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학교의 현실

2011.08.09 22:52:00

항간에는 '교사들은 공휴일 다쉬고 방학 때 또 쉬니 그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주5일제 수업이 실시되니 더 좋은 직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방학 때 연수를 받고 새학기 시작을 준비한다고 해도 믿어주는 경우보다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들이 더 많다. 보수가 적다고 하면 세계 1위의 보수를 받는데 무슨 소리냐고도 한다. 안타깝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교직의 현실이다.

공휴일 쉬는 것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주5일 근무제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모두 실시되고 있다. 학교는 일반 공무원들보다 훨씬 더 늦게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었지만 학교는 내년에도 주5일 수업제라고 한다. 그나마 토요일에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서 다양한 교육을 하라고 하고 있다. 방학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지만 지금부터 방학 이야기 좀 할 것이다. 방학의 실태를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오랜 친구 들과 모임을 하고 있다. 방학 중이건 학기 중이건 약속 날짜를 잡기 전에 필자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온다. 약속을 잡아놔도 필자 때문에 약속이 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도 만나면 위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교사가 뭐가 그리 바쁘냐고... 속내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그들은 학생들이 하교하면 교사들의 업무는 끝난다고 믿고 있다. 방학 때는 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목조목 이야기를 해주면 수긍을 하는데 그것이 진짜 수긍하는 것인지는 그들의 속내를 알 길이 없다.

방학 중에 거의 매일 출근을 하고 있다. 학교에 가면 생각보다 많은 교사들이 출근해 있다. 방학 중 근무, 방과후 수업, 학생들의 면담요청, 학부모들의 면담요청, 자기주도적학습실 감독업무 등이 출근하는 주된 이유이다. 요즈음에는 문·예·체 활성화 방안에 따라 방학 중에 관련 활동이 이루어진다. 담당교사와 담당부장이 출근을 한다. 여기에 영재교육을 학교별로 실시하는 곳이 많다. 역시 담당교사와 담당부서 부장이 출근한다. 방학내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절반의 방학기간은 그런 업무들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와중에 연수도 받고 학습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방학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교사들이 쉰다는 것인데, 방학 중에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면 교사들은 무조건 출근해야 한다. 상점에 손님들이 있는데 문을 닫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요즈음의 학생들은 방학이 되어도 학교에 자주 찾아온다. 방과후 수업을 듣는 학생들 뿐 아니다. 교사들과 상담을 위한 것들이 주를 이루는데 미리 약속하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무조건 학교에 와서 교사를 찾는다. 특히 3학년 담임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방학이라도 교사들은 계속해서 학교에 나와야 한다. 도리어 제대로 된 연수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방학 중에는 공문이 안 오기 때문에 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교사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방학이라고 해서 공문서가 줄어들거나 없는 것이 아니다. 학기 중과 똑같은 양의 공문이 내려오고 교사들이 반드시 학교에 나와야 해결할 수 있는 공문들이 많다. 어쩌다가 일이 생겨서 학교를 안나갔더니 곧바로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출근했다는 교사들도 많다. 학교에 나와야 마음이 편하다는 교사들도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학교의 현실은 바로 이렇다. 전출입 학생들이 방학이라고 없는 것이 아니다. 평소와 같이 필요할 때마다 전출입이 이루어진다. 전출을 할려면 담임교사가 있어야 한다. 개별 학급으로 치면 많지 않은 숫자일 수 있지만 학교 전체로 치면 상당한 학생들의 이동이 방학 중에 이루어진다. 모두가 교사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다. 마음이 편하지 않은 방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예를 들어 보겠다. 방과후 수업의 강좌수가 70여개이다. 그중에서 최소한 60% 이상의 강좌를 우리 학교 교사들이 맡고 있다. 강좌에 따라서 1주일에 2~4일을 하게 된다. 4일에 걸쳐 강의가 이루어지는 강좌를 맡은 교사들은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해야 한다. 필자도 주당 2회의 강좌를 하나 맡고 있다. 여기에 교육청 미술영재교육센터이다. 본교 미술교사들이 주로 담당하니 이들도 출근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미술영재교육도 하고 있다. 미술교사들이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다. 독서인증제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영재교육과 독서인증제가 거의 2주일 정도를 실시하고 지난주에 마무리 했다고 한다. 앞서 예로 들었던 문·예·체 교육 거점학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외부강사를 활용하지만 담당교사와 담당부장은 최소한 출근을 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실시하는 수학, 과학 영재학급 수업이 있다. 아직도 토요일만 되면 계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우리 학교의 예이긴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학교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방학이면 편하게 쉰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들려온다. 학생들이 방학이지 교사들은 방학이 아니다. 그동안 밀려있던 업무도 처리해야 하고 여러가지로 더 바쁜 방학을 보내는 교사들이 많다. 일반인들에게 교사들을 이해해 달라는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다. 다만 학교현실이 이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제대로 알아달라는 이야기이다. 지금은 교사지망생이 많지만 수년이 지난다면 상황이 변할 것이다.

업무처리를 위한 방학 중 출근보다 교사들이 더 힘든 것이 있다. 바로 마음고생이다. 이런 현실을 교육당국에서 외면하고 교사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교육당국이 교사들을 어렵게 하는데에 앞장서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가르치는 일보다, 업무처리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마음고생이라는 것을 교육당국에서 알아 주었으면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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