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아들의 편지가 조금 길어지다!

2012.02.19 13:05:00

흔히들 군대에 보낸 부모는 두 번 운다고 한다. 훈련소에서 아들이 헤어지기 전 부모님께 경례를 올릴 때, 그리고 아들의 사물(私物)이 소포로 왔을 때라고 한다. 필자는 공직에 있어 환송은 하지 못하고 후자를 체험했다. 가슴이 약간 울렁거린다.
 
'부모님께 보내는 장정 소포'가 도착했다. 아내와 함께 열어 그 느낌을 공감하려는데 딸이 먼저 개봉한다. 그 속에는 입영 때 아들의 운동화, 점퍼, 바지, 팬티, 면티, 양말이 들어 있다. 소포명세서와 편지봉투도 들어 있다.

입영할 때 자기 방 책상 위에 부모님께 남긴 단 네 줄의 짧은 편지.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만든 아들. 그것을 보며 부모는 자식교육을 되돌아보게 했다. 군대 가서 조금 변화가 있을까? 아직 아니다. 겨우 다섯 줄이다.


"부모님께. 아들입니다. 친구들과 논산으로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전화드리고 잘 입대했습니다. 현재 이틀째인데 밥도 맛있고 잠도 잘 오고, 옷도 따뜻합니다. 아들 걱정 마시고 잘 지내시길…."

그래도 지난 번 남긴 편지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틀째라니 아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정신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자고 따뜻이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모 걱정을 덜어주려는 아들이다.

동봉되어 온 육군훈련소 소장의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본다.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군, 군대다운 군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친자식, 친동생처럼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고 하니 믿음이 간다. 그리고 4-5주 후 '기(氣)가 살아있고 당당하며 자신감 넘치는 멋진 아들'의 모습을 기대하라고 알려준다.


그제 귀가를 하니 군사우편이 왔다. 아들의 편지다. 개봉하는 딸에게 필자의 한 마디, "이번엔 조금 길게 썼니?"이다. 과연 정감 넘치게 길게 썼을까? 그래도 편지지의 반을 차지했다. 한 줄 간격을 띄어서 썼다. 9줄이다.

내용인즉, 입소대를 거쳐 훈련소에 왔고 동료들도 착하고 좋다, 밥도 맛이 있어 많이 먹고 있다, 분대 하나에 15명인데 4개 분대가 한 소대다, 소대장 훈련병으로 뽑혀 소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훈련도 힘 안들고 재밌다, 괜히 면회 안 와도 된다, 또 편지하겠다 등이다.

와, 일취월장한 아들이다. 열흘 사이에 이 정도면 많이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이다. 앞으로 아들로부터 오는 편지는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더 기대해도 되겠다. 병영생활의 모습이 좀 더 담겨 있으리라. 훈련을 힘들게 여기지 않고 재미있게 여긴다면 새로운 병영문화다. 군 생활이 인간성장에 큰 도움이 되어 자신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연대 교육대장(소령)의 편지를 본다. 육군훈련소는 60년 동안 700여만명의 신병을 배출시킨 '양병의 핵심부대'라고 소개한다. '세계 일류 명품 훈련소'로서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해 준다.

어제 보니 딸은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동생에게 편지를 쓴다. 벌써 몇 천명이 썼다고 알려주며 아빠도 쓰라고 한다. 그래, 나도 아빠로서 인터넷에 편지를 쓰고 우편으로도 편지를 써서 붙여야지. 자랑스럽고 늠름한 대한민국의 아들이다.

부모로서 아들의 편지가 길어지기만 바래서는 안 된다. 아빠도 그에 맞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써야 한다. 그래서 아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 군대 가기 전 대화의 단절, 편지로 뻥 뚫었으면 한다. 가는 정, 오는 정이다. 딸과 아내가 필자더러 면회를 가라고 한다. 

자랑스런 수료식날, 가정통신으로 온 대학 1학년 2학기 성적 8과목 중 5과목이 A+라는 기쁜 소식 전해주련다. 입영 동기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소대장 훈련병으로서 솔선수범하기 바란다. 신병 5주차 수료일, 아들을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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