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교장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

2012.03.02 17:10:00

"송별회 안내문을 다시 보내드립니다. 꼭 참석하시어 퇴임교장샘들을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일 5시 30분에 뵙겠습니다."

수원시 중학교 교장 협의회장으로부터 받은 메일 편지다.송별회에 참석한 교장은 30명 정도. 수원 관내 중학교는 53교. 이번에 퇴임한 교장은 4명. 그 넓은 뷔페식 송별회장에 채워진 테이블은 4-5개 정도.

식순은 회장의 축시, 전별금과 화환 전달, 색소폰 축하 연주 등이 이어졌다. 몇 분이 흥을 돋우려 가요 몇 곡을 부르지만 분위기를 끌어 올리지는 못했다. 술 한 잔을 권하면서 약간의 대화로 석별의 정을 아쉽게 나누고 그냥 헤어지는 것이다. 축하 외부인은 한 명도 없다. 이게 바로 지역 교장 송별회 풍경이다.




퇴임 교원 송별회의 쓸쓸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마도 정년 단축과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화려했다. 교직의 보람을 느끼며 주위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정당당히 교단을 나갈 수 있었다. 한 평생 교직의 길을 걸었다는데 대한 자부심, 자긍심이 넘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퇴직교장은 물론 현직 교장들까지도 힘이 빠져 있다. 어깨가 쳐져 있다. 사기가 꺾여있다. 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 교육열정을 불사르지 못하고 자포자기에 이른 교장도 여럿이다. 교장뿐 아니다. 교사도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눈치를 보아야 한다. 또 교육청의 분위기를 살펴야 한다. 교육 소신을 펼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교육전문가임을 망각하고 노동자를 자처한 모 교육단체, 그것을 합법화 시킨 정부와 묵인한 국민. 10여 년이 지난 지금, 교육자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학교 출근이 두렵고 학생 대하기가 무섭고 가르치는 일이 어려워 명퇴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좌파교육감의 등장으로 인한 학교의 급격한 변화,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 학생 증가,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교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과부와 좌파교육감들의 갈등과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법령과 조례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지방 교육수장인 현실이다. 교육감은 주어진 인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학교는 갈팡질팡이다.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선배 교장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그들이 교육 소신을 맘껏 펼 수 있게 하자. 그래야 교육이 바로 서고 교육이 살아난다. 교장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은 학교에 자율권을 준다는 뜻이다. 교육자치, 학교자치 정신에도 맞다. 교과부장관과 교육감은 학교를 시시콜콜히 간섭하지 말고 학교교육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학교와 교장에 힘을 실어주면 교사도 어깨를 펼 수 있다. 학생들의 잘못된 언행을 보고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다. 학생들의 교사 맞짱뜨기도 사라진다. 교사 무너뜨리기로 일시에 영웅이 되어 교권을 짓밟고 선량한 다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못난이 학생들이 사라진다. 그러면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수원시중학교교장협의회장 선출이 어렵다. 주위에서 추천은 하지만 추천 받은 본인은 한사코 고사한다. 2년간 봉사직이다. 권한은 없고 대우도 별로 못 받고 회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것을 누가 자진하여 할까? 학교가 살아 숨쉬고 교육이 바로 서고 교장들에게 힘이 있다면 회장을 자청하는 교장들도 있으련만.

퇴임하는 교장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았다. 교육상황이 이대로 간다면 필자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오늘은 그 뒷모습을 먼저 본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 그들이 잘 나서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게 교육을 바로 세우고 교육을 살리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무너진 교육 현실 바로잡기,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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