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마을의 추억을 남겨줄 것인가?

2011.11.10 20:28:00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시루떡을 들고 동대표 회장, 부녀회장, 관리소장이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주민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전입을 환영해 준다. 떡의 분량은 옆집, 윗집, 아랫집과 함께 나누어 먹을 정도로 준비한다. 그러면 우리 아파트에서 이웃 간 정을 나누는 미풍양속이 조금은 살아나지 않을까?’ 요즘 필자가 실행하려는 계획이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아니다. 얼마 전 만난 수원시 마을 만들기 추진단장의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 좋은 아파트 만들기 즉석 아이디어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인사 나누기'. 이웃 간 얼마나 단절이 되었는지 단적으로 알려준다. 여든이 넘은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그 분은 아파트 아래층 새로 온 이웃에게 “얘야! 떡 좀 해다 드려야지!”라는 부모님 말씀을 전한다.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내밀라는 어르신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2010년 기준 수원시 공동주택 보급률은 83%이고 그 중 아파트가 70%다. 110만 명 중 90만명 이상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것이다. 수원 거주자 중 토박이는 대략 10∼15%라고 들었다. 수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도시 지역 사람들은 지금 사는 곳이 제2의 고향이다. 이들이 좋은 이웃을 두고 따뜻한 정을 느끼며 행복하게 사는 마을을 만들 수 없을까?


필자는 최근 마을행사 두 개를 체험하였다. 하나는 ‘제1회 율천동 밤밭 축제’에 동참한 것이고 하나는 구운동 5개 아파트 공동 ‘가을맞이 마을음악회’ 주관이다. 행사를 통하여 감동도 받았고 깨달음도 얻었다. 밤밭축제에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행사에 참가하여 여러 기관장들께 인사도 드리고 노래자랑에 출연하여 율전동 한 가족이 되었음을 알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밤밭축제를 둘러보니 사생대회에 참가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밤이 주렁주렁 열린 마을 풍경을 그려놓는다. 지난 봄에 주민들이 심고 가꾼 밤나무 동산을 보고 그린 것이다. 페이스페인팅, 네일 아트, 수지침, 밤 구워먹기 등의 체험행사도 있고 전시 및 공연행사도 있다. 지역주민이 한 마음이 되는 흥겨운 축제다. 좋은 마을 만들기를 민간 주도로 진행하는데 밤밭(栗田)이라는 마을의 정체성이 살아나고 주민 소통과 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마을음악회는 아파트 대표회의 주관으로 일월공원에서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처음 갖는 행사라 아파트별 비용 분담과 공원 시설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하였다. 인근의 일월지구 상가 번영회, 이마트, 농협수원유통센터에서 기꺼이 경품 협찬을 해 주었다. 특히 필자가 사는 아파트 동대표들은 행사 소요 비용을 각자 부담하여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멋진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교육을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마을의 추억을 남겨줄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쾌적하고 품격 높은, 정(情)이 살아 숨쉬는, 소통이 있는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이제 아파트는 주거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 공동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자 우리 아이 유년의 기억 속에 소중히 남아야할 고향이다. 그러고 보면 좋은 마을 만들기는 위대한 일이다.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이 운동은 주민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지고 주민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파트는 나의 고향이요. 후손의 고향이다. 그런 관점에서 출발하면 우리 마을, 쾌적하고 품위 있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우리 마을을 스스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그게 교육을 맡은 어른들의 할 일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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