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유권자는 성숙·후보자는 미성숙

2012.04.16 09:22:00

그다지 주목 받지는 못했던 세종시 교육감 선거. 신정균 전(前) 연기교육장이 당선되었다. 선거 후 지상보도를 보니 "첫 세종시 교육감, 보수가 잡았다"(조선일보) " 유권자 '교육자 교육감' 선택"(동아일보) 등으로 제목을 뽑았다. 작은 제목을 보니 "전교조 출신만은 막아야, 위기 느낀 주민들 지지 나서" "'정치인 교육감'에 거부감" 등이다.

동아일보의 경우, '세종시 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왜 졌을까'로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로 첫째 세종시가 행정수도라는 특성 상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다소 많다. 둘째, 진보진영의 극적인 단일화 과정이 없었다. 셋째, 몇 차례 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인 교육감'보다는 '교육자 교육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등이다. 조금 부족함이 있지만 제대로 된 분석이다. 

여기서 필자는 셋째 분석에 주목한다. 국민들은 이미 선출된 6개 시·도 진보좌파 교육감의 행태를 지켜보아 왔다. 그들의 성적표를 마음속으로 메겨온 것이 이번 선거에 표출되었다고 본다. 만약 7번째로 같은 성향의 교육감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한 것이다. 사사건건 정부와 맞짱뜨다가 엉망이 되는 교육을 막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서울교육감 때와 비슷한 점도 있다. 세종 59%, 서울 54%의 투표율에 1, 2위 간 득표율이 아슬아슬했다. 세종 2.96%, 서울 1.12% 차이다. 세종시는 보수가 겨우 이겼고 서울은 진보가 가까스로 이겼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보수후보의 난립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진보가 잘 나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것은 경기교육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종 선거를 지켜보면서 유권자는 늘 성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후보자가 문제다. 진보좌파는 단일화를 꾀하는데 보수는 모두 저 잘났다고 난립하여 출마를 강행한다. 보수 후보자는 유권자의 표를 늘 갈라먹는다. 그 결과 엉뚱한 후보자를 당선자로 만들고 만다. 유권자의 표를 왜곡시켜 좌파교육감의 탄생에 일조를 한다. 결국 교육망치기 세력에 협조를 한 셈이다.

서울교육감 선거의 경우, 보수 성향 후보자 6명 중 1∼4%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사람들이 알아서 후보 사퇴를 했더라면, 2∼3명의 후보자가 서울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단일화를 촉구하고 물러났다면,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교육감의 탄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초·중등 교육을 모르는 정치꾼 교육감이나 폴리페셔 교육감은 교육을 망친다. 그들은 진정으로 교육을 생각하지 않는다. 포퓰리즘 정책에 연연하여 교육 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까지 어둡게 한다. 초·중등 교육경력이 있는 교육감이라야 교육현장을 제대로 볼 수 있고 현장에 착근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실현한다.

이번 세종시의 경우, 선거 홍보 슬로건을 보면 정치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 후보는 '노무현의 꿈, 최교진이 완성하겠습니다'이다. 한편 신정균 당선자는 지역별 교육 격차 해소다. 학교현장에 이데올로기 색깔을 주입하고 정치가 교육에 발을 디딛는 순간 교육은 망가지고 만다. 그래서 헌법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번 세종시 교육감 선거, 좌파후보가 진 것이 아니다. 보수 후보가 겨우 이겨 당선자를 낸 것이다. 보수에 대한 재차 경고다. 지난 번 서울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경기에서 국민들은 진보좌파 교육감을 택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보수 교육감을 원한 것이다. 양보와 단일화를 모르는 보수 후보의 난립으로 엉뚱한 좌파가 수혜자가 된 것이다. 결국 유권자는 성숙했는데 교육감 후보자가 미성숙하여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 난맥상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본다.

어부지리로 엉뚱하게 당선된 좌파 교육감들, 허욕부리지 말고 국민의 뜻을 똑바로 명심하여 교육의 길을 올바르게 가기 바란다. 정치꾼들이 내세운 무상시리즈, 보편적 복지 실현으로 국가 망조의 사례를 보면 미래를 위한 정답이 아니다. "지금도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는 서울 지역 초교 교장의 하소연 들어 보았는지? 이 책임, 좌파교육감은 물론 미성숙한 보수후보도 함께 져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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