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초

2011.06.20 09:40:00

단 5초도 안된다. 5초를 엎드리도록 했어도 징계를 받는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이다. 앞으로는 4초, 3초, 2초, 1초도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시간에 영상통화를 한 학생을 교무실로 데리고 와서 딱 5초동안 엎드려 뻗쳐를 시킨 교사가 징계를 받았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승진과 전보, 성과상여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어쩌면 해당교사에게 영원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 5초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된 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학생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이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영상통화를, 그것도 남의 핸드폰을 빼앗아 사용했는데 지도과정에서 5초를 엎드리도록 했다고 징계를 내렸다는 것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5초동안 간접체벌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도리어 교과부에서 허용하는 간접체벌을 한 교사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 지나치다.

학생지도와 학생인권사이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무조건적인 인권만 강조하여 학생지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간단한 조치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긍하기 어렵다. 필자가 교사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교과부에서 허용하는 사항임에도 시·도교육청에서 제정한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난다고 징계를 한다면 앞으로 학생지도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교사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않고 교사들만 징계등으로 옥죄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없다. 이론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법들만 나열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학생들이 대체로 교사들의 지도에 불응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면 교사들이 제대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분위기라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경기도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교사들에게는 경종을 울릴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더욱더 자유스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학교교육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이는 교사들 책임이 아니다. 확실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 책임은 교육청에 있다. 교사들이 스스로 무너지고 교육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교사들 책임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인권조례를 만들어 인권을 소중히 했다면 이제는 학교교육을 소중히 해야 할 차례다. 물론 학교교육을 소중히 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학생지도권을 충분히 부여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면 깨워도 또 자는 것이 학교현실이다. 자꾸 깨워도 자는 학생들, 그래도 교사들은 참고 수업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왜? 학생인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잠을 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것도 학생인권침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학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안 되기 때문이다.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알고싶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든 것이 옳다고 해도 너무나 학생인권으로 편중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 개개인의 인권이 중요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학교라는 곳이 단체로 공부하는 곳이지 단 한 명의 학생만 교육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에 절대적인 공감을 한다고 해도 분명한 것은 이런식으로 학교교육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학생지도권에 대한 선을 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경기도교육청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앞으로 교사들만 탓할 것인지 아니면 교사들에게도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줄 것인지. 또한 앞으로도 간접체벌로 인한 문제는 계속해서 징계를 가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학교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인권조례가 있으니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원칙만을 고수한다는 것은 교육청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학생들에게는 환영받고 교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교육청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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