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충성' 경례, 아버지는 가슴 뭉클!

2012.03.19 10:20:00

육군훈련소 수료식 참석기

지난달 14일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의 면회날. 아내는 직장일로, 딸은 학교 수업을 빠질 수 없어 필자 혼자 가야 한다. 딸이 아들 친구에게 연락을 해 두 명의 동행자를 구했다. 아들은 아빠 혼자 오면 그 긴 면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걱정이다. 평상 시 대화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오전 5시 30분. 논산까지의 긴 여행 때문인지 5주(38일) 만에 만나는 아들을 만나는 설렘 때문인지 잠에서 깨어난다. 눈을 잠시 더 붙이다가 아침식사를 마치니 아들 친구 2명이 아파트 밖에서 기다린다. 차 트렁크에 준비한 음식을 실었다. 딸기, 토마토, 포도, 한라봉, 치킨, 오리 훈제, 도너츠, 음료수, 물 등. 아내가 적어준 것 중 김밥과 치즈케익은 빠졌다. 7시 경 수원 출발. 중간 망향 휴게소에서 아들 친구에게 아침으로 우동을 사준다. 천안을 거쳐 공주와 부여를 지난다. 논산이 먼 것인지, 아들 만나는 길이 먼 것인지? 아니면 초행길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들을 만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9시 40분 훈련소 도착. 2시간 30분 걸렸다. 영내 주차장에 도착하니 식당으로 안내 한다. 식사 자리를 잡으라는 것이다. 식당 이름은 'TV에 방영된 광개토 맛집' 군대 아닌 민간 분위기 모습이다. 훈련병에게 친근감을 주려는 것일까?

수료식을 보기 위해 연병장으로 향한다. 생활관에서 훈련병들이 나와 정렬한다. 아들 얼굴을 빨리 보고 싶어 그리로 향한다. 똑같은 디지털 무늬 군복을 입고 있어 아들을 찾기 어렵다. 이동하는 아들이 아빠를 먼저 발견하고 경례를 붙인다. 가슴이 뭉클하다. 얼굴을 보니 집에서 보던 어린아이 티는 안 보인다. 베레모와 군복이 썩 잘 어울린다. 아들이 마치 해병대원이나 특전사 군인처럼 씩씩하게 보인다. 자세도 늠름하다.

예행 연습을 두 차례하더니 진짜 수료식이다. 함께 온 가족 친지들이 훈련병보다 더 많다. 한 명의 훈련병 당 평균 3~4명은 온 것 같다. 입소식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이라면 수료식의 분위기는 초등학교 졸업식 분위기 같다. 가족들은 사열대 좌우에 있지만 시선은 아들의 모습에 가 있다. 연대장의 훈시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말소리는 뒤로 하고 아들 만나기만을 학수고대 한다. 수료식 후반부, 부모가 계급장 달아주는 시간. 신병 훈련 5주만에 '작대기 하나' 이등병 계급장이다. 계급장을 달아주며 "제대할 때까지 군 복무 잘하고 건강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훈련병 소대장인 아들은 감기가 걸려 20일간을 고생했다. 집에서 였다면 병원에서 치료 받고 금방 나았을 텐데 군대에서는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아들은 주머니에서 카네이션 뱃지를 꺼내 필자에게 달아 준다. 누나 것까지 2개를 준비했는 것이다. 아빠로서 감회가 새롭다.

주위를 살펴보니 훈련병과 가족이 기념사진 찍기에 바쁘다. 어느 한 곳을 보니 소대원들이 모여 부모님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소대 단합이 잘 된 것이다. 요즘 육군훈련소, 부모를 배려하고 있다. 개개 훈련병 사진이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있다. 총 3장이다. 집에서도 자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점심식사 시간. 음식을 꺼내 놓으니 아들은 치킨에 손이 먼저 간다. 그리고 오리훈제다. 아들은 친구들에게 훈련병 생활의 무용담을 들려주기에 바쁘다. 군생활의 정보를 주는 것이다. 또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서도 한 손엔 스마트 폰을 떼지 못한다. 대학 친구들과 통화를 하는 것이다. 식당 풍경을 살펴보니 고기굽는 연기가 가득차 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무엇인지? 식탁 위에는 차려진 음식이 가득하다. 진수성찬이다.










식사를 마치고 승용차 안으로 옮겨 못다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필자는 그들 대화 속에 잠시 끼어들어 이야기 하는 것이 고작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30km 행군이라고 말한다. 훈련병 소대장이라 하루하루가 매우 바빴다고 전한다. 지시사항을 메모하고 소대원들에게 전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한다. 행군시 구령을 붙이고 배운 군가 20가지를 자신이 선택하여 부르게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 훈련소를 둘러 보았다. 건물 곳곳에 붙은 구호가 인상적이다. 훈련소 입구에는 '강한 남자로 거듭 나기 위해 도전하라' 생활관 전면에는 '꿈과 희망 대한 강군! 더 큰 대한민국으로!' '훈련은 전투다! 강해야 이긴다!' '이 곳을 거친 자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사열대 위에는 '적과 싸워 이기는 정예 전투원' 강인한 정신력과 강군을 기르기 위한 구호다.

오후 3시.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도착 신고처에 가니 일등이라고 알려 준다. 외출을 하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다시 영내를 둘러 본다. '엄마와 누나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담으니 시작과 끝이 경례다. 부모에게 경례를 붙이는 것이 효도의 표시다. 아들 걱정은 말라는 내용이 주다. 자식은 군대에 가면 효자가 된다는 말, 사실이다. 아내와 딸의 편지와 사진을 건네주니 나중에 숙소에서 본다며 가슴속에 넣는다. 숙소를 보고 싶어 생활관 내부를 들어가니 잘 정돈이 되어 있다.

아들의 자대 배치 알림이 육군본부로부터 문자로 왔다. "이○○ 이병은 50사단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스마트 폰 검색을 해보니 대구에 있는 사단이다. 대구는 분지라서 여름이 무척 더울 텐데, 지금부터 걱정이다. 아들은 전방 GOP에 배치 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자위한다.

훈련병 수료식 참관 소감 하나. "이래서 부모는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걱정을 떨쳐 버리는구나!"이다. 철부지 어린애를 씩씩하고 늠름한 장병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수료식 의식 때 군악대가 없다. 컴퓨터 재생 반주다. 부모까지 수 천명이 운집했는데 군악대의 생생한 연주가 있다면 기억에 남는 수료식이 되었을 것이다. 또 환자에 대한 신속한 완쾌 처리가 필요하다. 대화하면서 콜록콜록 하는 아들을 보니 군의료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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