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 감독을 하고

2011.11.14 11:52:00

2011년 11월 10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시험)이 전국 1207개 고사장에서 치러진 가운데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수능 시험 업무에 종사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개선안을 제안해 본다.

우선 학교의 수능 시험 준비가 너무 힘들다. 방송 점검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있었다. 시험 전날은 시험장 준비에 학교 전체가 참가한다. 청소를 하고, 학급 아이들과 시험장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는 감독관 회의를 한다. 반드시 두 시간 이상 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철저하게 교육이 진행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담당 부서는 더 세심한 준비를 한다. 시험장 설치부터 시험지 운송 차량 계약, 감독관 식사 준비 등 그리고 감독 교사 배정까지 한 치의 오치가 없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또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감독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받을 때부터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 신발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신어야 하고, 향수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해 한 번은 쉬지만 대부분 하루 종일 긴장된 상태에서 오후 5:35까지(외국어 선택 과목을 보는 경우) 서 있다. 1교시 시험은 80분이지만 감독 교사 입실은 30분 전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부터 교실에서 꼬박 두 시간 가량을 서 있다.

거의 하루 종일 서 있어야하는 것 뿐 아니라, 긴장도가 높은 감독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시험인 수능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 생각을 하니 감독 교사들은 부담감이 크다. 학생들이 긴장 속에 시험을 치르지만, 감독하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들도 이러한 부담감 때문에 전날부터 긴장을 해서 잠을 설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험지를 나눠 주고 다시 거두고, 답안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서무요원의 업무도 힘겹다. 아침 새벽 5시까지 출근해 교육지원청으로 가서 시험지를 수령하는 업무부터 시작한다. 시험지 박스는 거의 30~40Kg이나 된다. 그것을 들고 와서 다시 학교에서 보안 관리를 위해 교장실로 가고, 또 시험이 시작되면 고사 본부로 옮긴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이 반복된다.


이런 모든 과정이 어차피 교사가 해야 할 몫이라면 크게 불평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업무 진행에서 몇 가지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일부 교실은 수험생이 1명~10명 내외인 경우가 있다. 선택과목이 달라서 이렇게 배치했지만,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1명인 교실에 2명의 감독을 배치하는 것은 낭비적 요소가 있다. 이 상황은 시험을 보는 학생이나 감독관들이나 모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세심한 검토와 체계적인 편성으로 최소한 10명 이하의 수험생을 배치하는 교실은 없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수험생을 배치하면 수험생도 편하고, 감독 업무도 줄어든다.

그리고 4교시 감독은 세 명이 들어간다. 선택과목 시험지 걷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없다. 두 명의 감독관이 충분히 할 수 있다. 28명이 시험 보는 교실에 세 명의 감독관이 입실하니까 수험생들도 당황한다. 세 명의 감독관 입실은 교실도 좁아 보이고, 조용한 가운데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된다.

학교에서 서무 요원들이 교육지원청으로 시험지 수령을 가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새벽부터 서무요원 다수가 차량으로 이동하고, 시험지 박스를 직접 나르는 과정은 짧은 시간에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사고 위험도 많다. 이것은 시스템만 정비한다면 교육청에서 바로 해당 시험장으로 시험지 배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감독 수당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감독을 빠지기를 서로 희망한다. 그러나 경력이 많은 선생님, 수험생을 둔 학부모, 질병으로 감독이 힘든 사람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빠질 수도 없다. 이러다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대입 업무이기 때문에 수능 업무는 대학으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반성하고, 점검을 하면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왔다. 수능 시험 시스템도 부분적으로 점검을 하면 업무량을 줄일 수 있고, 효율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점검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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