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로또복권'이다

2011.06.13 09:47:00

사실 교사가 승진규정 이야기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밝히지만 필자는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여러 경우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렇게 먼저 밝혀야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타의 분야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교원승진규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입맛에 딱 맞지 않는다. 승진규정 개정할려고 하면 자신의 현재 입장만을 고수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우선 내가 잘돼야 다른 사람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차례 교원승진규정이 개정되어도 결국은 또다시 개정의 필요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오늘 이야기는 어쩌면 지협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상당히 큰 영향을 주는 문제일 수도 있다.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에서 열심히 가르치다보면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승진과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실제로 승진하는 교사들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많다.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가. 승진을 위해서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의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승진구조 자체가 로또복권과 비슷하다면 너무나 비약된 이야기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단 승진규정 중에 연구실적평정을 살펴보자. 교육공무원의 연구실적평정은 연구대회입상실적과 학위취득실적으로 나누어 평정한 후 이를 합산한 성적으로 하도록 되어있다.

연구실적 3점 중에는 직무와 관련된 대학원 석사학위취득실적이 1.5점이다. 나머지 1.5점은 연구대회입상실적으로 본인이 실제로 입상한 경력점수이다. 대학원이야 본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지만 연구대회입상실적은 본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번번히 입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한다.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점수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연구대회에 참가를 해야 입상하는지 정답을 알고 있는 교사들은 없다. 어떻게 하다보니 입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대회에서 1등급을 딱 한번만 받으면 바로 연구실적점수를 끝낼 수 있다. 물론 대학원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고 가정했을 때다. 여기서 전국대회 딱 한번 1등급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다가 전국대회 1등급 한번이면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전국대회에서 1등급을 받았다면 그것이야말로 로또복권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 한가지 연구, 시범학교등의 가산점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된다. 평생을 교사로 재직하면서 연구 시범학교에 근무한 경험이 거의 없는 교사들이 있다. 반대로 연구시범학교 점수를 다 채우고도 남는 교사들도 있다. 속된 말로 재수가 좋으면 가산점을 쉽게 체울 수 있지만, 재수가 없으면 가산점을 취득하지 못하여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이것도 승진하려는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는 평생동안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승진을 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교육전문직 진출을 이야기한다. 교육전문직만 되면 교감, 교장까지는 그냥 간다고 이야기하던 어느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승진의 보증수표가 바로 교육전문직을 거치는 것이다. 교육전문직이 되고 나면 승진을 쉽게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교육전문직 임용시험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대단한 경쟁을 뚫고 합격을 해야만이 비로소 승진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자신이 공부한 것과 다른 분야에서 문제가 출제된다면 합격하기 어렵다. 어쩌면 자신이 열심히 한 분야에서 많은 출제가 뒤따라야 가능한 것이 교육전문직인 것이다. 이 역시 로또복권과 다를 바 없다.

끝으로 승진을 하기 위한 또 한 가지 방법은 바로 내부형 공모교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내부형 공모교장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실력과 운이 함께 작용해야 가능하다.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내부형 공모교장인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동안 쌓아온 여러가지 실적들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해당학교에서 원하는 성향이 따로있고, 학연, 지연 등의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호소해도 해당학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선택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역시 로또복권과 다르지 않다.

어쩌면 이글을 보면서 '억지로 꿰맞췄다'는 생각을 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능력이 있다면 승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원래 승진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래라는 것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승진이 로또복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연구실적을 쌓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고, 교육전문직이 승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면 이 역시 고쳐야 한다.

공모교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문제가 많다면 이것도 역시 고쳐야 한다. 연구 시범학교를 선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이 역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승진대열에서 탈락하는 교사들이 조금이라도 적게 나와야 한다.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운이 좌우하는 승진구조는 개선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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