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회 윷놀이, 재미있어요"

2012.03.04 16:57:00

35년 전 필자의 교사 초임 시절, 학교마다 여교사 모임이 있었다. 처녀교사, 총각교사  모임도 있었다. 남교사, 기혼교사가 대부분인 시절이었다. 존재가 귀하다 보니 여교사, 처녀교사, 총각교사가 뭉쳐 친목도 도모하고 단결하여 제 목소리를 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교사가 귀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교장과 교감 포함하여 교원 49명 중 남자가 10명이다. 20% 정도 차지하는 것이다. 10명 중 8명이 여자교원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교사 만나기가 힘들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우리 학교에 남친회가 있다. 남자 친목회다.

행정실 직원, 축구부, 태권도부 코치까지 합해도 15명이다. 지난 금요일 퇴근 시간 후 남친회 모임을 광교산 자락 아래 모 음식점에서 가졌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곁들이니 좀더 가까와질 수 있다. 더 가까와질 수 없을까?


식사 후 이 학교 남친회 전통인 윷놀이가 펼쳐진다. 14명을 4편으로 나눈다. 뽑기를 하여 편을 가른다. 노장과 소장이 섞인다. 4명 두 팀, 3명 두팀이다. 달력 뒷면에 말판을 하나 더 그린다. 소정의 금액도 건다.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필자가 생각하던 윷놀이와는 차이가 있다. 윷을 던지는데 윷판에서 1미터 정도 떨어져서 던진다. 윷 하나가 판에서 벗어나면 낙(落)이다. 이런 규칙을 적용하다 보니 의외의 변수가 나타난다. 모나 윷을 만드는 기술보다 낙을 해서는 안 된다.

규칙 적용도 엄격하다. 라인을 밟으면 실격이다. 윷이 윷판의 직사각형에서 조금 벗어나 가마니 짚에 걸치면 낙으로 처리한다. 내기이므로 선배라고 봐주기가 없다. 그러나 윷놀이장은 웃음 도가니다. 잡고 잡히고, 결정적인 순간에 낙이 나타나고.

사람마다 개성도 드러난다. 상대방의 성질을 돋우는 사람, 언어가 조금 거친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 실수한 자기 편을 격려하는 사람 등. 이런 교사도 보았다. 20대 교사가 윷을 던질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60대 교사가 윷을 주워 친절히 건네준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했더니 매번 그렇게 한다. 60대 교사는 자기 편을 챙겨주고 20대 교사는 그걸 당연히 여긴다.




전통 윷놀이는 화투놀이인 일명 고스톱 보다 낫다. 우선 놀이가 건전하고 앉았다 일어나니 운동이 된다. 팀별 단합을 꾀해야 한다. 말판을 쓰려면 머리도 써야 한다. 혼자 우기지 말고 팀웤을 살려야 한다. 운동신경을 동원해야 한다. 하다보면 저녁 때 먹은 술 한 잔이 깨어난다. 대리운전할 사람은 막걸리 한 잔을 더할 수도 있다.

5시 30분 저녁식사, 6시 30분 윷놀이 시작이다. 두 판 붙었는데 벌써 8시 30분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웃으며 친목도모하며 윷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내기를 하니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다고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 남친회, 저녁 먹으면서 술 한 잔 하고 이어 노래방 가는 문화는 보이지 않는다. 윷놀이에 재미를 붙였는지, 만족했는지 승패와는 상관 없이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만하면 친목 도모에 제격이다. 남친회 윷놀이, 건강에도 좋으므로 권장하고 싶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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