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맥의 산줄기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속리산. 의신이 인도에서 구한 경전을 나귀에 싣고 들어가 신라 진흥왕 때인 553년에 창건한 법이 안주할 수 있는 절 법주사가 산 아래에 있다. 법주사는 어디로 가든 고갯길을 넘어야 만날 수 있어 여름철에도 시원하다. 그래서 더운 날 가벼운 발걸음으로 느리게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거나 역사공부하기에 좋다.
저절로 가지를 들어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를 지나가게 하여 정이품 벼슬을 받은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을 지나면 주차장과 상가를 만난다. 조각공원 옆에 경치가 아름다운 송림이 있고 주위에 황토 길을 비롯해 멋들어진 나무들이 줄지어선 여러 갈래의 산책길이 있다. 수령 100년 이상의 노송과 참나무들이 터널을 만든 매표소에서 법주사까지의 오리숲도 산책하기 좋다.
경내에 들어서면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를 많이 만난다. 법주사에는 3개의 국보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 법주사팔상전(국보 제55호), 석련지(국보 제64호)가 있다. 암수 2마리의 사자가 마주서서 뒷발로 하대석을 밟고 앞발로 상대석을 받친 쌍사자석등은 예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신라의 석등이다. 벽면에 부처의 일생을 8장면으로 구분하여 그린 팔상도가 그려져 있는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5층 목조탑이다. 절제된 화려함속에 자태가 우아한 석연지는 물을 담아 연꽃을 띄우는 돌로 만든 작은 연못이다.
법주사에는 우리나라 3대불전 중 하나인 대웅보전(보물 제915호), 앞면과 옆면 각 3칸 규모의 정사각형 1층 건물 원통보전(보물 제916호), 통일신라시대의 석등을 대표하는 사천왕석등(보물 제15호), 비교적 큰 향로를 머리에 이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석조희견보살입상(보물 제1417호), 높이 약 6m의 큼직한 바위에 조각한 마애여래의좌상(보물 제216호), 사세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에 제작되었을 대형 주물솥 철확(보물 제1413호) 등 보물도 많다. 이외에도 석조, 범종루, 추래암, 다원, 철당간 등을 만난다.
법주사에서 문장대까지의 산행은 힘도 많이 들고 긴 시간이 필요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법주사 구경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문장대 방향으로 세심정이나 복천암까지 걷는 것도 좋다. 세조가 목욕을 하고 피부병을 고쳤다는 목욕소나 세속에서 더러워진 마음을 깨끗이 씻는 세심정을 지나는 이곳의 산길은 계곡의 물소리와 맑은 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 가볍게, 느리게 산책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