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마음가짐 (38)

2012.06.04 15:28:00

토요일 아침에는 늘 마음에 여유가 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 주신 행복 중의 행복이 토요일의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주심이 아닌가 싶다. 한 주 내내 시달리다 토요일이 되면 마음에 기쁨이 생긴다. 시간이 늘 한가롭지 않은데도 말이다.

가정의 일들을 돌보아야 하고 미루었던 일들을 챙겨야 하고 길흉사에 참석해야 하고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고… 이런 날들이면 그래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다지기도 하니 토요일 아침은 행복된 아침이다.

오늘도 역시 커텐을 열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은 기대하는 푸른 하늘이 아니었다. 비는 오지 않지만 회색빛 하늘이었다. 하지만 산은 여전히 푸르고 잔디는 여전히 푸르렀다. 우리 선생님들의 감정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푸른 희망은 변함이 없다. 학생들을 향한 마음, 학생들을 위한 기대는 변함이 없다.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 최선을 다할 때도 있다. 열정을 다할 때도 있고 희망을 가질 때도 있고 반대로 절망할 때도 있다. 실망할 때도 있고 낙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새 힘을 얻는다. 책을 통한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서다. 우리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는 못해도 말씀은 언제나 힘이 있다. 용기를 준다. 새로 일어서게 한다.

내 책상 위에는 항상 명심보감이 펼쳐져 있다. 오늘 성심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었다. “꽃은 지었다 피고 다시 지고, 비단 옷과 베 옷도 다시 갈아입는다.” 우리 선생님들은 언제나 꽃이다. 그렇다고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언제나 빛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움은 잠시다. 사라진다. 그러기에 서글플 때가 있다. 낙심하고 절망에 빠지고 좌절하고 실의에 빠진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꽃은 지었다 다시 피게 되어 있다. 때만 기다리면 된다. 많은 인고 끝에 다시 화려한 꽃이 선을 보이게 된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면서 새로운 꿈과 목표를 가지면 된다. 절망할 필요가 없다. 낙심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기대 속에 참으면서 생명을 유지해 나가면 된다.

아무리 좋은 비단 옷과 베 옷도 때가 되면 낡아버린다. 입지 못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된다. 더 좋은 비단 옷과 베 옷으로 갈아입으면 된다. 낡은 사고방식, 잘못된 생활습관,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나쁜 언행 등은 벗어버리고 새로운 사고방식, 올바른 생활습관,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언행의 옷으로 갈아입으면 된다.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을 돕는 자이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교만해서도 안 된다. 자랑해서도 안 되고 내색해서도 안 된다. 내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해서 푸른 하늘까지 오르는 영광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이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밀치는 자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밉다고, 짜증난다고 학생들을 밀친다고 자신에게 유익이 오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밀쳐도 학생들은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만 손해를 입는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이어서 이런 말씀이 나온다. “사람을 돕더라도 반드시 푸른 하늘까지 오르는 것은 아니며, 사람을 밀쳐도 반드시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아무리 밉더라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하는 일마다 불평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언제나 후함과 넉넉함이다. 내게 줄로 재어준 구역이 아름다운 곳에 있음을 발견하고 기쁨과 만족이 있으면 행복하다. 내게 맡겨준 학생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학생들임을 깨달아 감사가 있으면 즐겁다. “그대에게 권하니,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라. 하늘의 뜻은 사람에게 후하고 박함이 없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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