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밀포드사운드의 모습

2011.08.09 23:08:00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가 잠을 깨웠다. 산책을 나갈 수 없어 컴퓨터로 여행지 사진을 정리했다. 이제 여행에 이력이 났다. 아침 먹고 6시 48분에 차가 호텔을 출발하는데도 모두 싱글벙글이다. 비가 그치니 공기가 상쾌하고 햇살이 따갑다. 오늘은 밀포드사운드를 구경하는 날이라 더 '룰루랄라'다.


복 받은 땅을 자연을 파괴해 만든 1차 산업현장으로 생각하고 문명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복 받을 땅으로 만드는 희고 긴 구름의 땅 뉴질랜드. 소득 3만4000불에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들이 다 목장이다. 동물들의 청정국가이자 마지막 낙농국가는 옥수수 등 동물성 사료가 원인인 광우병과도 무관하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풀을 뜯는 동물들에게서 자유가 느껴진다.

가이드는 어린 양고기가 제일 맛있다는 것을 뉴질랜드의 양이 한국의 이양, 김양, 박양보다 많다면서 어린 양은 하느님도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로 소개했다. 900㎏의 소를 2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어 세계 최고 품질의 와규햄버거 생산이 가능하고, 모든 동물들을 농림부에서 관리하고 있어 방목을 해도 훔쳐갈 수 없단다.


기념품가게들이 많은 작은 도시 앞에 큰 호수가 나타났다. '일어 나~ 일어 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가이드가 노래로 잠자는 사람들을 깨운다.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 넓다는 타아나우호수다.

호숫가에 네댓 아름 되는 나무들이 줄지어선 모습이 보기 좋다. 유람선이 몇 대 떠있고 경비행기, 수상가옥, 물고기 포토존 등 제법 볼거리가 많다. 분위기도 한적해 마음 편히 휴식하기에 좋다. 큰길 옆 식당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거나 주민의 절반이 민박을 하는 한적한 거리를 거닐며 여유도 누린다.


구름이 높은 산을 가린 평원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가까운 거울호수는 빙하의 충돌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로 밀포드사운드에 가기 전 필수적으로 들리는 코스다. 입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해가 등 뒤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거울호수(mirror lake)다. 호수의 수면이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물결이 없어 어느 곳이 진짜 물이고, 산이고, 하늘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늘 가득 하얀 구름이 몰려와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물에 비친 반영이 관광객들에게 바로 보이도록 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을 거꾸로 세워놓았다.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져 북반구의 핀란드와 남반구의 뉴질랜드에 있는 피요르드. 겨울에는 3~4번 중 1번, 여름에는 7~8번 중 1번 꼴로 길이 폐쇄되어 하늘이 허락해야 구경할 수 있다는 피요르드랜드가 눈앞이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더 넓다는 피요르드 국립공원은 맑은 날·비오는 날·눈 오는 날의 풍경이 달라 3번을 구경해야 하고, 그중 비오는 날의 경치가 제일이라는데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높은 산을 가렸다 보여줬다 한다.


와! 밀포드사운드다.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피요르드랜드에서 최고의 볼거리가 밀포드사운드다. 1만 2000년 전 빙하에 의해 주위의 산들이 1000m 이상 수직으로 깎여 바다로 밀려들어 만들어졌다. 뉴질랜드의 풍경을 대표하는 장대한 전망을 보기 위해 호화유람선에 올랐다.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밀포드사운드를 구경하지 않고 뉴질랜드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지 말랬다. 유람선이 출항하자 깎아지른 단애, 폭포, 원시림 등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높이 165m의 폭포와 비오는 날 폭포가 100여개 생기는 산 등 사방이 모두 압권이다. 300m 바닷물 위에 3m만 민물이라는데 주위의 풍광 때문에 얕게 느껴진다.

주변의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선상에서 식사도 했다. 밀포드사운드의 풍경이 왜 뉴질랜드에 가봐야 하는지, 고급 관광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욕심으로 짊어진 무거운 짐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를 느끼는데 옆에서 아내가 '여보, 돈 절약해서 여행 많이 다니자'고 말한다.


아침에 왔던 길을 되돌아 차가 고갯길을 넘는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감출까. 다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것도 위대한 자연의 자부심이다. 나도 주위 사람들에게 늘 본연의 모습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이너마이트 하나 터뜨리지 않고 20년 동안 만든 호머터널 입구의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15분간 대기했다. 자연그대로 불빛마저 없는 어둠속 터널을 통과한다.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터널을 출입할 수 없다. 이곳을 3박 4일간 산행하는 천상의 코스는 다녀온 사람들이 하늘을 밟고 왔다고 표현하는데 하루 40명만 입장시킨다. 천상의 코스를 산행하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했다.


수시로 만나는 소와 양들은 머리 숙인 채 풀 뜯어 먹는 게 하루 일과다. 50년 전 이곳에 왔던 당시의 박정희 대통령이 풀을 실컷 뜯어먹는 양을 보고 굶주리는 국민이 생각나 펑펑 울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그때 기아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서산과 대관령에 목장이 세워졌고, 독일에 이어 뉴질랜드가 차관을 줌으로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슴의 고향 모스본을 경유해 퀸스타운으로 향한다.

뉴질랜드의 정책들이 인간의 절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한다. 방귀세로 벽난로를 지원하고, 뿔 예쁘게 키우려고 나무의 성장점을 갉아먹는 사슴은 자보호운동가에게만 사냥이 허락된다. 토끼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들여온 스토시가 새까지 잡아먹어 곤충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한다. 소각장이 없어 골칫거리였던 게 사슴뿔이다. 초기에는 가져가는 사람들에게 샴페인까지 얹어주며 고마워했다는데 우리끼리 경쟁하며 값을 올려놨다.


퀸스타운으로 돌아와 어제 빗속에서 봤던 풍경을 다시 구경했다. 녹색 잔디밭에 둘러앉은 가족들, 호수가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연인들, 보트를 타는 젊은이들이 넓은 호수의 주인공이다.

호숫가와 낮은 언덕위에 소박하고 아름다운 작은 별장과 켐핑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시골마을에 온 것처럼 조용하고 호젓하다. 마냥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호수의 풍경이 아름답다. 이래서 퀸스타운을 호수의 도시, 여왕의 도시라고 하는가보다.


청정지역이라 호텔이 도로변에 있는데도 나뭇잎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영화 실미도의 30%를 퀸스타운에서 촬영했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은 후 남자들끼리 실미도 촬영장이 있는 근처의 스키장으로 갔다. 촬영장을 찾다가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며 빠르게 사라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산에서 내려왔다. 마침 아내가 일행들과 시내로 쇼핑을 다녀와 둘이 어둠으로 물드는 호텔주변을 산책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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