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의 할 일

2011.11.10 21:20:00

오늘은 수능일이다. 전국적으로 날씨가 따뜻하다 하니 다행이다. 수험생들은 안 그래도 마음이 떨리고 있는데 날씨까지 추우면 얼마나 많이 떨리겠는가? 차분하게 시험을 모두 잘 쳤으면 한다. 본인이 바라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수능이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허탈해지기 쉽다. '시험을 잘 쳤을까? 내가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다른 친구들은 시험을 어떻게 쳤을까? 나의 성적이면 내가 꿈꾸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할 수 있을까?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도 맞출 수 있었을 텐데…'아쉬움 속에서 자신을 한탄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자녀들에게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 ‘좀 더 열심히 하지, 그 정도밖에 시험을 못 쳤어? 그래가지고 대학이나 가겠어?...’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든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하게 되고 잠은 오지 않고 여러 가지 잡념 속에 빠지게 된다.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을 치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명심보감 훈자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만 같음이 없다”고 하였다. 시험 치고 난 것에 대한 생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편안을 주지 않는다. 기쁨도 가져주지 않는다. 오직 불안만 가중시킨다. 이럴 때 책을 읽는 것이 최고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골라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평상심을 찾을 수 있고 기쁨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잊게 되고 오직 마음에 평온을 찾을 수 있다. 가벼운 책도 좋고, 신문도 좋고, 무슨 책이든지, 무슨 글이든지 읽도록 해보라. 반드시 유익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명심보감 훈자편에 보면 “지극히 필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만 같음이 없느니라”고 하였다. 여영공은 “ 집안에 지혜로운 어버이와 형이 없으면 밖으로 엄한 스승과 벗이 없으면 능히 뜻을 이룰 수 있는 자가 드무니라”고 하셨다.

부모님은, 가족은 지혜가 필요하다. 시험치고 난 학생들에게 먼저 편안함을 줘야 한다. 따뜻함도 줘야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적게 해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말을 해야 한다. 앞을 내다보고, 멀리 내다보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녀에게 가르칠 것은 우선 사람됨이다. 인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 시험을 치고 나면 해방감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방탕의 길로 가기 쉽다. 명심보감 훈자편에 보면 “남자가 자라나거든 풍류나 술을 익히지 못하도록 하고, 여자가 자라나거든 놀러 다니지 못하게 할지니라”고 하였다. 이 말씀이 수능시험을 치고 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여학생이 모여서 돌아다니는 것도 위험한 일, 남학생이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하고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이런 교육을 일차적으로 시킬 분은 바로 부모님이 되어야 한다.

명심보감 훈자편에는 이어서 “엄한 아버에게는 효자가 나오고, 엄한 어머니에게는 효녀가 나오느니라”고 하였다. 엄한 아버지, 엄한 어머니가 되어야 좋은 자식이 될 수 있다. 너무 풀어주면 탈이 난다.

또 이어서 이렇게 가르치신다. “아이를 사랑하거든 매을 많이 주고, 아이를 미워하거든 먹을 것을 많이 주라”고 하였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는 자녀가 일탈행동을 하지 않도록 따끔한 충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관리가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미워하는 부모 어디 있겠나만은 혹시 시험을 잘 못쳤다고 하더라도 따뜻한 음식, 정성이 들어간 음식으로 자식을 따뜻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명심보감 훈자편 마지막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남은 모두 귀중한 주옥을 사랑하지만, 나는 자손 어진 것을 사랑하느니라” 돈 번다고 정신없이 그냥 지나가지 말고 자식이 더욱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따뜻한 훈계의 말씀을 한 번쯤 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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