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언제나 사람살이가 느껴진다.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볼거리들이 느림의 의미를 알려준다. 기웃기웃 구경을 하다 보면 어릴 때는 흔했지만 지금은 사라져 추억 속에만 존재하던 물건들도 발견한다.
갑자기 사람구경하고 싶은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재래시장에 들려 시골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나 각종 공산품을 구입한다. 지난 22일 일요일 오후 아내와 청주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육거리시장으로 갔다. 전국의 우수 재래시장으로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는 육거리시장은 시와 상인들이 비가림막,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해 늘 사람들로 넘쳐나는 상설시장이다.
육거리시장은 농산물, 식료품, 특산품, 건어물, 축산물, 수산물, 한약재료, 의류, 혼수, 신발, 그릇, 꽃, 모종 등 각종 생활용품들이 다 있다. 재래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다. 특산품을 구매하고 풍물을 구경하며 옛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조용한 시골장과는 다른 풍경이지만 왁자지껄 물건 값을 흥정하고 덤으로 주는 넉넉함에서 사람냄새가 난다.
고추, 가지 모종과 화분 하나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이 넘친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어떤가. 눈요기 실컷 하고 사람냄새만 맡아도 배부르다. BC47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고의 돌다리 남석교가 육거리시장 아래에 묻혀 있다는 것까지 알아내면 역사공부도 제대로 한 것이다.
늘 소박해서 정이가고 서민들이 느림으로 사람냄새를 느끼게 하는 육거리시장의 풍경을 사진으로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