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 가득한 강원도립화목원

2011.10.05 13:05:00


올 여름은 비오는 날이 더 많았다.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다. 태풍의 피해까지 겹쳐 마음 편한 날도 드물었다. 그래도 세월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풍요의 계절 가을을 맞이했다.

아! 높은 하늘이 활짝 열렸다.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강원도에서 시작된다. 그중 춘천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가 있다. 춘천은 덜컹거리는 무궁화호 열차에서 통기타를 치며 낭만을 누리고, 입영하는 연인과 눈물로 이별하던 추억의 장소였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호반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마음을 그곳에 내려놓고 와야 해 경춘선 열차는 춘천으로 가기만 하는 열차라고 했다.

불편했던 교통편이 옛 얘기가 되었다. 복선의 전철에서 전동열차가 달린다. 운행횟수가 늘어났고, 도착시간이 짧아졌으며, 운임도 저렴하다.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다. 한강ㆍ북한강ㆍ홍천강을 횡단하고 유명산ㆍ팔봉산을 통과하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끽한다. '룰루~랄라~'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춘천으로의 여행길에 한번쯤 들러야 하는 곳이 강원도립화목원이다. 수목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화목원에서 1년 내내 꽃내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화목원은 산림개발연구원이 2만4천여 평의 부지에 꽃나무를 중점적으로 육성한다. 규모가 큰 수목원에 비해 아담하고 인공호수, 분수대, 팔각정 등이 모두 평지에 이루어져 잘 가꾸어진 공원을 연상시킨다.

화목원은 식물연구의 장, 자연체험학습의 장, 문화행사의 장으로 사람, 자연, 문화가 함께한다. 학생들이 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학습공간으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 좋은 산책로도 잘 꾸며져 있다. 산림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체험시설물과 우리의 임업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야생화전시회, 국화축제, 숲속의 작은 음악회 등 계절별로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휴식하기에도 좋다. 




화목원에 가면 아치형 입구에서 다정다감한 이미지의 반달곰 반비가 맞이한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화려하게 꽃을 피운 무궁화가 줄지어 서있고, 분수광장의 바닥분수가 30여 가지 모양을 연출한다. 분수광장은 더위를 식혀주는 어린이들의 놀이터로 화목원의 핵심인 반비식물원과 산림박물관을 연결하는 중심축이다. 바로 옆 입체형 목각퍼즐도 아이들에게는 공부거리다.

15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반비식물원부터 관람한다. 자생식물을 전시보존하고 연구하는 자동화시스템 유리온실에 난대식물원, 관엽식물원, 다육식물원, 생태관찰원이 있다. 철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화목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람 동선을 확인하거나 창문을 열고 사진촬영하기에 좋다. 


반비식물원 우측의 버즘나무는 둘레 5.4m, 높이 30m로 자태가 늠름하다. 수령이 100년 넘었다는 버즘나무 옆으로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있고 그 끝에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반비쉼터가 있다.


아침 산책을 하듯 지피식물원과 맨발로 걷는 길을 지나면 온 몸의 피로가 싹 풀린다. 각종 행사가 열리고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잔디원 앞에 토피어리원이 있다. 이곳에서 반비, 타조, 다람쥐, 공룡 가족을 만난다. 찰칵! 멋진 포즈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반비광장을 지나면 화목원 안의 또 다른 공간 산림박물관이 비밀의 화원처럼 끝자락에서 맞이한다. 박물관은 도심 속의 산림휴양과 자연학습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괴목, 화석, 규화목이 전시되어 있고 터치스크린으로 강원도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박물관은 4개의 전시실인 숲의 체험관ㆍ자연과 산림ㆍ산림과 생활ㆍ산림의 이용과 미래, 4D영화 특수영상관, 기획전시실, 다목적실에서 산림의 종류와 역할, 숲속의 생태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산림백과사전이다.


바로 옆 잔디밭에 작고 아담해서 정이 가는 정자 반비정이 있다. 이곳에서 60대 중반의 여자 분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슬며시 끼어들어 대화를 나눴다. 교회 친구들이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닭갈비와 막국수 먹으러 왔단다. 친구들끼리 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말에 사진촬영은 동의했지만 이름 밝히기는 꺼리신다. 


약용ㆍ멸종위기 식물자원보존원, 암석원을 지나면 우리의 옛 정취가 풍기는 굴피집과 물레방아가 있다. 생태학습장인 수생식물원은 우리나라 지도 모형으로 조성되었다. 주변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화목정은 조선시대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운치 있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어야 할 이곳이 잦은 비와 태풍의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숲해설과 함께하면 들꽃이나 나무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식물도감을 지참하면 자연학습에 더 효과적이다. 날씨 좋은 날 강원도립화목원으로 떠나보자. 배꼽시계가 울면 인근의 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 먹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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