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 대상 민간기관 참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시범운영 알림이라는 공문을 8월초에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과부의 특별교부금에 의해 운영되는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를 대상으로 민간기관 참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니 동 시범운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방과후학교 민간기관 참여 모델을 개발한다는 것이 추진목적이라고 했다. 민간기관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교과부에서 추천하는 민간기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현황을 붙임자료로 제공하였다. 대부분이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대부분 현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로 차별화된 것을 찾기 어려웠다.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에서는 사교육을 절감하는 것에 최대 주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 그동안 여러번의 협의를 거쳐 아이디어를 짜내서 개설한 강좌들이 교과부에서 추천하는 민간기관 강좌들이다.
문제는 이미 학교에서 강좌를 개설하여 잘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왜 민간기관 참여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보라는 것인가와 강좌에 따른 수강료가 현재 학교에서 운영하는 동일 프로그램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공문을 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운영계획서를 보고하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을 보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다.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교과부에서 권장하니 그대로 치나칠 수 없다는 점과 과연 수강료가 더 비싼 강좌를 학생들이 신청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때문이다. 더구나 담당교사가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서 수강료 문제를 이야기 했더니 수강료를 내려서 받을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굳이 학교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민간단체에 개방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만일 외부의 민간기관이 학교에 와서 강의를 한다면 그곳에서도 관련분야의 강사를 구할 것이고, 해당강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서 강의를 하게 될 것이다. 운영방법이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학교와 전혀 다르지 않다. 물론 질적으로 더 높다고 하면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같은 강좌에서 특별히 능력을 더 갖춘 강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강사를 구할때는 면접을 거치고 직접 학생, 교사, 학부모 앞에서 시연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강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질적으로 전혀 떨어질 이유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 민간기관에 방과후학교 강좌를 개방하려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학교는 민간기관에 장소를 제공하고 학생들은 도리어 더 높은 수강료를 내면서 배워야 한다. 이것이 사교육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는가. 민간기관일 경우는 해당강사에게 강사료도 지급해야 할 것이고, 민간기관이므로 이익도 남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윤을 남길 필요가 없다. 수강료 자체를 모두 학생들 교육에 투자하면 그만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민간기관의 수강료가 높은 이유일 것이다. 학교는 장소를 제공하고 수강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도리어 교실 임대료와 수강생 모집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교과부에서는 실제로 민간기관의 학교참여 모델을 개발한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힌 다음 공문을 시행했어야 한다. 또한 자체적으로 방과후학교가 잘 운영되지 않는 학교만을 대상으로 했어야 옳다. 현재 방과후학교를 잘 운영하는 학교에 시범운영을 하겠다는 것은 학교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방과후학교 수강생을 모으는 것이 일선학교의 고민거리다. 그런데 갑작스런 외부 민간기관의 참여는 수강생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틀을 깨기 때문에 학교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의도가 불분명한 민간참여 모델 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