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교육 (2)

2011.10.05 13:12:00

1교시 수업을 끝내고 2교시 수업을 참관했다. 고등학생들이었다. 예쁜 교복을 입고 있으니 더욱 예뻐 보였다. 지리수업이었다. ‘한국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이 수업 주제였다. 교실도 아담하고 예뻤다. 우리나라 교실의 3분의 2정도 크기였다. 직사각형 넓은 탁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분임토의를 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ㄷ’자 모양의 교실 벽에는 폭신한 하나로 된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칠판을 향한 맨 뒤쪽에는 저와 러시아 34번 교장선생님이 나란히 앉았고 그 옆에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앉았으며, 양 옆에는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러시아 선생님이, 다른 한 쪽에는 한국 학부모님들이 앉았다. 양 테이블에는 10명 정도의 학생이 앉아 있었다.

수업은 파워포인트로 진행됐다. 지리선생님께서 한국에 한 번 다녀간 일이 있는데 서울을 비롯하여 부산 등 여러 도시를 방문하여 특색 있는 것은 모두 사진으로 찍여 파워포인트로 학습자료를 만들었다. 이 선생님은 평소에도 주말이 되면 다음주 수업을 위해 농장에서 교재연구를 한다고 하셨다. 그 정도로 수업준비가 철저했다.

이 날도 수업준비를 아주 많이 한 것 같았다. 한국에 대한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이순신장군 사진과 거북선, 무궁화, 박지성과 김연아 선수 등의 사진도 준비했고 식당의 고기를 굽는 판까지 사진으로 준비하였다. 수업도 아주 재미있고 수준높게 하셨다.

예를 들면 한국의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 넉 장과 러시아의 유명한 사람 사진 넉장을 보여 주면서 시대별로 맞게 짝지어 보라고 하였다. 학생들은 두 분임별로 한참 토의를 하더니 자기 나름대로 답변을 하기도 하였다. 또 한국의 국화가 무궁화인데 무궁화를 보여주면서 이 무궁화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묻는 문제도 있었다.

식당의 고기를 굽는 두껑이 덮여있는 판을 보여주면서 이것은 무엇하는데 사용하는 것인지 묻기도 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처음보는 것이라 신기해 하는 것 같았다. 팀별로 의견을 주고 받더니만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나중에는 한 학생이 고기 굽는 판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함께 참여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도 큰 도움이 되었으리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나라에서 한국인의 교육자가 학교를 방문한다고 한국의 날 행사를 하며 한국에 대한 수업을 보여주겠는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같은 교육자로서의 예우를 최대한 갖추어 주셨고 마음이 흡족할 정도로 따뜻하게 배려해 주셨다. 그 고마운 마음이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모스코바는 학교 이름을 번호로 붙이고 있었다. 모스코바에만 2400개의 학교가 있는데 모스코바 공립 1번학교에서 모스코바 공립 2400번학교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지명을 따라 주로 학교 이름을 붙이지만 모스코바에서는 학교 이름 붙이는 것이 특이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우리가 방문한 모스코바 34번학교는 아침 8시 반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1시 내지 2시가 되면 모든 수업이 끝나고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숙소가 한국인 아파트였는데 한국처럼 밤늦게 공부시키지 않고 오후 1,2시가 되면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도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면서 다소 흥분된 소리로 말씀하셨다.

학교 교문도 특이했다. 우리처럼 교문이 없었다. 일반 문을 하나 열고 들어가니 바로 골마루가 나왔다. 학교 운동장도 없었다. 그 넓고 넓은 땅에서 왜 운동장을 만들지 않았으며 우리처럼 교문을 거창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번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었다. 경비하시는 분이 계셔서 지키고 있었고 어린이들은 학부모님이 직접 애들을 데리러 오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았다. 우리처럼 방과 후 마음대로 교문을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니 학생들의 안전과 생활지도는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학교가 너무 깨끗해 어떻게 관리하는지 물으니 청소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다고 하셨다. 70년이 넘은 학교인데도 너무 관리를 잘해 100년은 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골마루가 아주 넓었다. 70년 전에 건물을 지을 때도 학생들의 활동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교육의 도시 모스코바라고 부르고 싶었다. 우리들이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시사하는 바도 많았다. 러시아에는 왜 문학인들이 많이 나오는지 물었더니 많이 배워서가 아니라 인품을 갖춘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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