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수업증대' 틀린 것이 더 많다.

2012.02.19 13:10:00

중학교의 체육수업 증대를 위해 스포츠클럽 활동을 포함하여 현재 학년별로 3-3-2(총8시간)의 시간배당을 4-4-4(총12시간)로 편성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교과부에서 시작되어 시 도교육감협의회를 거쳐 최종 확정되어 시행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절차가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체육수업시수를 각 학년 공히 4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이다.

학교폭력을 체육활동으로 관심을 돌려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 공감한다. 또한 계속해서 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체육활동을 강화하는 것 역시 방향 자체는 옳다는 생각이다. 체육활동 강화를 통해 게임중독, 학업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나 바른인성을 함양하도록 한다는 것이 체육활동 강화 배경이다. 이를 위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취지와 배경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하다. 그러나 올해부터 당장 모든 학년에 4시간을 배당하라는 것과 적절한 절차없이 교육과정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대체로 순차적으로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 그동안의 선례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변화를 주면서 모든 학년에서 당장에 하라는 것은 학교에서 미처 준비할 시간 여유없이 진행되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미 새학년 교과별 수업시수가 정해진 상태이고, 학사일정까지 모두 결정된 상황이다. 시간표 작성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단순히 체육수업을 늘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학교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 학교를 신학년도가 시작되기 전에 혼란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목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뒷북치는 정책으로 학교가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교과별 증감 시수를 조정하거나 교육과정편성을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여러차례 거쳐야 결론이 난다. 그런 과정을 이미 거친 상황에서 이번의 체육수업증대 발표로 또다시 처음부터 같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과정이야 거치면 되지만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렵다. 증감편성이 불가피한 것은 스포츠클럽활동을 정규과정에 넣었기 때문이다. 방과후에 하는 것도 아니고 정규수업시간에 그것도 매주 또는 격주로 운영하도록 한 것도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다른 동아리활동처럼 매달 1회, 3~4시간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스포츠클럽활동을 하라고 했지만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해야 할 교육활동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건교육, 성교육, 인성교육, 폭력예방교육, 장애인식교육, 금연교육, 약물 오남용교육, 동아리활동, 자율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현재 배당된 창의적 체험활동이 306시간(3년간)이므로 매년 102시간을 편성 한다고 보면된다. 102시간에서 체육활동시간 34시간(매년)을 제외한다고 하면, 남는 시간은 68시간이다. 진로활동을 강화하도록 함으로써 17시간정도 편성하고, 자율활동의 하위영역인 자치활동을 매주 1시간 이상확보하라고 하기 때문에 34시간을 해야 한다.

여기에 학교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할 봉사활동 시간이 12시간 정도된다. 동아리활동도 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순증(순수하게 증가)하면 해결이 될 수 있지만, 주5일 수업제의 전면 도입에따라 7교시 수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순증을 하면 7교시 수업이 1-2일 더 늘어나게 된다. 거의 1주일 내내 7교시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교육과정이다. 7교시 수업을 최소화 하라고 하면서 7교시 수업을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스포츠클럽 운영을 위해서는 다른 활동을 대폭 감축해야 가능하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학교에서 감당해 낼 수 없는 주문이 바로 체육수업시수 증가 방안이다. 창의적체험활동의 하위영역(동아리활동)에 포함시켜 운영하라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체육외의 동아리활동은 사실상 편성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오로지 체육활동을 위해서만 학교가 존재하고 교사들이 존재해야 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동아리를 교육과정에 편성해도 문제가 심각하다. 지침에 보면 체육교사가 아니어도 동아리활동을 지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체육수업을 스포츠클럽활과 합산하여 주당 4시간이 되도록 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다른 교사들이 스포츠동아리를 지도하라는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무엇을 지도받고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

스포츠클럽 강사를 학교에서 원하면 배치한다고 한다. 단 21시간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 3-3-2에서 4-4-4가 되려면 증가되는 시간이 4시간이다. 학급수가 각 학년마다 10학급이면 40시간이(1시간 증가 20학급, 2시간 증가 10학급) 증가된다. 그런데 21시간의 강사만 지원된다면 나머지 시간은 기존 교사들의 몫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해도 결국은 지도교사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일반교사들이 지도하는 스포츠클럽이 성공을 거둘지 의구심이 앞선다. 결국 어떻게 하던지 강사 문제가 발생하고 일반교사가 스포츠클럽을 지도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스포츠클럽지도 강사의 강사료가 3만원이다. 다른 강사들의 강사비는 대체로 1만7천원이다. 이는 형평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시간당 3만원의 예산에 조금더 학교예산을 확보해서 2명의 강사를 쓰도록 하면 도리어 더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교육청에서 3만원은 반드시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별로 강사료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겠지만, 1만7천원씩 계산하여 강사료를 학교에 내려 보내야 한다. 사용은 학교의 몫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적게 사용하고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3만원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다 참여하도록 교육과정 내로 흡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일방적으로 체육수업을 증가시키게 되면 나머지 동아리는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된다. 모든 학생이 스포츠클럽에 배정되어 정규수업시간에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동아리활동은 위축되어도 된다는 이야기인지 확실히 밝힐 필요가 있다. 증감편성을 하면 결국 시수가 줄어드는 과목이 나오게 되고 해당과목은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창의적체험활동의 동아리 영역으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것도 역시 문제가 크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나마 창의적체험활동에 포함하는 것이 현실적이긴 해도, 이로인해 다른 활동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체육수업이 주당 4시간이 되면 현재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국어 다음으로 시수가 많다.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정규수업시간을 늘리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좀더 다양한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이미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준비하여 새학년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체육수업을 4-4-4로 하라는 것은 학교를 몰라도 너무나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1개월 정도의 시간여유만 있었어도 어떻게 하든지 시행해 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교과부와 교육청에서 하라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하긴 하겠지만 교육의 질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체육수업의 시수를 늘리면 학교교육활동이 더욱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절차없이 갑작스럽게 바뀐 교육과정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 최소한 이런식으로 한꺼번에 몰아붙이는 것이 현재의 학교교육에 실보다 득이 많은 것인지 생각해 봤어야 한다. 절차를 따라야 하는 곳이 교과부임에도 절차없이 갑작스럽게 내려진 체육수업 시수증가의 후유증이 염려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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