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한 일과 다짐은?

2012.01.02 11:46:00

1월 1일이다. 일요일,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늘 하던 일상적인 일 말고 내가 첫번째로 한 일은 무엇일까? 아침 식사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돌아보았다. 왜? 엘리베이터 내에 붙은 게시물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아파트 동대표 회장이다. 전날 아내와 힘을 합쳐 A4 용지 2매 분량의 '새해 인사' 문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관리소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전화로 부탁하였다. 밤에 유인물을 게시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것이 제대로 붙어 있는가가 궁금한 것이다.

우리 동(棟)에는 잘 붙어 있다. 출력이 조금 비뚤어졌지만 이면지를 활용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게시 순서가 바뀌었다. 그림을 왼쪽에 가게 하고 시(詩)를 오른쪽으로 위치하도록 바로 잡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였다.

순회 중 경비반장을 만났다. 함께 다니며 힘을 합치니 일이 쉽다. 게시물이 붙지 않은 동도 있고 복도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내부 두 곳에 붙은 동도 있다.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이다. '새해 인사'에는 주민들에게 '좋은 아파트 만들기' 당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좋은 아파트 만들기,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보았다. 쾌적하고 품격 높고 행복한 아파트 만들기가 목표이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엘리베이터 내에서 인사나누기다.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같은 라인에 살다보면 이웃 주민들과 엘리베이터를 동승하게 된다. 그 때 모르는 체 하면서 서로 외면하거나 벽이나 천장을 쳐다보는 그 쑥스러움. 임진년 새해 우리 아파트에서 이것을 깨뜨렸으면 한다. 그 내용을 새해 인사에 넣었다.

주민들이 만났을 때 먼저 미소 짓고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덕담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미인대칭'이라는 운동도 있다. 미소 짓고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칭찬하는 운동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활발히 전개되어 몸에 뱄으면 좋겠다.

오늘 있었던 사례를 들어본다. 아내와 함께 일월저수지로 운동을 나가려고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16층에서 내려온다. 탑승하니 어린이 두 명을 둔 부부 한 가족을 만난다. 미소를 지으며 서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운동 나가시나 봐요?" "엄마, 8층 사람들이야?" "예, 맞아요. 그럼 어린이는 몇 층 사람인가요?" "어른이 물어보면 대답해야지요?" "16층 사람입니다." "아, 대답도 똑똑히 잘 하네요."  1분 내지 2분 동안이면 이런 대화가 이루어진다.

공동주택에서는 이웃이 좋아야 행복하다. 이웃을 잘 만나야 사는데 불편하지 않고 행복이 증가된다. 이웃과의 다툼으로 법정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웃사촌이 아니라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행복한 아파트가 되려면 이웃과의 소통과 대화가 필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교문에 들어가면 현수막 하나가 붙어 있다. 자기밖에 모르는 학생들에게 인성교육 측면에서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우리네 삶, 일회적 인생이다. 어떻게 하면 뜻깊게 살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요즘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중학생 자살사건, 모두 인성교육 부재에서 나온 것이다.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학교에서도 교권은 발을 못 붙이고 교실이 무너진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언어의 힘'을 이용해 자기밖에 모르는 학생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칠 수 있다면 시도해 봄직 한 것이다.

방학 중 등교하는 학생들, 이 현수막을 보면서 '어떤 삶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지?'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탄 한 장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면 교육적 성과를 거둔 것이다.

새해 아침, 나 혼자만이 아닌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중학교 교장으로서 학교에서, 동대표 회장으로서 아파트에서 이것을 실천하려 한다. 아는 것이 힘이고 실천하는 것은 더 큰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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