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보다 식당급식이 더 급했었다

2012.08.27 16:22:00

2014년까지 서울시내 모든 중,고등학교에 학생식당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시내 중ㆍ고교 695개교 가운데 학생식당이 없는 115개교(16.5%)에 학생식당을 설치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교실급식을 없애고 모두 식당급식을 하겠다는 방침을 적극 환영한다. 그동안 무상급식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급식환경개선은 관심 밖에 있었다.

지금부터 거의 10여년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갑작스런 급식사고가 났었다. 당연히 식중독 사고 였는데, 학생들이 도시락을 준비해서 점심식사를 했었다. 그 당시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거세져 하루빨리 급식 정상화를 위해 급식업체 선정을 서둘렀었다. 최종적으로 후보군에 올라온 업체가 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서 실태를 점검했다. 그때 한 업체가 인근의 고등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어서 찾아갔을 때, 그 학교에 재학중이던 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인근에 있는 고등학교 였기 때문에 그 당시 재직중이던 중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그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마디가 '우리학교 밥 맛없어요'였다. 이유는 학교에서 직접 조리를 하긴 하는데, 조리한 음식을 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식어지면서 막상 급식을 할 시간에는 맛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밥과 국이 많이 식어서 정말 맛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어떤 학교는 같은 업체에서 운영하는 인근의 학교에서 조리를 해오기 때문에 더 맛이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필자가 15년전에 근무했던 학교도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그때 중학생들의 급식은 이루어지지 않던 때였다. 바로 옆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교직원 식당을 없애고(학교 사정상 매점과 교직원 식당을 폐쇄 했었다.) 인근의 고등학교에서 음식을 배달해서 식사를 했었다. 담 하나 사이에 있는 고등학교 였지만 밥이나 국이 이동하는 사이에 많이 식어서 음식 맛이 많이 안좋았던 경험을 했었다. 조리원이 직접 나와서 국을 다시 데워주기까지 했었는데, 그때 국맛이 많이 안좋았던 기억이 있다.

옛날 어른들이 김치를 담근후에 처음 담아 놓았던 용기에서 다른 용기로 옮기면 맛이 떨어진다고 했었다. 학교 급식도 똑같은 경우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제대로 조리 했어도 옮기는 사이에 맛과 신선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의 급식은 학생들이 느낄때 맛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따뜻한 밥과 국이 필요한 것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우리나라의 전통이다. 어른들에게는 항상 따뜻한 밥을 지어 드렸고, 손님이 오면 반드시 새로 지은 밥과 반찬을 내놓았던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급식을 전면 시행할때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그래도 학부모들의 도시락 준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전면급식이 시작된 것이다. 그때 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교실 급식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학교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최근에는 학교마다 강당이 신축되면서 교실급식이 많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서울시내 16.5%의 학교에서는 교실급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교실 급식을 없애고 식당급식으로 바꾸는 것이 무상급식보다 더 시급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급식비를 내더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교실급식을 하는 모든 학부모들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식당 설치방안은 매우 환영받아야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때가 늦은 감은 분명히 있지만 예정했던 2014년보다 단 몇개월이라도 앞당겨서 식당급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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