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바다는 삼면이 모두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다. 그중 동해는 짙푸른 바닷물과 시원한 바람, 시야가 확 트인 망망대해가 매력적이다. 특히 강원도의 동해안은 이름난 볼거리들이 많아 늘 사람들로 넘쳐난다. 지난 5월 9일과 10일 지인 가족과 주문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7번 국도를 달리며 주변의 여행지를 돌아봤다.
첫째 날인 9일 아침, 일찍 청주를 출발해 중부·영동·동해고속도로를 갈아타며 신나게 달리던 차가 북강릉IC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북쪽으로 향하다 주문진항을 지나치면 가까운 곳에서 아들바위공원과 주문진해수욕장을 만난다.
아들바위공원은 소돌포구 바로 뒤에 숨어있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답다. 소돌(牛岩)은 마을의 모습이 소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아들바위공원에 소돌의 상징인 소바위(아들바위)가 있다.
바닷가 공원에 들어서면 힘센 소를 닮은 아들바위, 코끼리 형상의 절벽 등 파도에 깎인 기암괴석들이 주라기공원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옛날 노부부가 백일기도를 하여 아들을 얻었다는 전설, 태아를 연상시키듯 물속에 거꾸로 누워있는 동자상, 500원을 넣으면 공원에 노래가 울려 퍼지는 파도노래비가 재미를 더한다.
주문진 북쪽의 주문진해수욕장은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운 150m 너비의 고운 모래사장이 1㎞에 걸쳐 펼쳐져 있고 수심이 낮아 여름철이면 해수욕객이 넘쳐난다. 겨울철 눈 내리는 날에도 백사장에서 수많은 갈매기들과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관광지가 많아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문진해변에서 나와 다시 7번 국도를 북쪽으로 달리다 광진삼거리를 지나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 언덕을 넘으면 아래편에 쉴 휴(休)가 두 번이나 들어있는 휴휴암이 있다. 10년 남짓 된 사찰에서 내려다보면 바닷가에 거북이 형상을 한 넓은 바위가 평상처럼 펼쳐져 있다. 주변의 바위들이 태아, 주먹, 발바닥, 발가락 등을 절묘하게 닮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얘깃거리도 제공한다.
자연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 있을 때 아름답다. 자꾸 의미를 부여하며 손을 대면 그만큼 품위를 잃는다. 동해의 숨겨진 비경 휴휴암에 설치한 종교 시설물들이 볼썽사납다.
7번 국도들 달리면 해수욕장을 연달아 만난다. 휴휴암에서 인구·죽도·동산·복분리·잔교리해수욕장을 지나면 오른쪽 바닷가에 북위 38도선을 알리는 38선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가 위치한 기사문리는 10월 1일 '국군의 날'과 관계가 깊다. 6.25사변 때인 1950년 10월 1일 국군이 처음 반격을 개시한 장소가 이곳 일대의 38선이다.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었던 38선을 알리는 조형물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앞바다와 기사문해수욕장의 풍경이 아름다운 휴식장소다.
38선 휴게소에서 가까운 바닷가 산자락에 기암괴석과 송림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하조대가 있다. 고려 말 문신이었던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 은둔하며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을 도왔고, 그것이 성공해 훗날 그들의 성을 따서 이름붙인 곳이다.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는 곳이지만 근래에 건립한 정자 못미처 바위에 하조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예전의 역사를 알리고, 왼편의 등대로 가면 하조대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조대에서 나와 양양과 낙산사해수욕장을 지나면 3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문무왕 때인 671년 의상이 창건한 낙산사를 만난다. 낙산사에 가면 2005년 식목일 양양 지역에 발생한 큰 산불로 동종(보물 제479호), 일주문, 원통보전 등 중요문화재가 소실되어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낙산사는 화강암으로 만든 동양 최대의 해수관음상, 석굴 위에 건립하여 보타굴(寶陀窟) 현판이 걸려 있는 홍련암, 의상이 낙산사를 지을 당시 머무르며 참선하였던 의상대 등 해변에 위치한 멋진 풍광이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먹는 게 우선이지만 볼거리에 빠지면 식사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실로암메밀국수로 향했다. 7번 국도 강현면 공항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군부대가 나오고 부대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장산리에 동해안 막국수집을 대표하는 실로암메밀국수가 있다.
땅속의 지하 암반수로 담근 동치미국물 맛이 일품이라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씨를 비롯해 유명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스타들이 몇 번씩 다녀갔다는 곳이다. 속초, 양양지방으로의 맛 기행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답게 주변의 막국수집은 반값에 준다는 현수막을 걸어도 손님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번호표대로 30여분 줄서서 기다리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물치항과 설악해맞이공원을 지나쳐 속초시 서북쪽에 있는 영랑호로 간다. 영랑호는 신라의 화랑 영랑이 발견했다는 자연호수로 호수 둘레의 산책길에 꽃길과 쉼터가 잘 가꿔져 있다. 이곳의 호숫가에 속초 8경의 하나로 범의 형상인 영랑호 범바위가 웅크리고 앉아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영험한 바위로 소문난 범바위를 영랑정쪽으로 오르면 집 크기의 바위 여러 개가 모여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고 영랑호와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육각형 정자 영랑정은 범바위 동쪽 커다란 암벽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어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행정구역 변경으로 옛 사진항에서 명칭이 바뀐 장사항은 해마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를 연다. 이 축제는 싱싱한 오징어를 맨손으로 잡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잡은 오징어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에서 먹는 친환경적인 체험축제로 대성황을 이룬다. 평소의 장사항은 바다낚시를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고 항구 주변에 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횟집들이 있다.
일정상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여행을 한다. 동명항과 속초등대전망대는 영금정을 사이에 두고 가까운 거리에서 이웃하고 있다. 동명항은 비교적 큰 항구로 고깃배를 비롯하여 금강산 관광을 위한 여객선과 소규모무역상들의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국제 항로다. 동해에서 해가 밝아오는 항구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1월 1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출 명소다.
동명항활어직판장 옆 언덕위에 있는 정자가 영금정이다. 이곳에 오르면 바닷가에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하여 영금정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사시사철 경치가 빼어나고 산위로 조망이 좋은 속초등대전망대가 보인다.
청초호와 속초항은 물길로 이어져 있고 가을동화로 유명해진 갯배가 중간쯤의 갯배선착장을 오가며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중앙동 중앙시장을 이어준다. 영랑호가 자연친화적인 호수라면 주변에 고깃배들이 많은 도심 속의 청초호는 항구에 가깝다.
석봉도자기미술관, 엑스포타워, 호수공원을 지나며 청초호를 한바퀴 돌아 아바이마을로 갔다. 1.4후퇴 당시 남하한 함경도 일대의 피난민들이 휴전선에서 가까운 바닷가 허허벌판에 집을 짓고 집단촌락을 형성한 곳이 속칭 아바이마을이다. 1박 2일은 관광지를 홍보하는 위력이 대단하다. 마을 입구부터 구석까지 곳곳에서 연예인들이 다녀간 흔적을 만난다. 아바이마을 사람들이 교통 불편을 해소하던 갯배는 관광 상품이 되었다. 편도 200원이면 쇠줄을 당겨 오가는 갯배를 타볼 수 있다.
속초해변을 지나면 외옹치해수욕장 옆에 외옹치항이 있다. 속초시 대포동 끝자락에 위치한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 외옹치로 갔다. 교통이 불편하지만 해안의 봉우리에 있던 군부대가 철수하고 동해바다와 속초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설치되면서 요즘 해돋이 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외옹치항에 저렴하고 한가롭게 회를 먹을 수 있는 난전회집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첫머리에 위치해 값만 물어보고 가는 손님이 많아도 일일이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뱃고동활어횟집(033-636-5284, 010-3388-3819) 주인아줌마를 만나 자연산 회를 값싸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교통이 편리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포항을 지나쳐 굿스테이 숙소 '설악의 아침'이 위치한 설악동으로 갔다. '굿스테이'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인증한 우수 숙박업소다. 전국의 우수 숙박업소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http://www.visitkorea.or.kr) '어디서 잘까'에 유형별, 가결별로 찾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