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국자(한글+한자)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

2012.03.26 16:37:00

15일 수운회관에서 천만인 서명운동 발대식이 입추의 여지가 없는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촉구를 위한 대강연회에 네 분의 저명인사가 발대식을 하게 된 당위성을 강조하는 논리적인 강연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한글전용정책으로 우리의 문자생활에서 40여 년간 한자가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15년간 NGO활동을 펼쳐 오다가 지난해부터 천만인서명운동을 시작하여 제2의 3·1정신 독립운동으로 발대식을 갖고 광화문까지 가두행진을 하며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그런데 혹자는 ‘왜 초등학교 학생에게 한자교육을 촉구하는가?’ 라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어 초등학교에 봉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밝혀 알리고자 한다.

첫째, 일반적으로 문자지도는 초등학교부터 하는 것이 언어발달에 맞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유치원 과정에서는 글자를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유치원과정에서는 놀이나 조작활동을 많이 하며 올바른 생활습관을 익히고 더불어 살아가는 놀이중심교육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대부분 깨우친다. 요즘 아이들이 영리하기도 하지만 부모와 유치원에서 조기교육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음에 글자를 배워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필자도 경험한 바 있다.

둘째, 평생동안 사용할 문자를 배우고 익히며 어휘가 늘어나는 시기가 초등학교과정이며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문자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가 6세에서 12세까지 이므로 이시기에 사물이나 생활 속의 수많은 단어를 배우고 활용하게 된다. 단어의 뜻을 이해하려면 소리글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뜻글자인 한자를 배워 뜻(訓)을 새기면 문장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셋째, 12세까지 신체의 성장과 더불어 인성을 비롯한 생활도구인 문자언어의 기본 틀이 완성된다고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좋은 인성 올바른 인성을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즉 평생 동안 살아갈 기본 틀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람의 도리를 알고 인품의 바탕이 결정되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사용하는 어휘의 정확한 뜻을 알고 의미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글자 속에 뜻이 들어있는 한자를 가르쳐야 좋은 인성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넷째, 뜻글자인 한자를 배우면 문장의 독해력이 높아지고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약 70% 이상이 한자인데 소리글인 한글로만 써 놓았으니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문맹자나 다름없다.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가르치면 그 뜻이 뇌리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독서효과가 높아진다.

글쓰기를 할 때도 한자를 알면 문장에 가장 적합한 어휘를 찾아 쓸 수 있고 좋은 문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불후의 명문장이 나오는 것이다.

다섯째, 사고의 깊이가 있고 폭넓은 어휘를 사용하여 언어생활이 윤택해지고 창의성도 높아지게 된다. 한자가 어렵다고 사용하지 않는데 부수별로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가르치면 재미를 느끼게 된다. 굳이 외우지 않더라도 초등학교 시기에 한자를 눈으로 자주 접하면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히게 된다. 글자 속에 들어있는 뜻을 이해하면 글자를 만들 당시의 생활습속이나 문화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지각적인 사고의 깊이가 있고 창의성도 발휘하게 된다고 한다.

여섯째, 조상의 얼과 전통문화를 가르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문자생활 도구가 한자인 것이다. 조상의 얼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배우고 자손대대로 전해야 할 우리문화를 전달해 주는 매개체가 뜻글자인 한자이기 때문이다. 뿌리가 약한 나무가 큰 재목이 될 수 없듯이 우리조상의 얼을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우리조상 동이족이 만든 한자를 가르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국자(한글+한자)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소리글자인 한글과 우리조상 동이족이 만들어 5천 여 년의 오랜 세월 사용해온 뜻글자인 한자를 가진 문화민족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문자여건을 갖춘 축복받은 나라이다.

우리나라 글자가 한글만으로 알고 한글만 전용해야 애국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읽고 쓰기 쉽다는 편의성에 도취되어 있다면 절름발이 문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는 시 · 공간으로 영속성과 동일성이 있기 때문에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가도 그 뜻이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는 글자이다.

기초가 부실한 그릇을 만들면 아무리 많은 지식을 담아줘도 밖으로 새나가거나 지식을 견뎌내지 못하고 밑 빠진 독이 되기 때문이다. 기초가 튼튼한 건물이 견고하듯이 초등학교 과정에서 새의 양쪽 날개와 같은 한글과 한자를 조화롭게 가르치면 세계속에 우뚝서는 문화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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