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교장에게 부탁하는 것은?

2011.10.20 10:20:00

오늘 점심 시간,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 교장 두 분과 필자, 지역의 성당 신부가 만났다.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부다. 필자도 부임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성당과 학교가 협력할 일이 있으면 협조하자는 것이다.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자는데 모두 찬성이다.

이 자리에서 신부는 교장에게 두 가지 부탁을 한다. 성당에 오는 학생들을 보면 앉아 있는 자세가 구부정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바른 자세를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건강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는 바른 자세로 앉기, 서기, 걷기 지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에서 바른 자세 지도를 소홀히 하고 있다. 과거엔 공부시간에 바른 자세 지도를 철저히 했다. 수업도 중요하지만 자세가 헝클어져 있으면 그것부터 바로 잡고 수업에 임했다. 그런데 지금은? 바른 자세 지도하는 교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우선 교과 진도 나가기 바쁘다. 교수-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일방통행인 경우도 많다. 또 학생들의 올바른 자세 지도를 포기한 중요한 이유 하나는 학생 인권조례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학생인권만 강조하다보니 교권이 무너져 내렸다.수업 시간 태도가 나쁜 학생 지도하려다 봉변을 당하는 교사들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런 사례를 직접체험했거나 간접체험한 교사들은 학생 지도를 아예 포기한다.

엎드려 자는 학생, 삐닥하게 않는 학생, 뒤돌아 보는 학생, 턱을 괴고 있는 학생, 떠드는 학생 등을 바로잡아 주려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져 교사의 말이 학생들에게 먹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좋은 말로 지도하려 하면 그들은 '잔소리'로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이게 급박한 교육과제다.

둘째, 그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닭고기를 먹이자고 제안한다. 요즘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닭은 좁은 닭장에서 27일간 속성으로 키운 닭이라 한다. 운동도 제한시키고 성장을 촉진하는 사료에 성장호르몬, 여성호르몬을 투여해 생산해 낸 것이라 그것을 계속 섭취하면 건강을 해쳐 미래가 어둡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속성으로 키운 닭 대신 6개월 정도 건강하게 키운 닭, 예컨대 씨암탉 같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호르몬으로 키운 닭을 한 달에 한 마리 먹는 것보다 6개월에 한 마리 먹더라도 제대로된 닭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래야 제대로 된 닭고기 섭취라고 한다. 먹거리를 강조한 것이다.

가격으로 볼 때 속성으로 키운 닭이 5천원에서 1만원이다. 이것보다 6개월 제대로 키운 닭을 12만원 정도에 먹어야 된다고 한다. 소비자 경제 논리로 따지면 맞지 않겠지만 그 정도 가격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장모가 귀한 사위를 대접할 때 씨암탉을 잡아주는 것처럼.

신부는 자기의 공부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공부가 바닥이었다고. 초교 6년, 그가 담임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어요?" 선생님으로부터 답이 나왔다. "공부시간 자세 바르게 하고 선생님의 눈을 쳐다보아라. "그는 이것을 그대로 실천했더니 성적이 상위를 차지했다고 실토한다.

우리의 학생들을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 건강하게 자라려면 우선 바른 체형이 중요하다. 서 있을 때, 앉아 있을 대, 걸어 갈 때, 잠잘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바른 자세를 지도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음식 섭취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을 습관적으로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건강을 해친다. 또 올바른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게 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힘을 합쳐 지도할 몫이다. 우선 바른 자세부터 지도할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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