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8.4(수) 쾌청
평화공원, 일교조 사무실, 교육위원회, 소학교, 데지마, 구라바엔
낯선 이국땅이라서 그런가 새벽 5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06:00 세면 후 유카다 복장을 하고 호텔 앞에서 기록사진을 남긴다. 07:00 아침식사다. 오늘 강행군을 대비해 공기밥 두 그릇을 비운다. 08:00 숙소 출발이다.
09:10 나가사키 평화공원. 기온은 34도로 햇볕이 따갑다.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나라 매미랑 우는 소리가 달라 낯설게 느껴진다. 1945년 8월 9일 11시 02분.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시각이다. 전쟁발발자에 대한 당연한 응징이다.
해마다 이 날에는 원폭희생자 위령 기념식이 열린다는데 지금 한창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공원에 있는 평화기념상(平和祈念像). 원폭의 실상을 알리고 세계 평화와 문화교류를 위한 기념물이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수대 앞에는 목이 말라 물을 갈구하는 피폭자의 일기가 있다.
10:00 일교조 나가사키지부를 방문하였다. 가미까라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전쟁 도발을 반성하며 평화, 인권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타 서기장은 우리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한다. 일교조에는 교원의 20%가 가입되어 있다. 학교에 운동장, 체육관, 수영장이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예산 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감사장은 교육연구회 1회 모임 행사비 지출이라고 말한다. 인건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다. 교총과 공통 과제인 회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인간관계를 꼽는다. 그 다음이 활동 행태이고 친분을 다져야 한다고 알려준다.
12:00 사해루(四海樓)에서 짬봉을 먹었다. 우리나라의 우동과 비슷하다. 단무지와 김치가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얼마나 손님이 많은 지 예약이 되지 않고 도착 순서대로 자리를 배정하고 있다.
13:30 나가사키 시청에 들려 교육위원회 교육장, 두 명의 부장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일본은 벌써 일반행정에 교육행정이 예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교원들의 교육위에 대한 불만사항과 해결방안을 묻자 바쁜 업무와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응하는 것이라 지적하며 현장 교원들은 통상 저녁 7시에 퇴근한다고 알려준다. 업무 간소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양옥 회장은 일본의 교육여건이 10여년 전보다 악화되었는데 가장 큰 원인이 교육의 일반행정에의 예속이라고 말한다. 교육청과 같은 독립된 기관이 없어 교육예산 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근의 사꾸라마치 소학교를 방문하니 교실에 선풍기, 에어컨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옥상위의 풀장이 눈에 띈다. 일본의 높은 소득수준에 비해 우리의 교육여건보다 열악한 것이다. 교육자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15:10 데지마(出島) 인공섬 도착. 쇄국시대, 1641년부터 200여 년간 서구에 열린 유일한 창구로 일본의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하였다. 세계를 알고 일본을 세계에 소개하는 국제교류의 무대다. 그 역사적 가치를 살리고자 2000년부터 복원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6:00 구라바엔. 1863년 스코틀랜드 글로버가 언덕에 저택을 건설하여 막부 타도의 지사들과 서양 학문에 뜻을 둔 젊은이들, 무역상인들의 저택이 정원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언덕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두 곳, 움직이는 보도 두 곳이 인상적이다.
17:00 나가사키 바이쇼칸 숙소 도착. 언덕 꼭대기에 있어 전망이 최고다. 저녁식사 후 여흥시간, 노래방 기기를 대여해 청룡팀과 백호팀으로 나누어 건배 제의를 하고 노래자랑을 하니 분위기가 흥겹다. 노래방 기계는 한국 것만 못하지만 임원진들이 모국에서 공수한 음료 준비가 감사할 따름이다.
경복여고 박영철 교장의 말씀에 다르면 "여행 성공은 날씨 50%. 가이드 30%. 동료 20%"라고 한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도움으로 구성된 여정, 베테랑급의 한국 가이드, 이심전심이 된 회원과 임원진. 날씨는 푹푹 찌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자위해 본다. 안 회장의 솔선수범에 문화탐방과 함께 체력단련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치 이번 탐방은 일정이 빡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