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낭만의 섬 소매물도

2011.12.22 09:13:00

지난 12월 11일, 몽벨서청주산악회원들이 꿈과 낭만이 넘치는 환상의 섬 소매물도를 다녀왔다. 일행을 태운 관광버스가 예정대로 아침 6시 30분 청주를 출발했다. 차안에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등 따시고 배부른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행복이다. 청주를 뒤로하고 경부고속도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달린 관광버스가 함양휴게소에 들어선다.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인생살이다. 추운 겨울이라 잔뜩 끼어 입으며 대비를 했는데 날씨가 푹하다. 휴게소 밖 테이블에 앉아 찰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통영IC를 빠져나온 관광버스의 차창 밖으로 바다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매물도는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지만 통영보다 거제의 저구항에서 가깝다. 10시 30분경 저구항의 매물도해운여객선터미널(055-633-0051)에 도착했다.


거제시 남부면에 위치한 저구항은 어선들이 풍랑을 피하기 위해 드나들던 작은 포구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관문으로 탈바꿈했다. 포구 앞 작은 어선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이 한가롭고, 뒤편의 가라산 산줄기가 포근히 감싼 저구항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은 마음을 열게 한다. 11시에 배가 출항하자 낯선 일행들이 이방인에게 플라스틱 통에 든 소맥과 해삼을 건넨다. 미안하지만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같이 어울려도 되는 게 여행의 묘미다. 우리 일행도 막걸리와 맥주로 선상파티를 했다. '형님 먼저, 아우도 한 잔'하며 자연스럽게 정이 오간다. 뱃전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사색을 하고 스쳐가는 바다풍경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장사도, 소덕도, 대덕도, 가왕도, 어유도를 지나 남북으로 길게 누운 섬들이 옹기종기 떠 있는 매물도가 눈앞이다.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세 개의 섬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통틀어 매물도라고 한다. 매물도라는 섬의 이름이 궁금하다. 옛날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에 메밀을 많이 재배하여 메밀도로 불렸다거나, 섬의 모양이 말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미도에서 매미도로 불리다가 현재의 지명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매물도 중앙에 위치한 장군봉 아래편에서 이웃하고 있는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에 차례로 들린 여객선이 12시경 소매물도에 입항했다.


매물도행 여객선에 승선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크라운제과의 쿠크다스 광고 촬영 후 쿠크다스섬으로 불리는 소매물도를 찾는다. 대매물도에서는 오르내리는 사람이 적었지만 소매물도는 내리는 사람과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마을에 들어서면 섬사람들을 닮은 낮은 지붕과 돌담들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특이한 표지판이 국립공원과 물이 귀한 지역임을 알린다.

등대섬의 멋진 풍경을 기대하며 마을 옆 산책로를 따라가면 선착장 앞으로 멋진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숲길을 걷다보면 두 바위가 사이좋게 마주보고 있는 남매바위를 만난다. 남매바위는 쌍둥이 남매의 애틋한 사랑이 전설로 전해온다.


숲속 언덕길을 오르면 세물치 위편의 산책로에서 대매물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데 바로 앞 동쪽 해안의 풍경이 멋지다. 마을에서 직접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에 나무의자가 놓여있고, 그곳에서 아래편을 바라보면 마을, 선착장, 바다, 하늘이 한 폭의 그림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국립공원 소매물도를 알리는 표석과 자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양심거울을 만난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양심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되가져가겠고 다짐한다. 뒤편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었다. 맛있는 식사 후에는 썸머타임, 징글벨 등 명곡을 색소폰 연주로 듣는 행복한 시간도 가졌다. 환상의 섬에서 회원들에게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는 원로 회원과 몽벨서청주산악회 신광복 산악대장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소매물도에서는 제주도의 올레가 부럽지 않다. 소매물도는 작은 섬이라 가까운 거리에서 멋진 볼거리를 연속으로 만난다. 공룡의 모습과 흡사한 고래등의 암벽과 쪽빛바다가 아름다워 카메라 셔터를 여러 번 누른다.

고래등을 구경하고 오른편 산으로 올라가면 해발 152m의 망태봉 정상이다. 선박을 통한 밀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남해안을 왕래하는 선박의 이동을 감시하던 밀수기지가 이곳에 있었다. 정상의 매물도관세역사관에서 해상밀수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망태봉을 내려서면 물길을 허락한 등대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소매물도의 등대섬은 등대가 있는 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등대섬은 원래 소매물도와 하나의 섬인데 열목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가 물이 빠질 때만 길을 열어 물때를 잘 맞춰야 드나들 수 있다. 열목개에 물길이 열리면 깨끗하게 씻은 자갈길이 70여m 드러난다. 자갈길을 걸어 등대섬으로 가는 기분이 최고라는 것 가본 사람만 안다.

등대섬은 구석구석이 절경이다. 열목개의 기품 넘치는 해안 암벽이 해금강과 비교되는 통영 3경이다. 푸르른 바다, 병풍바위ㆍ촛대바위 등 바람과 파도가 수억 년 동안 깎고 다듬은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섬 전체를 덮고 있는 초원, 일제가 뱃길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등대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등대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세상의 시름을 잊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곳이 몇이나 될까. 등대섬에서도 색소폰 연주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2시 40분 등대를 출발하여 3시 30분경 마을에 도착했다. 여행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데 재미가 있다. 4시 25분경 배가 출항하기까지 담장이 낮고 대문이 없어 정감이 느껴지는 마을풍경을 둘러봤다. 공중화장실을 알리는 조형물과 예전에 사용하던 화장실도 구경거리였다. 관광을 마치고 육지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선착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회를 판매한다. 


같은 장소지만 시간에 따라 모습이 다른 게 자연이다. 아침에 왔던 뱃길을 되돌아가며 바다풍경을 감상했다. 해가 더 붉은 빛을 내다 바다 저편으로 사라지고,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유유히 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구항이 가까워지며 작은 섬들이 하나, 둘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집으로 가는 길에 통영활어시장에 들러 굴과 문어를 사고, 한산식당(055-644-5828)에서 복어육수로 만들어 더 맛있는 해물탕과 회원들이 사온 회도 먹었다. 차안에서 또 색소폰 연주가 이어지니 몽벨서청주산악회의 섬 산행은 최고의 여행이다. 모두 잠이 들었지만 관광차는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달린다.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휴게소의 주렁주렁 걸려있는 곶감이 눈길을 끈다. 좋은 풍경을 많이 보며 눈이 즐거웠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마음이 행복했던 하루였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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