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는 대입 전형의 선진화를 위한 제도입니다. 입학사정관을 통하여 내신성적과 수능점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었던 잠재능력과 소질,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여 각 대학의 인재상이나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학입학정보(http://univ.kcue.or.kr) 사이트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지나친 점수경쟁 위주에서 탈피하여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발전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입전형의 자율화·특성화 역량 을 강화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하고 있다. 기본취지로 볼때는 점수위주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진일보한 제도로 볼 수 있다. 점수가 다소 낮아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실적이 있으며 해당대학이 인재상과 맞아 떨어진다면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
최근 입학사정관제로 대학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소한 고등학교 3년이나 더 나가서는 중학교때부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은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이 학생들의 노력도 있지만 대개는 학부모들의 노력이 더 높다는 것이 입학사정관제 준비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의 하나이다.
학부모들이 브로커와 결탁하여 가짜로 실적을 만드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물론 높은 교육열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친 입시경쟁이 가져온 결과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사교육이나 편법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입학사정관제가 생각보다 쉽게 악용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과연 브로커들은 어떻게 학생들의 활동실적을 교묘히 속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앞선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행 사실을 숨기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추천서와 자기소개서에 기재함으로써 대학을 감쪽같이 속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게 입학한 학생이 자유롭게 학교에 다니는 동안 누구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일단 입학을 하고 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입학 후에라도 좀 더 철저히 검증을 했다면 이런 문제가 뒤늦게 터져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볼때 입학사정관제는 확실히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이 허위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교사들 역시 자의건 타의건 정확하게 추천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와 그동안 학생을 지도하면서 수집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추천서를 작성하게 된다. 물론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된다.
추천서는 교사들이 객관적으로 작성을 하지만 주관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고, 제자들의 대학입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내용을 포함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추천서 자체는 해당학생들에게 조금의 가능성만 있어도 긍정적으로 작성되어 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추천서 자체가 허위는 아니지만 객관성을 100%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비교해 본다면 훨씬더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이다. 정해진 지면에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 잘못을 기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라도 과거 잘못을 기재하기 쉽지 않다. 의도적인건 실수건 자기소개서가 일단 대학에 접수되면 그 내용을 대부분 신뢰하는 것이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라고 본다.
들은 이야기 이긴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지원서를 고3때가 아닌 고2때 접수한다고 한다. 그때부터 입학사정관들이 수시로 해당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을 관찰한다고 한다. 또한 자기소개서에 기록된 내용이 실제로 그 학생의 생활과 맞는지도 수시로 검증하고 관찰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때가 되면 그동안 수집된 모든 자료를 종합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까지는 하지 못하더라도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에 대한 검증은 좀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몇분의 면접시간만으로는 그 모든 것을 검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을 판단하기 보다는 학업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학생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를 가려내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합격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더욱더 강해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입학사정관제 자체의 존폐 위기가 닥칠 수도 있을 것이다. 성폭행 가담자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합격했다면 이는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입학사정관전형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좀더 철저한 검증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교과부의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억지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대학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