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서러움, 고백을 들으니…

2012.07.24 16:42:00

어제 교육계에서 퇴직한 분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우리 학교 혁신학교 운영 사례를 보고를 하니 그 분들 감회가 새로운가 보다. 교육칼럼 5집을 선물로 드리니 경기교육계에서 칼럼집 내는 교원들은 손으로 꼽을만하다며 칭찬과 격려를 해 주신다. 그러면서 필자의 진로를 걱정해 주신다. 고마우신 분들이다.

대화의 내용을 들으니 주로 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때론 과거에 같이 근무했던 분들의 근황을 묻기도 한다. 자녀들 출가 소식, 퇴직 후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가가 주된 관심사다. 잘 아는 동료 사모님이 암으로 타계했다는 소식에 모두 놀란다. 가발을 착용한 모 선배님은 40대로 보인다. 대머리를 감추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이제 저녁식사 시간, 화기애애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정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독재와 민주의 차이를 묻기도 한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 야당에서 그렇게 반대했다고 전한다. 공사를 못하게 도로에 들어누운 어떤 정치가 이야기도 한다. 당시 고속도로 건설은 민의를 저버린 행위다. 독재다. 그런데 지금 그 혜택을 누가 보고 있는가? 어떤 분은 산업화를 거쳐야 민주화 단계에 접어 든다는 말을 인용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름만 대면 경기교육계에서는 다 아는 K 선배가 말한다. 2년제 지방 교육대학을 나와 중등학교에 국어교사로 근무하면서 당한 서러움이다. 수원의 S여고에 부임하였는데 교감이 학생들에게 소개를 않더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는 몇 달 지나고 알았다고 한다. 노변좌담 이야기를 곁에서 들었다는 것이다.

그 학교 선생님 대부분이 4년제 대학 졸업자인데 교대 졸업자와 같이 근무하는 것이 챙피하다는 것이고 그런 분을 학생들에게 소개를 하면 동료교사들의 품위는 물론 학교의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당사자 입장을 생각해 보라. 학력(學歷)으로 인한 인격 차별을 받은 것이다.

이 세상 서러움 중 '못 배운 사람의 서러움'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부모를 원망할 수도 없고 인생회의를 느끼면 마음속 눈물을 흘린다. 더구나 공개적으로 당한 서러움은 가슴에 한으로 맺힌다. 국가에서 인정한 중등교원 자격증이 있으면 되었지 무슨 차별을 받을까? 과거 교직사회에서는 이런 차별이 있었다.

서울 명문대나 국립대학 나온 분들은 대학 간판 하나로 자기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분들이 실력이 뛰어날까? 그게 아니다. 어떤 분은 기안조차 못하여 야단 맞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지금 서러움을 이야기 하신 분은 연세가 일흔이다. 오죽 한이 맺혔으면 그런 이야기를 할까?

그 분은 이 학교에서 전문직 시험에 합격, 장학사로 발령을 받았는데 교감이 이임인사를 하라고 하더란다. 그 분 왈, "부임인사도 안 했는데 무슨 이임인사를 합니까?" 그 분은 이후 4년제 대학도 나오고 대학원도 졸업했음은 물론이다. 도교육청 요직에도 있었다. 그 당시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 이름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교감선생님은 유명대학 출신이다. 그 분은 교감 선생님을 나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학력 차별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학 간판이 평생을 좌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간판보다는 실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 어제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유명 대기업에서도 지방대 출신을 40% 이상 뽑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모 그룹에서는 이력서에 출신학교란을 없애기도 하였다. 학연, 지연, 혈연이 중시되는 사회는 선진국가가 아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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