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36)

2012.05.31 08:34:00

선생님들에게 남는 것은 제자다. 제자들이 매년 배출되기에 힘이 된다. 자산이 된다. 자기보다 더 똑똑한 제자가 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기쁨을 느낀다. 힘이 들어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제자가 선생님보다 못하면 제자 키우는 재미가 없다. 그런데 제자들은 갈수록 똑똑하다. 갈수록 예리하다. 갈수록 지혜가 많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친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의 응용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한 가지만 들어도 열 가지의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한다. 제자가 선생님보다 더 탁월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공자의 시대도 그러했다. 선생님의 말씀에 깊이가 있으면 제자들의 말에는 더 깊이가 있다. 유자가 그러했고 증자도 그러했다. 증자는 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말씀을 주셨다.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고 할까?

증자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매일 자신을 세 차례씩 반성하라 한다. 무엇을 하루에 세 차례나 반성하라고 하시는가? 하루에 세 차례나 반성하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늘 잊어서는 안 되고 실천에 옮겨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말씀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논어 학이편 제4장에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학생들을 향한 정성, 학생들을 위한 노력, 학생들을 위한 열정을 다 쏟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 보라고 하신다. 정성이 없고 열정이 없으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정과 정성이 있어야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부와 같은 열정, 농부와 같은 정성, 농부와 같은 노력, 농부와 같은 관심이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농부는 성실하다. 부지런하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오직 관심은 식물에게 있다. 매일 새벽이면 밭에 나간다. 들에 나간다. 식물을 살핀다. 잡초가 있으면 뽑는다. 시들면 물을 준다. 약하면 거름을 준다. 비료를 뿌린다. 넘어지면 기둥을 세운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공을 들여도 감동이 될 만큼 들인다. 그러니 식물은 감동을 받고 자란다. 농부에게 보답하듯 싱싱하게 자란다. 풍성하게 자란다. 자랑스러우리만큼 성장한다.

‘선생님이 농부만 같아라’고 증자는 가르치고 있다. 선생님들은 오직 학생들에게만 마음을 쏟고 학생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바른 삶과 행동으로 자라나고 있는지 지켜본다. 빗나가면 바로 잡아주고 약하면 힘을 실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용기를 준다. 농부처럼 지속적이다. 변함이 없다. 순수하다. 열정적이다. 농부와 같은 성실, 인내, 정성, 노력, 관심, 집중이 있는지 매일 점검한다.

또 증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또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지 자신을 점검하라고 한다. 남이 보든지 보지 않든지 신뢰할 만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을 하라고 함은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주고 사랑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 기본에서 벗어날 때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벗어나고 등을 돌리게 된다. 서로 믿음이 있어야 다가가게 되고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된다.

또 하나는 제대로 익히지 못한 바를 남에게 전하지 않았는지 매일 반성하라고 하셨다. 내가 소화시키지 못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알아야 가르친다. 알아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알아야 힘 있게 가르칠 수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학생들에게 행복을 주고 기쁨을 준다. 학생들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내 과목에 대해 자신 있게 가르치면 엔돌핀이 저절로 나온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은 예사로운 말이 아니다. 증자가 일찍 깨달은 말이라 생각된다. 우리 선생님들이 가르치면서 성장하고 우리 학생들이 배우면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유익이다. 이 열쇠를 가진 이는 실력을 갖춘 우리 선생님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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