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한글 학자들
“예 세나야, 우리 얼른 가자.”
슬기나가 독촉을 합니다. 나는 이런 슬기나의 독촉이 싫지 않습니다. 우리 반에서는 이런 순 우리말 이름을 가진 아이가 몇 명 있지만, 우리 선생님이 한글학회 회원이시기 때문에 더욱 이뻐 하십니다.
“누가 그렇게 예쁜 이름을 지어 주셨지?”
이렇게 물으시기도 하셨지만, “그 이름은 어떤 뜻으로 붙여 주셨는지도 알아두어야지”하시면서 이름이 가진 뜻에 대해서 까지 물으시며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그래서 우린 5학년 4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한글이름 덕분에 뜨는 사람이 된 거지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에서만 그치지 않고 전교생이 대해서 조사를 해 보시겠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학생 수가 4200명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인구가 4200만 명이니까 꼭 일만 분의 일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까 한 번 조사를 해보는 것도 아주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너희들과 함께 한 번 조사 볼까?”
이렇게 해서 우리들은 연구 과제로 '우리 학교 어린이의 한글이름 실태'란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우리 반에서 한글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고은, 나리, 미라, 보람, 세나, 슬기나 이렇게 6명이나 되어서 각 학년에 한 명씩이 맞게 되었습니다. 가나다 순으로 정하여 차례로 학년을 맡았는데, 나는 우리 5학년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 반의 어린이들이 각자가 정한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한 학기에 한 번 씩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하였습니다.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전교생의 생활기록부를 모두 꺼내 놓고 각 학년에 13개 반이나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살펴보아서 한글이름인 것 같은 아이들의 것만 찾아서 살펴 보고 선생님이 조사를 해보도록 일러주신 대로 부모의 나이, 학력, 직업, 그리고 한글이름을 가진 아이가 그 집에서 몇 번 째인가 등을 조사하기로 하였습니다.
교무실의 한쪽 책상 위에 생활기록부를 모두 꺼내어 놓으니까 산더미 같았습니다. 우선 한 학년에 한 명씩이 맡아서 맨 앞에 있는 전체 명단에서 이름을 살펴보아서 한글이름인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의 것만을 들추어보고 한자가 적혀 있지 않은 경우 조사표에 적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제법 재미있었지만 한 시간이 넘어가니 지겨워서 조사를 하기가 싫어졌습니다. 나는 얼른 끝내야지 싶어서 서둘러 조사를 하였습니다. 5학년 13개 반 중에서 유독 우리 반만 한글이름이 그렇게 많았지 다른 반에는 한 명뿐이거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내가 찾은 5학년 아이들의 이름은 우리 반의 6명 빼놓고 아름, 보라, 하나, 소라, 아롱, 가람, 유리 이렇게 7명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각 학년 별로 조사한 것만 가지고 내일 다시 모여서 전체를 한데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학교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학급에서 '한글학자'라는 이름을 가진 모임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그렇게 불러 주는 것이 싫지 않았고, 도리어 자랑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모이면서도 진짜로 '한글학자'라고 우리 모임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야 ! 한글학자 얼른 모여 우리 마지막 정리를 해야지.”
고은이가 소리치자, 언제나 발빠른 슬기나가
“나는 다 정리 해 가지고 왔거든, 정리가 안된 사람은 먼저 정리를 해야 돼.”
하자
“그러지 말고 교무실에 가서 각자가 조사한 것을 복사하여서 가지고 한 사람이 정리 를 하는 것이 빠를 거야.”
역시 일의 처리가 정확한 보람이가 말하면서
“이리 줘봐. 내가 복사해 가지고 와서 오늘밤에 정리를 해 가지고 올께.”
하고 다른 아이들의 것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 교무실로 내려갔습니다. 이제 한글학자들이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우선 자기가 조사한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내가 조사한 2학년에서는 성과 이름이 좀 안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더라. 정바로, 강아롱은 성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특히 강아롱은 아이들이 강아지라고 놀리기 쉬 울 것 같아서 좀 어색한 것 같았어.”
하고 안나리가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나리는 나리가 아니다가 아니었나?”
하며 나리가 때릴 것에 대비해 미리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하는 미라였습니다. 그 덕분에 한글학자 님들은 한 바탕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서로 자기가 조사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는데 벌써 보람이가 복사한 것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은 우선 한 사람이 전체를 모아야 하니까 각자가 조사한 것을 가지고 해당되는 것을 조사하여 보람이가 부른 것에 대해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우선 아버지의 나이를 조사 해보자, 20대, 30대, 40대, 50대”
구분 빈도(%)
20대 2(2.5)
30대 43(54.4)
40대 33(42.8)
50대 1(1.3)
빈 도
하면서 각 학년 별로 몇 명씩인지를 세어서 적어나가는 것입니다.
“다음은 아버지의 학력은 중졸, 고졸, 대졸, 대학원졸, 기타”
구분 빈도(%)
중졸 4(5.1)
고졸 35(44.3)
대졸 36(45.5)
대학원졸 3(3.8)
기타 1(1.3)
“세번 째로 아버지들의 직업은 다음 중 어느 것인가 ? 회사원, 상업, 교사, 공무원”
구분 빈도(%)
회사원 46(58.2)
상업 10(12.7)
교사 5(6.3)
공무원 3(3.8)
건축업 3(3.8)
운수업 3(3.8)
개인사업 3(3.8)
종교인 2(2.5)
기타 4(5.1)
“자, 그럼 한글이름을 가진 아이가 그 집에서 몇 째 아이인가 ? 첫째, 둘째”
구분 빈도(%)
첫째 44(55.7)
둘째 25(31.6)
셋째 9(11.4)
네째 1(1.3)
계 79(100)
“그래, 이제 우리가 조사한 것은 모두 정리되었고, 그럼 어떤 이름이 가장 많은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내가 조사를 해야겠구나. 79명이니까 이름을 컴퓨터에 입력하 고 소트시키면 같은 이름끼리 모이게 되니까 새어 보면 금방 알게 되겠지 뭐. 그건 내가 처리할께. 그럼 우리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고 내일은 이름을 조사한 것을 가지 고 총 정리를 하여서 발표할 것을 만들어 보기로 하자”하고 보람이가 말하자 아이들은 각자 책가방을 챙겨 들고 교실을 나섭니다.
보람이는 집에서 과제를 끝낸 다음에 오늘 조사한 것을 내어놓고 정리를 해봅니다.
1. 아버지들의 나이는 3,40대가 대부분이고, 학력도 고졸 대졸이 대부분이었다.
2. 아버지들의 직업도 비교적 안정된 직업을 가진편이었고, 회사원만 유난히 60%에 이를 만큼 많았었다.
3. 첫째, 둘째가 대부분이고 아직도 셋째도 10%정도 있었다.
4. 가장 즐겨 쓰는 이름은 아름(7), 보라(6), 하나(4), 보람,나리(3) 고은,나래,다운, 빛나,아림,한나(2) 이었고, 42개의 이름은 같은 이름이 없어서 한자 이름 보다 더 같은 이름이 겹치는 경우가 적었다.
5. 마지막으로 여자들이 72명이나 되는데 비하여 남자는 겨우 7명 밖에 없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아직도 남자 이름은 한자로 짓는 경우가 많고 여자들이 한글 이름이 10정도 많다. 그리고 국민 전체에 대해서는 약 2% 정도만이 한글 이름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저학년 일수록 한글 이름이 더 많았으므로.
이제 내일은 한글학자 님들을 대표하여 전체 앞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