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화난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

2012.09.03 15:08:00

사무라이 정신이 거짓이라니!


이 글을 쓰던 날은 광복 67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그 무렵 며칠 전 끝난 런던 올림픽 축구 3, 4위전에서 일본을 2대 0으로 격파한 장면을 중개하는 텔레비전 앞에서 다시금 먹먹한 감동을 느끼며 베란다 밖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했다. 거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시비를 걸고 국제문제로 비화시키려는 일본의 행태를 보며 단순한 감정만으로 일본을 극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 나라 영토를 자국의 대통령이 찾아갈 수 있는, 매우 상식적인 일을 가지고 일본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광복절을 맞이할 때마다 태극기나 걸고 일회성에 가까운 반일 감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신문 광고를 보고 흔치 않은 제목을 단 이 책을 샀다. 솔직히 말해서 일본을 이기고, 일본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 면에서는 노력하지 않았고 단편적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저자 장성훈 님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독도 문제를 정치가들보다 더 앞장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김장훈씨를 비롯한 민간인의 노력에 감동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보다는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는 학술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무라이 정신을 연구하고 파헤쳐서 책으로 출판하기 까지 보낸 세월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광복절에 맞추어 독후감을 공모한 점도 매우 의미 있고 애국적이어서 감동했다. 국가나 연구 단체가 아닌 한 개인이 나서서 이렇게 용감한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나라에는 친일 후손들이 득세를 하고 있고 그 행적을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한 사람도 없지 않은가! 자칫하면 저자에게 치명적인 유해를 가할 소지도 다분한 주제를 다룬 점만으로도 국가적으로 상을 주어야 할 판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일본이다! 그것도 일본이 자랑스러워하는 '사무라이 정신'의 허구성을 파헤치고 널리 읽히기 위해 공모전까지 기획했다. 사무라이 정신이 일본 정신인 양 묵인하고 인정해 온 불찰에 대해 반성적 사고를 하게 한 저자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솔직히 나는 독학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선택 과목 중에서 일본어를 기피했다. 싫어하는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없다는 사춘기 시절의 극단적 선택을 어른이 된 이후에 후회하곤 했다. 적을 알아야 이길 것 아닌가. 우리 역사를 피로 물들인 그들을 미워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미워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사과를 받아낼 수 없다. 내가 만약 일본 사람과 독도 문제로 따진다면 얼마나 깊이 토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니 자신이 없다. 이 책은 내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 공부하는 광복절의 원년을 선물한 책이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먼저 내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 지식으로는 저자의 책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 그러니 초보자가 되어서 저자가 가리키는 대로 길을 따라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추상적으로 알고 약간의 동경까지 가지고 있던 '사무라이 정신'이나 '가미카제 특공대'의 진실에 관한 오개념을 수정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식민사관에 물들어서 은연중에 배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기비하 의식이 수 십 년 동안 나의 뇌를 지배해 온 것을 수정할 수 있었으니 이제야 비로소 막연하게 일본을 좋게만 보던 편향된 시각을 교정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의 뇌는 매우 쉽게 속는다고 한다. 특히 한 번 형성된 오개념은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식민지를 겪은 세대도 아니고 전쟁을 치른 세대도 아니다.

그러니 책으로만 배운 역사가 전부이고 상식적으로 들은 내용들이 내 지식이 되었다. 최고의 지식은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에서 시작된다. 간접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독서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브리태니커의 소개를 보면 얼마나 미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본래 사무라이라는 용어는 귀족 출신인 무사를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12세기에 권력을 장악하여 1868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때까지 일본 정치를 지배한 무사계급에 소속된 모든 사람을 지칭하게 되었다.

지방 무사 출신인 가마쿠라 시대(鎌倉時代1192~1333)의 사무라이들은 상당 수준의 무예를 지녔으며 자신들의 극기주의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이전의 잔잔하고 세련된 왕실 문화와는 전혀 다른 절도 있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1338~1573)의 사무라이들은 선(禪) 불교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다도(茶道)나 꽃꽂이 같은 일본 고유의 예술들을 탄생시켰다. 이상적인 사무라이는 불문의 행동규범을 따르는 극기적인 무사여야 했으며, 이 행동규범은 뒤에 무사도(武士道)로 정립되어 용기, 명예, 개인적 충성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이 때문에 불명예나 패배를 당했을 경우에는 할복자살(셋푸쿠[切腹])을 택하는 것이 제도화되었다.'라고.

진실을 밝히는 데는 충분한 증거 제시와 용기가 중요하다. 충분한 증거가 있더라도 정의를 중시하는 용기 있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저자의 서문에서 밝힌 '아베 신조 총리는 미 하원에서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심의할 때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종군위안부를 하였고, 지금은 보상금을 받기 위하여 미 의회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결의안이 가결되어도 일본정부는 그따위 거짓말에 속아 어떤 보상금도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의 확실한 증거제시만으로도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조선인의 근성, 사대주의 사상, 패배의식을 조장한 일본학자들의 책 내용이 오래 전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맞닿아 있음에 놀랐다. 식민지 국민을 지배하기 위한 일본 역사학자들의 교활하고 지능적인 수법을 답습한 오래 된 교육의 폐해를 깨닫고 전율했다. 진실은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거짓은 그 진실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수많은 거짓으로 위장해야 한다. 청산하지 못한 채 이어온 역사의식은 우리들을 세뇌 시킨 지 너무 오래되어서 거짓인지도 모른 채 내면화 되었으니 어쩌랴! 36년 동안 각인 시킨 친일 식민사관을 벗겨내는 데는 그 열배의 노력이 들지도 모르다. 서둘러서 벗겨내지 않는 한! 그런 점에서 저자가 들춰내 고발한 이 책의 반향은 대단하리라 확신한다.

역사학자나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한 개인으로 접근한 용기에 박수를!

목차만 보아도 저자가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게 한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일 관계의 주제를 다룬 위안부 문제, 일본인의 근성, 한국인의 저력을 통해 밝힌 패배의식의 허구성, 사무라이 정신과 가미카제 특공대의 허구성 등을 국제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비판하고 있다. 주제에 따라서는 저자의 분노에서 우러나온 감정적인 진술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으나 주관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책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학술적으로나 체계적으로 밝혀 쓴 논문 형식이 아닌 에세이 형식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아낸 자료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중심으로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곁들인 책이므로 학자적인 논점을 들이대면 읽는데 진도가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서문에서 밝힌 대로 '사무라이 정신의 진실성'에 대하여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하는 계기로 삼아 젊은이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목적 달성에 부응하고도 남을 책이다.

어떤 사실이 거짓임을 밝히는 데는 기록만큼 위대한 자료가 없다. 저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도쿄대학 사료 편찬소에는 규슈의 시마즈가의 가계 족보가 보관되어 있다. 그 가계족보에 의하면, 남자들은 18세를 전후하여 전사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당시 일본 사무라이들의 평균 연령이 20세를 넘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떤 산도 주군의 은혜보다 가볍고, 주군의 한 가닥 머리카락도 나의 목숨보다 무겁다. '고 새긴 사무라이들의 칼집에 새긴 글만 보아도 그들은 영주의 도구였음이 분명하다. 원래 일본은 전통적으로 사무라이들에 의해 통치되어 왔다. 사무라이는 군인이면서 행정을 담당하는 관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신 세력에 의하여 에도막부가 멸망하면서 더 이상의 사무라이 정권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군국주의 하에서 침략을 준비하면서 자국민들의 정신교육 차원에서 사무라이 정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니토베 이나조는 사무라이들이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서양의 기사도를 거론하고, 셰익스피어 작품까지 들먹거렸으며 일본정부는 이 왜곡된 사실을 더욱 과장시켜가면서 자국국민을 세뇌시켰다. 사무라이 정신을 본격적으로 접목시킨 사람들은 전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A급 전범들이다. 그들 중에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창시한 오니시 다키지로 중장처럼 일본이 항복하면서 할복자살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추잡한 모습으로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변명으로 목숨을 구걸한 전쟁의 원흉이 대부분이었음을 자료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원흉들을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놓고 참배하는 논리는 그들이 아직도 잘못을 모르거나 미화시키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 환상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단적인 증거다. 이것은 마치 히틀러가 독일 국민의 우수성을 보존한다는 논리로 국민들을 세뇌시켜 유태인 600만 명을 학살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편향된 지식이 뇌에 각인되어 세뇌되면 무서운 괴력을 발휘하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정치와 종교 분쟁에 이용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뇌는 속이지 쉽다는 점을 현대의학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왜곡되고 미화된 가미카제 특공대의 진실

왜곡된 가미카제 특공대의 진실 또한 가관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 인류학과의 미국 국적을 가진 일본인 '오누키 에미코'교수는 가미카제 병사의 85%가 고등교육을 받은 학도병이었고 그 중 상당수가 일본의 최고 대학인 도쿄제국대학 출신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가미카제 대원들은 총 2,500명이 비행기를 탔으며 그중 실제로 미함정에 돌진한 숫자는 불과 6%에 지나지 않았으니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군인 정신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 경험이 있는 요미우리신문의 '아타나베 쓰네오'회장은 "당시 나는 사병으로 가미카제 특공대 주변에 함께 있었다. 그들에 대한 사실은 우리가 아는 것 대부분이 왜곡되어있다. 가미카제 대원들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용맹과 기쁨으로 돌진했다는 것은 정치인들과 역사인식이 부족한 역사학자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다. 오히려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흘리거나 공포에 질려 일어서지도 못하는 대원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그들을 강제로 비행기에 밀어 넣었고 순순히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그 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해가며 강제 탑승시켰다. 그들에겐 애국심도 천황에 대한 충성심도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까? 일본 최대 우익 신문의 회장이 증언한 발언만으로도 가미카제 특공대의 왜곡된 진실은 그들 스스로 자백하고 있는 셈이다. 죽음 앞에 초연하다는 것은 철저한 거짓이다. 불교 사상에 심취하여 철저한 윤회를 믿거나 죽은 후 부활한다고 믿는 종교인이라도 가미카제 특공대로 자원하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삶에 대한 본능은 누구에게나 같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종군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에 대한 증거 자료를 제시하며 우리의 역사인식에 반성적 사고가 절실함을 펼친다. 이 책을 만난 것은 내 조국을 바라보는 시점의 전환이 되어서 우리 역사를 다시 보고 무조건 믿기보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 역사적 자료를 찾아 공부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안겨준 귀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교수, 자식을 둔 부모들이 광복절이 들어있는 8월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적극 권하고 싶다. 저자 장성훈 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도 매우 크다. 역사를 공부하게 해주신 점, 다시금 감사드린다.

진정으로 일본인에게 사무라이 정신이 그들의 핏줄 속에 유전자처럼 내려오고 있다면 우리는 오늘도 늘 그들의 할복자살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보통 사람들이 아닌 특출하거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만이라도 그런 죽음을 자랑스럽게 보여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일본인들이 그렇게 비참한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엄연히 존재하는 종군위안부의 역사마저 없다는 그들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그들과 싸우려면 이 책을 쓴 저자 장성훈씨처럼 철저한 사료 조사와 역사적 증거, 과거 그들의 행적을 조목조목 논리적인 자료를 들이대는 노력만이 최선이다.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은 그들의 물귀신 작전에 휘말려 인정하는 꼴이 될 게 뻔하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사무라이 정신이 거짓임을, 가미카제 역시 각본임을 가르칠 자료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서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비하시킨 식민사관을 철저히 씻어내길 바라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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