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청정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을 대표한다. 그중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춘천은 맑고 수량이 풍부한 소양호와 공지천, 소양강과 북한강이 있어 희망이 강물처럼 흐르는 물의 도시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춘천이 서울-춘천고속도로와 경춘선 복선전철로 가까워졌다.
우리나라에 어디 이런 곳이 어디 한둘이겠느냐만 춘천은 특색이 많은 도시다. 춘천을 대표하는 닭갈비와 막국수는 국민 모두가 즐겨먹는 서민음식이다. 국립춘천박물관, 강원경찰박물관, 강원도산림박물관,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애니메이션박물관, 강원대중앙박물관 등 춘천에는 역사를 이어가는 박물관이 많다. 머리 빡빡 밀은 젊은이들이 덜컹거리는 경춘선 열차를 타고와 입영하던 추억의 장소다.
8월을 보내기 전에 호반의 명소를 둘러보고 싶어 아내와 춘천을 다녀왔다. 춘천시내에 들어서 춘천역과 남춘천역을 지나고, 소양2교를 건너고, 심일로와 신생발로를 달려 북쪽 끝에 위치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으로 갔다.
향토음식을 테마로 건립한 박물관의 메밀전시관에는 메밀의 유래와 분포, 메밀의 효과와 역사, 메밀과 관련된 전문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막국수관에서는 막국수의 종류, 제조법, 유래 등 막국수에 대한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곳을 첫 여행지로 택하면 오늘 돌아볼 곳들이 모두 길 오른편에 위치해 여행하기 편하다.
강원경찰박물관을 지나 산림박물관이 있는 강원도립화목원으로 간다, 입구에서 우리나라 꽃 무궁화와 아이들의 놀이터인 분수광장이 맞이한다. 반비식물원의 전망대에 오르면 화목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산림박물관에는 다양한 체험시설물과 우리의 임업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많다. 시설물들이 모두 평지에 있어 화목원은 자연과 함께하며 마음 편히 휴식하는 도심 속의 공원이다.
강원도립화목원을 나와 인형극장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오른편에 춘천인형극장과 춘천인형극박물관이 있다. 춘천인형극장(http://www.cocobau.com)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형극 전용극장으로 매년 8월에 춘천인형극제가 열리는데 축제기간이 지나 한산하다. 춘천인형극박물관에는 각종 인형과 인형극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춘천농공고등학교, 강원교육청, 소양중학교가 나란히 있는 심일로를 달린다. 춘천하면 바로 떠오르는 노래가 국민애창곡인 소양강 처녀다. 소양2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높이 7m, 무게 14t의 소양강 처녀상이 공지천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다. 18세 소녀의 청순함과 애틋한 기다림을 현대적 감각으로 힘이 넘치게 표현했다. 소양강 처녀 노래비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소양강 처녀 노래가 흘러나온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다.
호반순환로를 달리다 공지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하여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당한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이곳에서 6·25 참전상황, 에티오피아의 문화와 전통, 춘천시와의 자매결연 내용을 확인한다. 에티오피아참전기념비는 길 건너편 조각공원에 있다.
참전기념관 옆에 에티오피아로 부터 직접 수입한 원두커피를 재료로 사용한다는 카페 이디오피아가 있다. 허름해 보이는 이 집이 에티오피아 황제가 주인 내외를 초청하고 에티오피아 국빈이나 대사관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에티오피아와 우리나라의 민간외교사절이다. 개업 후 하루도 문을 닫지 않았다는 춘천의 명소에서 아내와 나는 102보충대로 입영하는 둘째 때문에 이곳에 들렀던 날을 떠올렸다.
보트나 수상스키, 낚시, 산책, 음악회 등 남녀노소 누구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공지천이다. 공지천교를 건너 공지천공원으로 가면 물가에 벤치들이 놓여있다. 강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벤치에 앉아 방금 다녀온 이디오피아와 물위에 떠있는 오리배들을 바라본다. 나무 계단이 춘천MBC까지 이어진다.
공지천공원에서 나와 상천동중도선착장으로 갔다. 의암댐 건설로 생긴 섬 중도는 선사시대유적지가 있고 물안개가 잊혀 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줘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배가 도착하자 중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줄지어 내린다. 차를 도선해 중도를 한 바퀴 돌아보면 좋으련만 시간이 부족하다. 뱃시간만 알아보고 다음을 약속했다.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는 송암스포츠타운을 지나 규모가 작은 의암수력발전소로 간다. 누군가 신선은 구름이 있는 곳에서만 산다고 했다. 구름이 아니면 어떤가. 의암호는 멋진 물안개로 유명하다. 물안개는 추한 것을 적당히 감추고 아름다운 것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을 닮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시간이 아니다.
길게 이어진 의암호와 건너편 산위의 삼악산장이 아스라하다. 신연교를 건너 박사로를 달리면 경춘로와 만난다. 강촌교를 건너 강촌유원지를 차창 밖으로 구경하고 굽이 길을 한참 달려 서울춘천고속도로 강촌IC에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