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맞는 우리 딸, "생일 챙겨주세요!"

2011.06.21 09:33:00


'세상에! 같은 부모 핏줄인데 저리도 다를까?'

우리 딸의 언행을 보고 필자가 혼자 내뱉은 말이다. 딸과 아들, 연년생이지만 이번에 고교 졸업과 동시에 모두 대학에 들어갔다.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어려운 대입 관문을 뚫고 들어간 자식이 대견스럽다. 고맙다.

그러나 부모와는 관계는? 원만하지 못하다. 대화가 단절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자식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포기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한다. 자식에게 문제가 있는지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결과가 아닐까?

용돈이 필요할 때나 말문을 먼저 연다. 이번 달에 아들과 딸 생일, 아들에게는 아침 미역국이 전부다. 아들은 좋다 싫다 아무런 말이 없다. 생일 아침에도 출근과 등교 시각에 맞춰 식사는 각자 차려 먹는다.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딸은 다르다. 만만한 외삼촌 식구를 외가로 불러 모은다. 엄마에게는 어떤 선물을 줄 거냐고 조른다. 결국 딸은 선배들과의 모임을 뒤로 하고 친척들을 외가에 모이게 했다.

저녁으로 안양유원지에서 홍삼 민물장어를 숯불에 구워 먹는데 상추와 깻잎, 마늘, 생강을 싸서 맛있게도 먹는다. 된장찌게에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운다. 아침, 점심도 안 먹었다고 한다. 규칙적인 식사로 건강을 지키라는 부모 이야기는 그냥 흘려 듣는다.

아내는 칠보 목걸이와 귀걸이를 선물한다. 외삼촌은 케잌으로 축하 분위기를 연출한다. 딸은 생일에 당연히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위 친척들은 축하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신세대인지? 한 살 아래인 아들과는 다르다. 

우리들의 생일. 대개 수동적으로 임한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챙겨주면 고맙고 그렇지 않으면 섭섭하고 서운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우리 딸은 다르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챙겨달라고 한다. 적극성을 칭찬해야 할지 너무 이기적이라고 충고해야 할지?

원래는 자신의 생일 아침,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면서 "아버님, 어머님! 저를 낳아 주시고 이렇게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런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이다.

"나는 아빠와 엄마하고 대화를 하면 답답해! 해결책이 안 나와."

딸 아이의 말이다. 딸 아이 눈높이로 볼 때 우리 부부가 반성할 점이 많은가 보다. 딸이 방학기간 동안 집에 머물면서 대화가 통할 수 있게 연구 좀 해봐야겠다. 자식에게 올바른 교육을 시킬 기회가 왔다. 서로가 부딪치지 말고 감정 상하지 않게 접근해야 한다. 이번 여름방학, 우리 부부의 과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