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얼굴부터 달라졌어요"

2011.10.02 11:31:00

근무지는 바뀌어야 하고 학교장도 정기인사를 통한 전보가 필요하다. 공직자의 한 군데 장기근무는 나태함을 가져올 수 있다. 새 임지에 부임했을 때 학교장의 할 일은 낯설음을 기록하고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원행정이고 실천하는 교육이다.

필자는 근무지가 바뀌었다. 서호중에서 초임 교장 4년을 마치고 율전중에 지난 달 부임하였다. 자연히 학교,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 여건이 비교가 된다. 서호중은 현재 개교 6년차이고 율전중은 개교 13년차이다. 당연히 현재교가 학교 기틀이 확고히 잡혔다. 과연 역사는 무시할 수 없다. 선배 교장들, 교직원들의 노고가 보인다.

그렇다고 고칠 것이 없을까? 부임하자 마자 기존 교직원들에게 무심코 넘어가는 것이지만 새로 부임한 교장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을 메모하였다. 그리고 행정실,  교무실을 통해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이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바뀌기 전에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교육사랑의 마음으로, 주인정신에 입각해 눈 크게 뜨고 찾아보니 수 십가지가 나온다. 다른 분들은 다만 찾으려는 마음이 없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작은 것' 하나가 학생들의 인성을 바꾸고 애교심을 키운다고 보았다. 애교심은 애향심이 되고 애국심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을까? 들어간 비용은? 바뀐 것은 많고 비용은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작은 수고로 해결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행정실 주무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 몇 개는 외부 업체를 이용하기도 하였다. 바뀐 것 수 십가지 중 몇 가지를 꼽아본다.

△교문과 운동장 : 페인트가 떨어진 학교 명패 단장 작업, 교훈석 교표 색칠, 교문 옆 현수막 철거후 매달린 철사와 끈 제거, 파고라 지붕 떨어진 것 A/S 처리, 동쪽과 남쪽 울타리 펜스 구멍난 것 보수, 농구대 백 보드 나사 고정시키고 녹슨 부분 페인트칠, 운동장 가장자리 배수로 낙엽제거, 철봉 인근 느티나무 가지치기, 씨름장 타이어 옮기기, 울타리 기둥 나사 고정시키기, 스탠드 스피커선 정리 등

△학교 건물 및 기타 : 동쪽 현관 실내 지붕 보수, 현관 기둥 껌과 낙서 제거. 현관 적벽돌 사이 백 시멘트로 보수, 세콤 보안선과 전선 정리 정돈, 태권도 훈련장 가스 계량기 배선 정리, 축구부 숙소 전기 배선 정리, 교사 후면 울타리 통과 전기선 정리, 걸레 건조대용 핸드볼 골대 지면과 띄워 녹슬음 예방, 잣나무 울타리 케이블선 제거, 학교 울타리 불법 광고 현수막 제거, 떨어져 나간 눈썹 보수 및 페인트칠, 건물 외벽 에어컨선 보완 및 도색, 옥상 배수로 오물 제거  등

△특별실 및 교실 :  교장실 형광등 스위치 교체, 전기 스위치에 위치 표식하기, 불량 태극기 교체, 다목적실 현수막봉 보완, 다목적실 창문 목제 제거, 스피커선 정돈, 음악실 바닥 구멍 뚜껑 씌우기, 음악실 커텐 정리, 복도 훼손된 천장 보수, 현관 난간 청소, 커텐 고리 보수, 도서실 복도 환경구성 틀린글자 정정하기, 각실 관리책임자 이름표 정정하기 등

얼마 전 우리 학교 행정실장이 말한다. 교문에 있는 학교 명패를 색칠하고 광을 내니 학교가 달라져 보인다고. 학교 명패는 학교 얼굴이다. 지저분한 상태로, 퇴색한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또 얼마 전 친분이 있는 관내 교장에게 우리 학교 농구대 백보드 고정 나사 8개 빠진 것을 보수했다고 하니 보통사람들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필자의 닉네임은 교육사랑이다. 교육사랑의 관점에서 보면 학교 건물, 학생이나 교직원들 활동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다. 잘못된 것을 보고 무심히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 직무유기로 생각된다. 그래서 메모하고 개선을 하는 것이다. 교장의 이런 작은 실행이 학교를 바꾸고 우리나라 교육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수 년 째 하고 있는 교육 리포터 활동도 그런 맥락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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