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주 금요일’은 언제

2012.06.07 15:44:00

학사 일정을 협의하면서 이번 주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수행평가 날짜를 협의하면서 6월 첫째 주 금요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이 의사전달 과정에서 말을 한 사람은 6월 1일로 알았고, 한 사람은 6월 8일로 들었다. 결국 지난주에 허둥지둥 대다가 새로 날짜를 협의해서 시험을 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 혼동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6월 1일로 생각한 사람은 금요일부터 시작한 것도 한 주라고 봤다. 반면에 6월 8일로 알아들은 사람은 금요일부터 시작한 날짜는 한 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한 주의 개념을 일요일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리 보았던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주라는 말이 정확히 규정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어느 쪽의 해석이 맞다 그르다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오히려 표현을 ‘첫 번째 금요일’로 바꾸면 혼동이 없다. ‘첫 번째 금요일’은 6월 1일이 명확하다. 이처럼, ‘첫째’와 ‘첫 번째’는 순서를 나열해서 표현할 때 많이 쓰지만, 미세한 의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두 단어의 쓰임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사전 검색을 하면,

‘첫째’
순서가 가장 먼저인 차례. 또는 그런 차례의(수사·관형사).- 시리즈물의 첫째 권.
- 우리 동네 목욕탕은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쉰다.

‘첫째’는 순서를 나타내는 단어다. 이는 문장의 쓰임에 따라 품사가 다르다. 순서를 나타낼 때 서수사라고 한다. 명사와 문법적 기능이 거의 같아 조사가 결합되기도 한다. 명사의 수를 나타낼 때는 수관형사라고 한다. ‘첫째’는 ‘낱말 가운데 하나 이상의 문법적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어 품사 통용이라고 한다.




이는 명사로 쓰일 때 주로 ‘첫째로’ 꼴로 쓰여, 무엇보다도 앞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발은 첫째로 발이 편안해야 한다./첫째로 그와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친해질 수 없다.’라고 한다. 그리고 ‘맏이’라는 뜻의 명사로도 쓴다. ‘피붙이라곤 자식 둘 있는데 그나마 첫째는 교통사고로 죽고 지금은 둘째만 남았다./김 선생네는 첫째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다.’가 그 예다.

‘첫 번째’는 관형사 ‘첫’과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 ‘번째’가 이어진 말로, 맨 처음의 차례나 횟수를 뜻한다. 일부 사전에서 ‘첫 번째’의 ‘첫’이 ‘두 번째’, ‘세 번째’ 등의 ‘두’나 ‘세’처럼 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첫 번째’를 한 단어로 붙여 쓰는 경우가 있다. ‘첫’은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고, ‘두’, ‘세’, ‘네’ 등은 수를 나타내기는 하지만 모두 관형사이므로, ‘첫’만 붙여 쓸 이유가 없다. 더구나, ‘첫 번째’는 ‘두 번째’, ‘세 번째’ 등과 연결 선상에 있는 말이므로 ‘첫 번째’만 달리 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첫째에 이어지는 말은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등이고, 첫 번째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로 연결된다. 둘은 모두 순서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제이, 제삼, 제사, 제오…’등의 한자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에 열거한 단어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고, 뒤의 표현은 관형사와 의존 명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어구라 사전에 없다.

과거에는 ‘두째, 세째, 넷째’는 ‘첫째’와 함께 차례를 나타내고, ‘둘째, 셋째, 넷째’는 ‘하나째’와 함께 수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구분하여 썼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언어 현실에서 이와 같은 구분이 인위적이라고 판단하여 표준어 규정(제6항)에서 이를 하나로 통합했다. 즉, ‘두째, 세째, 넷째’는 버렸다. 그리고 ‘제2, 제3, 제4’와 같이 차례의 뜻을 나타내든지, ‘두 개째, 세 개째, 네 개째’와 같이 수량의 뜻을 나타내든지 ‘둘째, 셋째, 넷째’의 한 가지 형태만 표준어로 규정했다. 다만, ‘둘째’의 경우에는 차례를 나타내는 말로 앞에 다른 수가 올 때에는 받침 ‘ㄹ’이 분명히 탈락하는 것이 언어 현실이다. 따라서 ‘열두째, 스물두째, 서른두째’의 경우에는 ‘두째’를 쓰도록 했다. 이는 모두 수사, 관형사이다. 그러나 앞에서부터 세어 모두 열두 개째/스물두 개째/서른두 개째가 됨을 이르는 수량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열둘째, 스물둘째, 서른둘째’와 같이 쓴다. 이는 명사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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