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위해서

2012.09.10 10:07:00

사실 따지고 보면 전교조에서 학생들을 위한다는 논리를 수없이 펼쳤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교조 합법화 이전부터 문제를 제기할 때는 꼭 따라다닌 말이 바로 '학생을 위해서'이다. 합법화 이후에도 이런 논리는 지속되었다. '학생을 위해서…', 등교지도니 용의 복장 지도니 이런 것은 학생들을 위해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학교운영위원회나 각종 위원회에 학생을 참여 시켜야 한다고 했던 것도 그들이었다.

그들의 이런 주장이 학교의 발전에 어느정도 기여한 것은 사실이고 인정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학생회와 교무회의를 법제화 하자는 주장도 끊임없이 했었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가 아닌듯 싶다. 그래도 그들은 논리적으로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학교폭력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서 그들이란 전교조에 속한 모든 교사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전교조에 가입된 교사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와는 다른 점이 매우 많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록하도록 한 것을 거부하는 것은 전교조 교사들 전체의 의견이 아니고 일부 전교조 수뇌부의 이야기라고 한다. 학교폭력이 어떻게 심각하고 어떻게 고통을 주는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과연 전교조가 소속교사들에게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학생부 기재에 대해 전체적인 의견을 제대로 들었는가이다.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그런 의견조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전교조 교사는 단 한사람도 없다. 전체가 아닌 그들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황은 이런데 진보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학교폭력 사실 기록 거부와 관련된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왠지 거부감이 앞선다.

학생을 위해서 교육현장에서 존재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역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는 것 역시 학생들을 위한 것이다. 교육현장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많은지 가해자가 많은지 생각해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자가 훨씬더 많은 것이 현재의 학교상황이다. 그들은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이 '폭력적인 사회문화, 억압적인 학교문화, 오직 경쟁만을 추구하는 교육정책'에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또 묻고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그들에겐 있는 것일까. 폭력적인 사회문화를 비폭력적 사회문화로 바꿀 능력이 그들에겐 있는 것일까. 경쟁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방법을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진보교육감이 여러명 들어왔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감들이 있었는가. 그들이 말하는 문제점은 필자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폭력예방을 위해서는 당장에 조치가 필요하다. 문화가 바뀌고 경쟁이 사라질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흐를지 장담할 수 없다. 그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를 방치하라는 이야기 인가.

학교폭력문제는 국가적 사회적인 문제이다.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심끝에 내놓은 방안일 것이다. 학생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철저히 가해학생의 편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없이는 인권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가해학생의 인권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가정집에 들어가서 가정주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사건의 가족인 피해자의 남편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살인범의 인권만 강조하는 나라에서 법을 믿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피해자의 가족이 받는 고통을 법에서 외면하면 누구를 믿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어떻게 범죄자의 인권만 보호되는 나라가 되었는가'

가해자나 피해자나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소중한 제자들이다. 외면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제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많은 교사들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반대하면서 교육정책 자체를 무마시키려는 시도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서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 더이상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기재 방침이 발표된 이후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인식이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학부모들도 학생들 교육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학교폭력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는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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