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시리다. 런던올림픽 우리나라와 멕시코와의 축구 응원을 하느라 잠을 설쳤다. 교만에 가득찬 멕시코 감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웠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역시 펄펄 날았다. 갈수록 더욱 그 동안 쌓았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줄 것이라 믿는다. 더위를 이겨가며 싸우는 선수들과 가슴을 졸이며 함께 응원하는 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의 시를 접했다. 피부에 와닿는 아름다운 시였다.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 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우리 선생님들은 지치고 힘들 때 술 마시며 늦게 귀가하는 것보다 집에 일찍 가는 것이 상책이다.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는 가정으로 가면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지친 몸이 다시 활력을 얻는다. 그게 가정이다. 가장이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행복이다. 가정 모두의 행복이다. 아내의 행복이고 아이들의 행복이다. 아내는 남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부엌에서 더욱 신나게 음식장만을 한다. 정성껏 장만한다. 밥이 잦고 찌개가 끊는다.
밥이 잦고 찌개가 끊는 소리를 들으면서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장난을 친다. 아무 옷이나 입는다. 헐렁한 옷을 입는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땀이 나도 헐렁한 옷 못 입고 시원한 옷 못 입는다. 집에 가면 자유다. 구속을 받지 않는다. 그게 행복이다. 아주 편안한 복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장난치며 노는 것이 낙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뒹굴 수도 없다. 장난치지도 못한다. 학생들 장난치면 다친다고 장난 못 치게 한다. 사고날까봐 걱정이 돼서 언제나 주의만 준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일찍 가지도 못한다. 세상을 의식하고 남을 의식하고 아내를 의식하고 아이들을 의식하면서 자기의 안식처인 집마저 편안한 마음으로 일찍 가지 못한다. 이제는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나의 할 일 알아서 하고 나의 맡은 일 다 했으면 세상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아내도, 아이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남과의 경쟁도 필요 없다. 자기만 떳떳하면 된다. 자기의 맡은 일 다 했으면 누가 뭐라 한들 무슨 소용이랴! 세상사람 비교할 것 없다. 자신을 숨기려고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갈 필요도 없다. 상처가 있으면 있는 대로, 눈물자국이 있으면 눈물자국이 있는 대로 일찍 집에 돌아가면 된다. 상처를 싸매어주고 눈물자국을 닦아줄 이들은 가족뿐이기 때문이다. 온몸에 어둠을 바를 필요도 없고 상처를 숨길 필요도 없다. 더운 날씨에 옷 다 벗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치유를 해주고 위로를 해준다. 그게 가족이다.
학교 일이 끝나면 우리 선생님들은 지체 없이 일찍 돌아가면 된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할 일이 있다. 자연과의 친함이다.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 하고 시를 읊어 보기도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 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도 하면서 더 친해지면 더욱 삶이 윤택해진다. 이웃을 만나면 웃음을 선사하면 된다. 이게 행복한 삶이다.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이렇게 하면서 선생님들은 하루의 피로를 잊고 새로운 힘을 얻고 여유를 가지며 삶의 희열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