서 나무데크가 이어진 600여개의 계단과 숲속 산책로를 걸어 전두환 대통령이 스케이트를 탔던 양어장으로 갔다. 이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30여분 동안 곡이 11번 바뀌는 조명 분수쇼를 봤다. 야간 개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양어장 가운데와 메타세콰이어 나무 사이에 설치된 데크길을 걸어 출발지인 어울림마당으로 갔다. 







어울림마당에서 밤 11시 30분까지 진행된 시낭송회와 오카리나연주, '얼쑤! 봉산단'의 예술 공연은 관객과 출연진이 하나 되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참석한 사람들은 같이 어우러져 어깨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달빛여행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 모두가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주인공들이 행사를 주관한 청주삼백리 송태호 대표와 장소 및 뒤풀이 음식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청남대 관리사업소에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호수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숲속에서 풀벌레소리 들려오는 좋은 계절에 달빛여행이 다시 이뤄지길 바랬다. 이번 달빛여행이 당면 과제인 청남대 관람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청남대 관리사업소 공무원들의 바람대로 청남대 야간 개방에 시금석이 되었길 바란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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